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24 18:38
다시 제기되는 버블 논쟁
美 주택 재고비율 30년 만의 최저
中 베이징 작년 10% 오르고
호주 시드니도 1년새 12%↑
각국, 고강도 금융규제는 꺼려
"경기 회복·실수요자 뒷받침…2008년 버블 때와는 달라"
전 세계 주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급락했던 전 세계 주택 가격이 최근 저금리와 경기 회복 바람을 타고 급상승, 2008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주택 동향' 보고서에서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가 지난 금융 위기 직전 '버블' 상태였던 2005~2008년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미국·중국·독일 등 글로벌 오름세
2008년 금융 위기의 진앙이었던 미국 주택 시장이 심상치 않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주택 가격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6.7% 증가했다. 2011년 3월 최저치보다 50% 상승했고, 전 가구 대비 주택 재고 비율도 1.9%로 30년 만에 가장 낮다. 요즘 미국 주택 시장 관련 기사를 보면 '버블'이란 단어를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다. CNBC는 이달 초 덴버, 휴스턴, 마이애미, 워싱턴 D.C. 등 4개 도시 집값이 주민 소득 등 지역 경제 수준에 맞는 적정 집값의 10%를 넘어섰다며 이들 도시에 대해 '버블'을 경고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호주의 경우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시드니와 멜버른 주택 가격이 각각 12.2%, 13.7% 올랐다. 캐나다도 지난 6월 6개 대도시의 단독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2.7% 상승했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주택 가격은 작년 한 해 동안 10% 올랐다. 지난 7월 기준 한국 주택 가격도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약 10% 상승했다.
◇"고강도 금융 규제는 꺼려"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호주 은행은 최근 대출 금리를 올렸고,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주(州)는 지난 7월부터 외국인 주택 구매자에게 부과하는 특별 부과세 세율을 4%에서 8%로 올렸다. 이달 캐나다 중앙은행은 7년 만에 기준 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렸다.
중국 베이징시는 지난 3월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았다. 두 번째 주택을 구입할 경우 계약금 비율을 기존 50%에서 60%로 올렸다. 또 상업용 부동산의 용도 변경을 제한하고, 부동산 중개업체 이용 및 위장 이혼에 의한 대출도 금지했다. 개인 소비 등을 위해 대출한 금액을 부동산 계약으로 전용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관련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독일의 경우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는 메르켈 정부가 주택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독일 정부는 최근 법 개정을 통해 금융 규제 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늘렸다. 네덜란드도 작년부터 103%였던 LTV(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매년 1%씩 낮추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대출을 급격하게 조였다가 경기 전반의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의 사례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가 아직까지 고강도 금융 규제 도입까지는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가격조정 예상에도 "버블로 보긴 어렵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지난 15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인 1079명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58%가 "2년 안에 주택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또 83%는 '지금이 집 팔 적기'라고 답했다.
포브스는 "지난 50년간 주택 가격 사이클을 보면 7~10년마다 반복된다"며 "2006년 최고치를 찍은 다음 하락해 2012년 반등, 지금까지 오른 만큼 고점(高點)에 다다를 시기가 다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0년 전 주택 시장이 개인이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빚을 지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매우 보수적"이라며 "이번 주택 가격 상승에는 일자리 증가 및 경제 회복도 영향을 줬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고 소개했다. 블룸버그도 독일 주택 시장과 관련,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안정적이고 주택 건설 실적도 상당해 '버블'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뉴욕의 경우 아직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집값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도시마다 가격 상승 편차가 크다"며 " 실수요가 뒷받침하고 있어 이전과는 시장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