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25 11:04 | 수정 : 2017.08.25 17:36
[이슈 분석] ‘8·2대책’ 후폭풍으로 전셋값 폭등할까?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부 지역 중심으로 하락 징후가 보이고 있다.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집값 하락에 따른 반작용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괴담(怪談) 수준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실제 서울 일부 아파트는 두 달 새 전세금이 6000만원씩 올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과장됐다”며 “과거처럼 전셋값 폭등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집값 약세…재건축 이주 여파로 전세금 올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2 대책 이후 2주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03%, 0.04%씩 하락했다. 대책 발표 1주일전 0.3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크다. 반면 전세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오히려 0.02%, 0.01%씩 올랐다. 전주(0.08% 상승)와 비교하면 상승폭은 둔화했지만 하락 국면으로 접어든 매매가와 달리 여전히 상승세였다.
재건축을 위한 주민 이주가 시작됐거나 예정된 지역에서는 전세금이 들썩거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주를 시작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인근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 전세금은 두 달 전 5억7000만원에서 최근 6억3500만원으로 6500만원 올랐다. 올 하반기 서울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는 약 5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전세금이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주택대출 규제로 발이 묶인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전세 시장으로 몰려 전세금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논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 매매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자가 급증하면서 전세금이 큰 폭으로 오른 전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더 오르긴 어렵다”…계속 상승 의견도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전세금 폭등이 일어나기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과거와 달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전세금이 더 오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당시 서울 전세가율은 38%에 불과해 매매가격이 주춤해진 반작용으로 전세금이 뛰었고, 결국 전세금이 매매가와 맞붙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지금은 서울 전세가율이 70%대까지 올라 과거처럼 전세금이 폭등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전세금 상승세는 가을 이사철을 맞아 계절적 요인과 송파·강동구의 재건축 이주 수요 집중에 따른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영향이 크다”면서 “수도권의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이 많아 금융위기 당시처럼 전세금이 현저하게 오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많지 않지만 2019년 1분기까지 수도권에선 분기당 8만여가구씩 새 아파트가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전세금 추가 상승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전세 수요가 아직도 꾸준하기 때문에 우상향(右上向)할 것이란 주장이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동구처럼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고, 이번 대책으로 그동안 전세 공급자 역할을 한 갭(gap) 투자자들이 줄면서 전세금은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미친 전세’처럼 폭등까지는 아니어도 전세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많다”면서 “전세금이 계속 오르다 보면 수요자들이 다시 매매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반면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8·2 대책으로 갭 투자자가 줄었다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잔금 마련이 어려운 수요자가 늘어나 전세 물량이 증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수도권 입주 물량이 쏟아져 전세금이 더 오르기는 어렵고 보합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8·2 대책보다 시중 금리의 향방이 더 중요하다”면서 “지금처럼 저금리가 이어지면 전세금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