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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꼬마빌딩…수익형으로 '쩐의 이동'

    입력 : 2017.09.24 18:52 | 수정 : 2017.09.25 08:53

    8·2 대책 풍선효과
    서울·대구·시흥 상가 51개 입찰
    낙찰가율 평균 175%로 완판…
    도쿄 오피스텔 투자설명회 북적
    日 부동산 투자 펀드도 인기

    #1.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18·19일 서울과 경기 시흥, 대구 등 3개 지역에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51개 점포를 입찰에 부쳤다. 결과는 유찰 없는 완판(完販·모두 팔림). 전체 판매가는 165억8168만원이었다. 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인 ‘낙찰가율’은 평균 175%. 낙찰가율 200%를 넘는 상가가 51개 점포 중 24개였다. 특히 서울 오류동 행복주택 단지 내 상가 점포는 감정가가 1억1900만원이었는데 3억2100만원까지 치솟았다.

    #2 경기 분당구 한국투자증권 PB센터에서 열린 해외 부동산 투자 세미나에는 50여 명이 몰렸다. 한투증권은 예상보다 많은 참가자가 몰리자 세미나를 2회로 나뉘어 실시했다. 참석자들은 연 7%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본 도쿄의 오피스빌딩 투자 상품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김윤상 한투증권 분당PB센터 지점장은 “노후 대비를 위해 월세용 부동산을 알아보는 수요가 급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뉴타운 개발단지 안 상가들이 ‘임대·매매 문의’ ‘상가 문의’ 등의 현수막을 붙여놓고 입점 업체를 찾고 있다. 아파트 같은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가·빌딩·해외 부동산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김연정 객원기자

    작년 11·3 대책을 시작으로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잇따르는 가운데, 시중 유동자금이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과 해외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거래량과 개인 단위의 해외 부동산 투자액이 올해 들어 급증세다. 주택 시장에 정부 규제가 집중된 데 따른 일종의 ‘풍선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익형 부동산 거래량, 3개월째 신기록 행진

    상가와 오피스,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거래량은 3개월 연속 신기록을 갱신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전국 수익형 부동산 거래량은 총 3만8118건으로 역대 월간 거래량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지난 6월 3만3675건으로 신기록이 나온 뒤, 7월에 새 기록(3만6418건)이 나왔고, 이 역시 다시 깨진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분양형 상가다. 지난달 접수 마감한 서울 마포구 공덕SK리더스뷰 단지 내 상가는 47개 점포 분양에 472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0대1을 기록했다. LH가 입찰로 공급하는 상가는 인기가 더 뜨겁다. 입찰 가격의 출발점이 되는 감정 가격이 일반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분양 가격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LH 상가의 올 2분기 평균 낙찰가율은 180%였다. 낙찰가율 200%를 넘는 단지가 속출했고, 화성봉담에서는 낙찰가율이 302.6%까지 치솟았다.

    30억~50억원 규모 ‘꼬마 빌딩’도 인기이다. 서울과 경기도에 집 4채를 보유한 윤지혜(48)씨는 “정부 방침으로 다주택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아파트 3채를 처분해 구입할 만한 수익형 빌딩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리모델링 업계도 바빠지고 있다. 낡은 다가구주택을 개조해 아랫층을 상가로 바꿔 월세 수입을 올리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한현 디딤종합건설 대표는 “올봄까지만 해도 월 15건 안팎 들어오던 수익형 리모델링 상담이 이달 들어서는 22일까지 벌써 30건 가까이 들어왔다”며 “자기 집 외에 부모가 살던 다가구주택을 물려받은 이들이,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를 앞두고 특히 많이 문의해온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개인 투자자 몰려

    개인 차원의 해외 부동산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형 해외 부동산 펀드에 들어온 순수 유입 자금은 2390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8월 기준 벌써 4229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 추세라면 작년의 2.6배 이상 규모 자금이 해외 부동산 펀드 공모에 몰릴 전망이다.

    하나금융그룹과 KTB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일본 야마구치현 이온(AEON) 쇼핑센터를 매입해 연 8%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할 예정인 펀드에는 공모분(分) 150억원이 정식 모집 전에 사실상 모두 예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가입 금액이 3억원임에도 자산가들이 은행 PB센터를 통해 투자를 확약한 것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해외 직접 부동산 투자자를 위한 자문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미국·호주·베트남 현지에 부동산 투자를 컨설팅해줄 업체를 선정 중이다. 국민은행은 글로벌 부동산 프랜차이즈 기업 리맥스와 제휴를 맺고 미국·캐나다 주택 투자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부동산 펀드나 꼬마 빌딩은 최상위 자산가들의 리그였는데, 규제가 심해지면서 수요층이 넓어지는 것 같다”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한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아무리 LH 상가라도 낙찰가율이 150%를 넘어선다면 연 5% 안팎의 정상적인 수익률을 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경우 대다수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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