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28 00:36
[국세청 2차 세무조사 어떻게]
소득 적은데 10억 넘는 집 구입, 부모·자식 간 변칙 증여 혐의
최근 공공택지 청약 과열 양상… 분양권 다운계약서 작성 빈번
세무조사 대상자 계속 늘 전망
전문가 "당분간 주춤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집값 다시 오를 것"
국세청은 27일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등 부동산 거래 관련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302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며, 조사 대상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세무조사의 3대 표적은 ▲재건축 아파트 투기 ▲택지 분양권 양도 차익 축소 신고 ▲다주택자의 주택 투기 등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의 핵심인 재건축 아파트 투기의 경우 최근 2개월 안에 이뤄진 거래까지 정밀 추적했다"고 밝혔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투기 혐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세무조사로 집값이 단기간 안정될 수 있겠지만, 새집이 공급되지 않으면 결국 집값이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핵심 표적
이번 세무조사의 첫째 대상은 서울 강남 4구, 부산 등에서 재건축 아파트나 분양권을 샀는데 자금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평소 사업 소득을 줄여 신고하거나, 부모·자식 간에 변칙 증여하는 방식으로 매입 자금을 마련한 혐의를 받는다. 출처를 못 밝힌 액수에 대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들이 전체 조사 대상(302명)의 절반이 넘는다"며 "이번 조사의 핵심 표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개업의 A씨는 작년부터 최근까지 서울 개포주공아파트, 아크로비스타 등 아파트 3채를 32억원에 구입했다. 그가 병원 경영으로 벌었다고 신고한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어, 탈세한 혐의가 짙다.
30대 후반 월급쟁이 B씨는 연봉이 수천만원대이고 다른 소득은 없는데, 최근 11억원에 이르는 서울 둔촌 주공아파트 입주권을 사들였다. 이런 경우 편법 증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혐의를 받게 된다.
◇택지 분양권 양도 프리미엄 축소 신고
이번 조사의 둘째 대상은 택지 분양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프리미엄(차익)'을 줄여서 신고한 경우다. 공공택지 분양가는 시가의 70~80% 수준으로, 전매할 경우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C씨는 부산 명지국제신도시 공공택지 분양권을 단기간에 양도하고, 가격을 실제보다 낮춰 적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 D씨는 경기 고양 향동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양도한 뒤 비슷한 방식으로 차익을 축소 신고했다. 두 사람 모두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가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공공택지 청약 경쟁률이 과열 수준으로 높아졌고, 관련 거래에서 탈세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특히 '갑→을→병→정' 순서로 분양권이 넘어갔는데 을·병은 차익만 챙기고 거래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수법으로 이뤄지는 탈세에 주목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본인과 가족에 대한 금융 추적, 재산 변동 분석 등을 통해 반드시 잡아낼 것"이라고 했다.
◇다주택자인데 집을 또 사들인 경우
E씨는 최근 4년간 서울 서초, 반포 등에서 집 3채(36억원어치)를 잇따라 사들였다. 뚜렷한 소득이 없고 다른 자금 출처도 분명하지 않았다. 이번 세무조사의 셋째 대상은 E씨처럼 다주택(2주택 이상)인 상태에서 집을 또 사들인 경우이다. 평소 소득을 숨겨 주택 매입 자금을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 탈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F씨는 다세대주택 1채를 갖고 임대사업을 하다가 다세대주택 1채를 더 사들였다. 새로 산 집은 40억원대인데 F씨가 그동안 신고한 임대소득은 이보다 터무니없이 적었다. 그동안 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했거나 편법 증여를 받아 주택 매입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의심된다.
◇세무조사 대상 588명으로 늘어… "앞으로도 계속 조사"
국세청은 8·2 부동산 대책 발표 1주일 뒤인 지난 8월 9일 자금출처가 불투명한 다주택자, 양도차익 축소 신고, 거액 전세금 편법 증여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조사 대상은 286명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 대상 302명은 지난 8월 조사 대상과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세무조사 대상 합계가 588명이라는 얘기다.
국세청은 지난 8월 조사 대상 일부에 대해서는 혐의를 확인해 탈루 세금을 추징 중이며, 다른 일부에 대해서는 자금 추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부동산 거래 관련 세금 탈루 혐의가 나오면 추가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세무조사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심리가 크게 위축돼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강남은 재건축 외에는 새 주택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