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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보유세 강화? 15년만에 또 꺼낸 '헨리 조지 처방'

    입력 : 2017.09.05 03:11 | 수정 : 2017.09.06 09:35

    [추미애 대표, 부동산 적대시하는 130년前 주장 반복… 시장선 "盧정부 시즌2 예고"]

    - 19세기 헨리 조지 "토지에만 과세"
    땅으로 번 이득, 전부 세금으로… 盧정부때 부동산 정책 바탕 돼
    세금폭탄 역풍, 집값 잡기 실패

    - "사실상 종부세 강화하려는 것"
    전문가들 "토지 몰수 혁명 수준… 낡은 잣대로는 시장 안정 안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지대'(地代·땅의 사용료)를 불평등과 양극화의 원천으로 지목하며 '부동산 보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특히 추 대표는 미국의 경제사상가 헨리 조지와 1950년의 농지개혁(국가가 농지를 사들여 농민에게 배분한 정책)까지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시즌2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개인 토지를 몰수하는 '혁명'을 하자는 말이냐"며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문제라면 무조건 광분(狂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 대표, 사유 재산제 부정하나"

    추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금 한국 경제는 '지대 추구의 덫'에 걸려 있다"며 "필요하다면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력이 아무리 높아져도 지대가 함께 높아진다면 임금·이자는 상승할 수 없다'는 헨리 조지의 이론을 인용했다.

    연도별 종부세 납부 의무자 및 세액 외
    헨리 조지는 1879년 '진보와 빈곤(Pro gress and Poverty)'이라는 책에서 지주가 받은 지대를 전액(全額) 세금으로 환수하고 다른 모든 세금은 없애자는 '단일 토지세'를 주장했다. 현대사회의 수수께끼인 '풍요 속의 빈곤'은 공공의 것인 토지를 사유화하는 데서 비롯됐고, 땅으로 벌어들이는 불로소득 때문에 빈부 격차를 비롯한 문제가 심해진다는 논리에서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지는 사실상 토지를 국유화하자는 것"이라며 "사유 재산제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면 조지를 언급한 것 자체가 실수"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날 "불평등과 양극화의 원천인 고삐 풀린 지대를 그대로 두고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손 교수는 "배당을 바라는 주식 투자나 이자를 바라는 예금 가입도 지대를 받은 부동산 투자와 같이 자연스러운 이윤 추구 활동일 뿐"이라며 "부동산만 적대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추 대표는 또 "인구의 1%가 개인 토지의 55.2%를 소유하고 있고, 인구의 10%가 97.6%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부유층이 국토 대부분을 소유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추 대표가 인구의 1%라고 표현한 상위 50만명이 소유한 토지(2만6207㎢)는 전체 국토의 26%다.

    세금으로 집값 안정시킬 수 있나

    조지의 이론을 추종하는 이른바 '조지스트'들은 보유세 강화와 개발 이익 환수 강화를 부동산 시장 안정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여긴다.

    국내 대표적인 조지스트가 노무현 정부 때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다. 이 교수는 청와대 입성 전 교수 10여 명과 '헨리 조지 학회' 활동을 했고, 2002년엔 '헨리 조지, 100년 만에 다시 보다'라는 책을 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를 만들었고, 이정우 실장에게 위원장을 맡겼다. 김수현 당시 청와대 비서관은 위원회 실무를 전담하는 기획운영실장을 맡았다. 김 전 실장은 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당시 의기투합해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폭탄으로 집값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56.5% 급등했다. 그때도 "100여 년 전 낡은 이론으로 현대 한국 사회를 재단한 오류"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추 대표가 15년 만에 또 같은 이론을 거론한 것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세금을 올리면 집값이 내린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은 노동이나 자본처럼 모든 경제활동의 기본 요소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움직인다"며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해 통제하려고 하면 엉뚱한 곳에서 탈이 난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포석인 듯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여당 대표가 보유세 인상을 언급한 것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종부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모두에게 걷는 재산세 인상은 조세 저항이 더 크므로 사실상 부자에게만 걷는 종부세를 올리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정의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하다"며 "자기들의 신념을 고집하는 게 우선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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