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26 19:19
잠실주공 5단지發 '훈풍' 부나
서초 '반포자이' 대치 '도곡렉슬'…
8·2 대책 前 최고 가격 넘기도
주택 매수 심리도 다시 꿈틀
7주 만에 6.9포인트 올라
"8·2 쇼크서 회복 분위기이지만
정부 추가 대책 예고되어 있고
거래 적어 상승세 오래 못갈수도"
‘15억7000만원(7월 말)→14억원(8월 중순)→16억원(9월 말)’
최근 석 달 사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76㎡의 실거래 가격이다. 정부의 8·2 대책 발표 이후 내림세를 보이던 가격이 9월 들어 반등했다. 지난 6일 서울시가 최고 50층 재건축안을 사실상 승인한 것이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에 있는 ‘리센츠’ 전용 59㎡은 최근 11억3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8·2 대책 이전 최고가(最高價)보다 3000만원이 더 올랐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8·2 대책 이전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같은 재건축 단지가 먼저 오르고, 주변의 일반 아파트 단지가 따라 오르는 모양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유발한 올 상반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의 전방위 부동산 규제로 ‘충격’을 받았던 주택 수요자의 매수 심리가 회복되면서 숨죽이던 시장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강남 4구 아파트, 최고가 거래 속속 등장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강남권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165㎡는 지난 23일 25억원에 거래됐다. 8·2 대책 이전 최고가(24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더 올랐다. 지난 14일에는 전용 132㎡가 23억원에 거래돼 기존 최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대치동 ‘도곡렉슬’ 전용 59㎡는 최근 11억원에 팔려 8·2 대책 이전 가격 수준을 회복했다.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는 9월 들어 6억6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돼 이전 최고가를 넘어섰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불과 몇 주 전엔 호가(呼價)를 내려도 집을 보겠다는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은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 매수 심리도 꿈틀거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6일 “8·2 대책 발표 이후 계속 떨어지던 서울 ‘매수우위지수’가 최근 반등했다”고 발표했다. 매수우위지수는 국민은행이 3800여 부동산 중개업체를 상대로 매수세가 우위인지 조사해 0~200 사이 지수로 만드는 것인데, 100 이상이면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강한 것이다. 8·2 대책 직전 148.7이었는데, 이후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전주보다 6.9포인트 상승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에서 주택 매수 심리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청약 열기와 재건축 관련 호재 등으로 분위기가 바뀐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거래량 적어 상승세 오래 못 갈 수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위기 반전 계기로 잠실주공5단지 50층 재건축 승인을 꼽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규모가 6400여 가구로 ‘미니 신도시’급인 데다가 호텔·컨벤션 등 상업 시설까지 들어선다”면서 “일종의 ‘대장주’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잠실 일대와 주변 지역 집값까지 끌고 가는 효과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8·2 대책 충격파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강남 일대에서 매수 심리가 회복됐다는 분석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경 일변도의 정부 대책에 쇼크를 받았던 사람들의 심리가 점차 회복되면서 입지 조건이 좋은 단지 중심으로 낙폭을 회복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상승 국면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정부의 규제 의지가 강하고 추가 대책까지 예정된 상황에서 가격이 계속 오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심교언 교수는 “8·2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저조한 상황이어서 가격 상승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전체 거래량이 8·2 대책 발표 이전의 20~3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