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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 '8·2' 후폭풍… 그래도 서울·부산이 유망"

    입력 : 2017.08.23 15:12

    '8·2 부동산 대책' 이후 하반기 분양시장 전망… 10大건설사 임원 10명 설문 조사

    "분양 경기 소폭 악화"
    강력한 대출 규제와 전매 제한, 아파트 분양 시장에 타격 줄 것

    대다수 "일단 예정대로 분양"
    정부정책이 주택시장 최대변수… 9월 예정된 추가 대책에 촉각

    하반기 투자 유망지역
    "강남불패 그냥 나온 말 아니야" 2명은 서울에서도 강남 선택

    "8·2 부동산 대책으로 메이저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건설사도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본지가 23일 국내 10대 건설사 주택 분양 담당 임원을 상대로 '8·2 대책 이후 아파트 분양시장 전망'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다. 10명 대답이 모두 비슷했다. 대책에 담긴 강력한 대출 규제와 전매 제한 조치 등이 분양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얼마나 나빠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9명이 '소폭', 1명은 '대폭'이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하며 "시장 상황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임원은 "강한 대출 규제로 투자자는 물론이고 실수요자조차 자금력이 없으면 선뜻 청약에 나설 수 없게 됐다"며 "서울을 포함해 전국 분양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8·2 대책 발표 이후 분양 시장은 확실히 열기가 식은 모습이다. 모델하우스 개장 첫날 수백m씩 늘어서던 대기 행렬이 사라졌고, 이동식 분양권 거래업체인 '떴다방'도 모습을 감췄다. 수백대 1을 곧잘 넘기던 청약 경쟁률도 최고 두 자릿수로 내려왔다.


    그래픽=송윤혜 기자
    그래픽=송윤혜 기자
    "정부 정책이 아파트값 최대 변수"

    10대 건설사는 분양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대다수가 '일단 예정된 분양 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림산업만 "상황에 따라 분양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홍록희 대림산업 건축사업본부 상무는 "9월로 예정된 가계부채종합대책 등 추가 대책 등의 향방을 보고 사업장 특성에 따라 분양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 담당 임원들은 금리 인상이나 입주량 급증 등 다른 어떤 변수보다도 정부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하반기 주택사업 최대의 변수'를 묻는 질문에 10명 전원이 '정부 정책'을 선택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곽은상 대우건설 주택사업담당 상무는 "정책 중에서도 대출 규제의 효과가 컸다.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관망세로 돌아선 모습"이라며 "투자자들 역시 규제를 강하게 받는 아파트를 대신할 다른 상품을 찾을 가능성이 큰 만큼 매수 심리 위축이 하반기 시장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 2명은 정부 정책 외에 복수(複數) 응답으로 '금리 인상'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김돈상 롯데건설 마케팅부문장(상무)은 "금리 상승에 따른 유동성 문제와 지역별 입주 물량 등이 겹쳐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도 '서울', 그래도 '강남'"

    8·2 대책 이후 서울 전체 집값 전망을 묻자 1명이 '보합'을 선택했고, 나머지 9명이 '소폭 하락'을 선택했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 11개 구(區)는 최고 강도의 규제를 받는 '투기지역'으로 묶인 여파가 오래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통계로 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8·2 대책 이후 3주 연속 상승 폭이 줄고 있다.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조차 전매 제한 규제 등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2주 연속 가격이 하락했다.

    그럼에도 올 하반기 투자 유망 지역으로 여전히 '서울'을 꼽는 의견이 많았다.(4명) 강석태 GS건설 건축기획담당 상무는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투기 수요가 일부 이탈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실수요자 위주의 대기 수요가 풍부해 신규 아파트 분양에서는 양호한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 중 2명의 임원은 정부가 집값 급등의 원흉(元兇)으로 보는 '서울 강남'을 투자 유망지로 꼽았다. 익명의 임원은 "강남 불패(不敗)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며 "좋은 곳에 살고 싶은 욕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특히 강남은 재건축 규제로 공급이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4명은 '부산'을 선택했다. 부산은 지난 6·19 대책에서는 7개 구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됐지만, 8·2 대책에서는 더 강한 규제가 가해지지 않았다. 김건용 현대산업개발 영업지원팀 상무는 "단기적으로는 부산이, 장기적으로는 성남·인천 등 규제를 피해간 경기 지역이 유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8·2 대책을 피해간 경기권 지역이 유망하다고 본 응답자는 3명. 강석태 GS건설 상무는 "이번 규제에서 제외됐으면서 GTX 개통 등의 호재가 있는 김포·일산 등에서는 풍선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하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주택사업부장(전무)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을 피한 경기권 지역의 중심가나 10년 이상인 아파트가 70% 이상인 곳, 주택보급률 100% 이하인 지역 등은 여전히 집값 상승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반기 서울 분양 물량, 작년의 2배

    10대 건설사 중 절반은 8월 이후 분양 예정 물량이 작년보다 많은 상태다. 작년보다 물량이 줄어든 곳도 절반이었지만 감소 폭이 크지 않았다. 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포스코건설로 8월 이후 분양 물량이 2만1743가구였다. 이는 포스코건설이 작년에 분양한 전체 물량(1만6000가구)보다 많다. 현대건설은 작년 8월 이후 물량(1만606가구)과 비슷한 수준인 1만1078가구를 분양할 예정이고, 대우건설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00여 가구 적은 1만7296가구의 분양에 나선다.

    특히 올해는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서울 전체의 분양 물량이 증가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8월 이후 서울에 분양되는 물량은 1만6233가구로 작년(9484가구), 재작년(8295가구) 같은 기간의 약 2배 수준으로 많다. 9월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를 분양하고, 같은 달 대우건설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4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을 분양한다. 10월에는 현대건설이 북아현1-1 구역을 재개발하는 '힐스테이트 신촌'을 선보이고, 12월 현대엔지니어링은 개포8단지 재건축 단지를 분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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