입력 : 2017.09.27 15:48
1기 신도시에서 추진 잇따라… 서울로 번지는 리모델링 열풍, 시장 활성화 되겠지만 한계도
특히 1990년대 초 입주한 1기 신도시 아파트는 이미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 수익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고려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서울에서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1986년 입주한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 아파트는 이달 16일 쌍용건설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했다. 현재 지하 1층~지상 15층 8개 동, 900가구 규모의 단지를 수직 증축해 지하 5층~지상 18층, 총 1035가구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증축을 통해 늘어난 135가구는 일반에 분양해 조합원 분담금에 보탠다. 전용면적 85㎡ 미만 가구는 전용면적이 최대 40%, 전용면적 85㎡ 이상 가구는 전용면적이 최대 30%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분당·일산·평촌 등 노후 아파트가 많은 1기 신도시에선 이미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다. 1기 신도시 아파트는 이미 용적률이 200%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 법규상 재건축할 때 용적률은 기부채납 부지를 제외하고 최대 300%까지 가능하다. 기존 주택의 용적률이 200% 이상이면 재건축 수익성이 떨어져 리모델링 방식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이 없어 이론상으로는 300% 후반대까지도 가능하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분당 한솔마을 5단지(1994년 준공)는 1기 신도시 최초로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를 통과했고, 경기 성남시 분당 매화 1차(1995년 준공)와 경기 안양시 안양 목련 우성 3차(1992년 준공) 등은 건축 심의를 준비 중이다.
리모델링 열풍은 서울로도 번지고 있다. 1992년 준공한 송파구 오금동 아남아파트는 주민들로부터 행위 허가 동의서를 수집하며 리모델링 절차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의도의 목화아파트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는 안전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재건축 규제 강화할수록 리모델링 주목"
준공 후 30년이 지나야 추진이 가능한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15년만 지나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의 전국 노후 주택 현황에 따르면 전체 아파트 1102만9644가구 중 절반이 넘는 546만2907가구가 지어진 지 15년이 넘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리모델링 시장의 규모가 2010년 7조원에서 2015년 9조원으로 늘어났고, 2020년에는 10조4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설업계는 재건축 규제가 강화될수록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리모델링 사업도 건축물의 안전 측면에서 정부 규제를 받기 때문에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작년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내력벽 일부를 철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안전상의 이유로 이를 철회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에 불리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가구 수를 늘려 일반 분양해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는 수직 증축 리모델링이 주목받을 전망"이라며 "일반 분양가가 높은 서울에서는 이미 재건축과 리모델링 수익성 차이가 좁혀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