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19 06:55
“육지에서는 제주도 집값이 떨어진다고 난리인데, 입지 좋은 곳은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요.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을 찾기 어렵다니까요.” (고창덕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지부장)
최근 4~5년간 호황을 누렸던 제주도 부동산 경기가 조정을 받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 보복 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급등한 가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하지만 우수한 입지여건, 안정적인 수익구조 등을 확보한 소위 ‘블루칩’ 상품에는 투자 수요가 꾸준히 몰리고 있다.
최근 4~5년간 호황을 누렸던 제주도 부동산 경기가 조정을 받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 보복 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급등한 가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하지만 우수한 입지여건, 안정적인 수익구조 등을 확보한 소위 ‘블루칩’ 상품에는 투자 수요가 꾸준히 몰리고 있다.
■입지 좋고 개발 재료 있는 곳은 투자 수요 탄탄
지난 14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의 한 국제학교 앞. 자녀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몰고 온 고급 외제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진 지상 4층 높이 아파트와 공사 중인 국제학교 사이에는 모두 영어로 적힌 도로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제주도의 국제학교는 학비가 비싸지만 내국인 자녀도 입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 등지에 사는 부유층이 몰리면서 급등한 집값은 떨어질 줄 모른다. 2013년 2억5000만원선에 분양한 ‘라온프라이빗에듀’(전용면적 84㎡)는 현재 호가가 7억원에 달한다. 영어교육도시에 있는 S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집값은 두 배 이상 올랐는데도 매물이 없어 거래가 안 된다”며 “국제학교 학비가 1년에 5000만원이 넘는다는데, 집 사서 온 사람들은 그 이상 번 셈”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제주시 노형동에서 지난 7월 분양한 ‘제주 해모로 루엔’ 아파트 역시 분양가격이 3.3㎡당 1780만원이었는데도 평균 83.2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모두 마감됐다. 한진중공업 분양담당자는 “제주 시장이 조정받는다는 평가가 많지만 인기 주거지의 새 아파트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제주시 노형동의 ‘노형 2차 아이파크’(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11억17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8월 9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2억원 넘게 급등한 것이다. ‘노형 e편한세상’의 매매가격(전용면적 110㎡)도 최근 1년 사이에 6억3800만원에서 6억7000만원으로 3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주택가격 통계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제주도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올 들어 5월과 6월에 각각 0.01%, 0.02% 하락한 것 외에는 매달 꾸준한 상승세다. 특히 지난달에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0.32%)을 보였다. 올 상반기 제주시 노형동 아파트 거래량도 118채로 작년 상반기(87건)보다 35.6% 늘었다.
노형동의 T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은 “사드 사태 이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단지 위주로 외지 투자자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공항 접근성이 좋고 생활 인프라가 풍부한 곳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도 순항 중이다. 롯데관광개발과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그린랜드센터제주가 노형동에 조성 중인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최근 투자 문의가 크게 늘었다. 8∙2부동산 대책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세계적 호텔 브랜드인 ‘그랜드 하얏트’가 1600개의 객실과 모든 부대시설 운영을 맡기로 한 것. 제주 드림타워 분양 관계자는 “인기 층과 조망이 좋은 객실은 이미 분양이 완료됐다”며 “하얏트에서 운영을 맡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다고 평가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줄었지만 전체 관광객은 비슷
이날 오후 8시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중국 상하이행 비행기를 타려는 관광객 200여명이 탑승 수속을 밟으려고 ‘ㄹ’자로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출국장 스피커에서는 비행기 출발 지연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비슷한 시각,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寶健) 거리'도 액세서리, 화장품 가게나 음식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바오젠 거리’의 건강식품 판매점 직원은 “작년보다 관광객이 줄었지만 올 여름부터 조금씩 늘고 있다”며 “일본·동남아 등지로 관광객이 다양해지고 중국인은 단체보다 개별 여행객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했다.
제주관광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58만 6448명으로 지난해(176만 5527명)에 비해 66.8% 급감했다. 하지만 홍콩, 미국, 말레이시아 관광객이 전년 대비 각각 60.1%, 41.9%, 32.8%의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그 결과 전체 관광객 수는 862만165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0만4007명) 보다 5.3% 줄어드는 데 그쳤다.
도내 관광업체도 사드 사태 이후 전체 1878곳 중 83개 업체가 휴∙폐업한 데 비해 128개 업체가 새로 설립됐다. 지난 4월 운영에 들어간 리조트 ‘서머셋 제주신화월드’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 감소에 대한 우려와 달리 이번 추석 연휴 예약은 이미 100% 마감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미분양 주택 수는 제주 부동산 시장의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도의 미분양 주택 수는 올해 7월말 기준 903채로 나타났다. 작년 말 271채에 불과하던 미분양 주택이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났다. 7월 초 제주시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는 64가구 모집에 3명만 청약 신청을 접수해 대거 청약 미달이 발생하는 등, 입지가 떨어지는 상품은 외면을 받고 있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공급된 읍·면 단위 타운하우스 등도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약세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관광객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로 제주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인 조정과 옥석(玉石) 가리기 과정을 거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 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제주도 부동산 가격은 단기적으로 워낙 급등했고, 사드 보복 조치 등으로 단기적인 하락 조정을 거칠 것”이라며 “하지만 인구·소득·인프라 측면에서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경우 조정 국면이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갭투자 막히니…월세 부동산으로 몰리는 투자자들" 한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