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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등 정책 역효과는 언급 않고…기재부 "8월 고용 줄어든 건 비 많이 온 탓"

    입력 : 2017.09.14 19:03 | 수정 : 2017.09.15 09:17

     

    "올해 8월은 비가 온 날이 15.2일로 작년의 2배 수준이고, 강수량은 241㎜로 작년의 3배 이상이다."

    기상청 보고서에서나 볼 수 있는 문구(文句)입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8월 고용동향을 분석한 발표 자료에 담긴 것입니다.

    그것도 첫 페이지에 테두리를 둘러서 눈에 확 띄게 했습니다. 왜 고용지표를 분석하면서 비가 많이 왔다고 강조했을까요.

    8월 취업자 증가 폭은 21만2000명으로 4년 6개월 만에 최저치였습니다. 청년 실업률(9.4%)은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일자리가 최우선 국정 과제라는 정부가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쥔 거죠. 그렇다 보니 일용직을 고용하는 건설 현장에서 비가 많이 내리면서 공사 기간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강조하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고용 위축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현실을 보면, 내수 부진이 심각한 가운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인건비 부담이 커진 식당과 숙박업소가 직원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는 8월에 4만명이 줄었습니다.

    이것만 하더라도 정부 스스로 강수량 탓에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 일용직 숫자(3만명가량)보다 영향이 큽니다. 그뿐 아닙니다. 8월에 구직 단념자는 6만2000명이나 늘었습니다. 6월(2만9000명), 7월(4만명)보다 구직 단념자 증가 폭이 확대됐습니다. 워낙 경기가 나쁘다 보니 자영업자도 12개월 연속 늘어나다가 8월에는 감소(-3000명)로 돌아섰습니다. 강수량과는 상관없는 지표들이죠.

    현장에서는 새 정부 정책이 고용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부동산 규제 강화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축소는 실물 경기를 위축시키고, 급격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주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정책의 역효과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비가 많이 왔다"는 설명부터 꺼내니까 정부 안에서도 "정도가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고용지표가 더 나빠진다고 내다보고 있는데요. 그때는 어떤 '변명'이 등장할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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