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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이전에 분양받은 게 죄냐" 성난 피해자들

    입력 : 2017.09.04 18:51 | 수정 : 2017.09.04 18:57

    “국토부에서는 금융위에 물어보라고 하고, 금융위에서는 기재부에 물어보라고 합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길래 청와대로 왔습니다. 저희는 투기꾼이 아니라 국민입니다!”

    4일 오전 11시쯤 ‘8·2 부동산 대책’ 집단대출 중도금 피해자 모임 20여명이 청와대 앞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2000여명을 대표해 나왔다는 이들은 “우리에게 죄가 있다면 8월 2일 이전에 합법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뿐”이라며 “몇 년 동안 수천만원 계약금을 모아 아파트를 분양받은 우리가 어떻게 투기꾼이고, 적폐 세력이냐”고 외쳤다.
    4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8·2부동산 대책 집단대출 중도금 피해자 모임’이 “대출을 끼고 산 집에 살면서 새집을 꿈꿨다고 적폐 세력이냐”며 “우리도 국민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정부가 이달 중 추가 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8·2 대책으로 피해를 봤다는 실수요자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의 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보완·수정이라는 명분으로 수차례 규제 적용 범위와 대상을 변경하면서 주관 부처로 문의·항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달 중 추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정부가 성급하게 대책을 발표해 피해가 크다”는 반발이 거세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청원, 성명 발표, 연명부 제출 등 저항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발 본격화속 타는 분양자들

    이번 대책 발표 이전에 분양 계약을 맺었다가 대책으로 인해 대출이 축소되거나 거부당한 당첨자들은 인터넷 카페·소셜미디어 등에서 모임을 만들어 관련 기관을 방문하거나 청와대에 청원하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 소급 적용은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지난달 20일 시작한 국민청원은 일주일 만에 2342명이 참여했고, ‘양도세 비과세 조건(실거주 2년) 소급 적용을 철회해달라’ ‘세입자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은 금액을 늘려달라’는 등 관련 청원도 계속되고 있다. 2년 전 정년퇴직을 한 최상근(61)씨는 15년 된 청약통장을 사용해 생애 처음으로 노원구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계약금 1000만원과 중도금 6000만원도 납부했다. 최씨는 “나중에 월세를 받아 생활비에 보태거나 아들이 결혼할 때 증여하려 했는데 현재 살고있는 집이 있다고 5억여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알아서 마련하거나 7000만원을 포기하라고 한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기 지역으로 지정된 세종시 주민들은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 앞으로 연명부를 전달했다. 세종시민 1414명은 “8·2 부동산 대책을 소급 적용한 건 부당하다”는 내용의 ‘대정부 호소문’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앞으로 발송했다. 연명부에는 “현 정부 고위공직자 중에는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상당히 많은데 일반 국민은 2주택 이상이면 투기 세력이고, 다주택자인 정부 고위공직자는 당당한 것이냐”며 “국토부가 분양 물량의 50%를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 기관 종사자들에게 특별공급하는 것 역시 일반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20%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이모(36)씨는 육아를 도와주는 어머니와 가까운 곳에서 살기 위해 경기도에 있는 어머니와 본인의 집을 전세로 놓고, 서울 노원구 월계동 미분양 아파트를 어머니와 각각 1채씩 분양받았다. 이씨는 “국토부와 금융위를 3번이나 직접 찾아갔는데 어느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며 “정부 정책 때문에 나는 물론, 어머니까지 수천만원을 날리게 생겼는데 정부는 ‘건설사와 알아서 해결하라’며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선의의 피해자 막는 추가 대책 필요

    정부가 이달 중 추가 규제를 예고하면서 시장의 혼란과 갈등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우선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불만이 크다. 당초 금융 당국은 두 차례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책 전에 주택 매매계약을 맺었고, 기존 주택을 2년 안에 파는 1주택자는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혔는데 또다시 “기존 주택을 처분하겠다 해도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으면 LTV와 DTI를 각각 10%포인트씩 낮춰 적용한다”는 해석을 추가했다. 복잡한 대출 규제에 네티즌들은 ‘2주택 이상 양도세 계산기’ 등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정부 고위층 다주택 보유 사실도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다주택자이면서도 이를 처분하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유예기간 없이 소급 적용으로 기존에 합법적으로 이뤄진 계약에 대해 불이익을 준다면 시장의 혼란은 물론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추가로 발표되는 대책에는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선의의 피해를 막는 방안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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