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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도쿄나 베이징보다 비싼가?

  • 뉴시스

    입력 : 2017.08.27 14:29

    8·2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급등세가 다소 진정된 분위기지만 시장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향후 전망을 놓고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 여전히 물밑에서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고령화와 저성장이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집값이 과도하게 높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때 그리 높은 게 아닌 만큼 더 오를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집값, 특히 그중에서도 서울의 집값은 어느 정도일까. 이웃 베이징이나 도쿄를 포함해 세계 주요 도시에 비해선 어떨까?

    이 문제를 들여다기 보기 위해 우선 최근의 동향부터 집어보자.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투기잡기에 나섰다.

    첫번째 카드 였던 6·19대책으로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한층 강력한 8·2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최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주머니 속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강도 높은 8·2 부동산 대책 이후 일단 시장은 눈치보기에 들어간 상태다.

    8.2 부동산대책 영향으로 서울 강남3구 아파트 매매가가 하락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에는 급매물 등 매매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2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올랐다. 이는 지난주 변동률과 같은 수치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강동구와 송파구 주도로 0.03% 하락했다.

    또 9월 초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예정돼 있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아파트 거래가격을 시작으로 거래량과 신규분양 실적에서도 8·2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점차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정도의 상황은 아니겠지만 정부 대책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동안 당분간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부터 과열 양상을 보여온 부동산 가격은 정부 정책으로 우선 급등세는 진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세를 나타낼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한 논쟁은 점점 더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부동산 가격은 규제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재이며,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금리나 경기와 같은 거시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즉 부동산 가격의 절대적인 기준은 있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현재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준인지 아니면 낮은 수준인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서울은 도쿄나 베이징보다 소득대비 집값 비율이 낮다. /뉴시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하기 위해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 지표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도 한다.

    세계 국가와 도시의 비교 통계 정보를 제공하는 넘베오(NUMBEO)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280개 도시 가운데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국 베이징으로 42.2배를 기록했다.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은 가구의 소득수준에 비교해 주택가격이 적정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42이면 42년 동안 소득을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에 이어 중국 선전(39.4배), 홍콩(39.1배), 중국 상하이(37.3배) 등 중국 주요 도시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또 베트남 하노이(35.5배), 인도 뭄바이(39.6배), 태국 방콕(21.7배), 이탈리아 로마(20.5배), 대만 타이베이(19.8배) 등도 서울보다 높았다.

    일본 도쿄는 17.7배로 30위를 기록했고, 한국 서울은 17.4배로 34위를 차지했다.

    스웨덴 스톡홀롬(15.9배) 40위, 캐나다 밴쿠버(15.2배) 45위, 스페인 바로셀로나(13.8배) 56위 등은 서울보다 아래에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10.2배) 114위, 독일 베를린(9.4배)로 131위, 프랑스 리옹(9.1배)로 137위 등은 100위권 밖에 위치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정원일 연구원은 “전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34위에 해당하는 수준은 높다고 느낄수도 있고 낮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높지는 않다는 것”이라며 “서울 보다 PIR이 높은 도시로 베이징, 상하이, 방콕, 런던, 로마, 모스크바, 상파울루 등이 포함돼 있어 서울의 주택가격이 체감상은 높지만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담보대출을 받은 금액이 소득 대비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면 가계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작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8%다. 스위스(128.4%), 호주(123.1%), 노르웨이(101.6%), 캐나다(101.0%) 보다는 낮지만 이 비율을 집계하는 42개국 가운데 8위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최근엔 인구 고령화 문제가 집값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높다. 우리나라는 올해를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고령층(65세 이상)에 대거 진입함에 따라 인구고령화로 인한 주택 수요 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와 경제 구조가 유사한 일본이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된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 붕괴가 맞물리면서 장기간 주택가격 하락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집값 폭락 사태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 부동산 폭락 직전 상황과 비교했을 때 한국 부동산 시장 상승률이 일본만큼 가파르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일본은 버블 붕괴 직전인 1986~1990년 동안 6대 대도시의 연평균 주택 지가(地價) 상승률이 22.1%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주택가격은 소비자물가 정도인 3~5%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조동철 금통위원은 “일본은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가 1990년대 초부터 급격히 내려왔는데, 소비자 물가는 안오르는 가운데 집값만 올랐다가 꺼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다행히 이 정도의 부동산 버블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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