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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과열 식힐 규제의 정상화" "多주택자 규제, 더 큰 부작용"

  • 조명래 단국대 교수
  • 권대중 명지대 교수

    입력 : 2017.08.20 23:55

    ['8·2 부동산 대책' 어떻게 봐야 하나]

    조명래 단국대 교수
    조명래 단국대 교수

    [조명래 단국대 교수]

    지난 두 정부, 전방위적 규제완화
    假수요 '땔감'으로 시장 과열

    청약 1순위 자격·대출 규제 강화…
    빗장 풀린 규제 제자리로 돌린 것
    보유세 강화·후분양제 등 갈길 멀어

    8·2 부동산 대책은 최근의 부동산 이상 과열을 잠재우기 위한 새 정부의 첫걸음이다. 8·2 대책이 나온 배경을 보면, 서울의 집값이 8·2 대책 전까지 43주 연속 오르고 있었고,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도 한 달 사이 1억원 급등했다. 조정 지역 바깥에선 청약경쟁률이 새 기록을 계속 달성하고, 집값 오름세도 강북을 넘어 서울 전역, 나아가 수도권 일원으로 옮아갔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시장 활황의 관성이 새 정부의 미온적이었던 6·19 대책과 맞물려 더욱 내성을 키워왔던 것이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와 다주택자를 집중 겨냥한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경.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와 다주택자를 집중 겨냥한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경. /김연정 객원기자

    문제는 최근의 이러한 부동산 시장 과열이 시장 스스로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난 두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풀었던 규제 완화가 만들어낸 '가(假)수요'란 땔감에 의한 것이란 점이다. 예컨대 청약경쟁률이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2014년 청약 1순위 자격 완화로 국민 4명 중 한 명이 1순위 자격을 갖게 된 것의 결과다. 갭투자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넘어 가구원에까지 저리 대출의 문을 열어준 결과다. 주택 거래 중 3분의 1이 시세 차익만 노린 분양권 거래인 것은 분양권 전매제한을 철폐한 결과다.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도록 여러 규제를 풀었지만, 최근 집 거래에서 주택 보유자가 반을 차지한 것은 보유세 완화에 이은 다주택 중과 철폐의 결과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지난 2년 동안 배로 폭증한 것은 분양가 상한제 철폐의 결과다. 규제 빗장이 이렇듯 대부분 풀린 상태로는 최근과 같은 부동산 시장 불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올바른 부동산 대책'이란, 뭔가를 새롭게 내놓는 게 아니라 지난 9년간 41차례의 대책을 통해 완화해 온 부동산 관련 대출·세제·공급 규제를 하나하나 검토해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8·2 대책에서 제시된 청약 1순위 자격의 강화, LTV·DTI 등 대출 규제 강화, 다주택 중과,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입주권 양도 제한 등 재건축 규제 강화 등은 이런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8·2 대책의 본질은 '규제의 정상화'인 것이다.

    다주택자의 투자와 편법 증여 등 가수요가 띄운 집값 그래프

    그간 8·2 대책에 제기된 비판은 '규제 강화'에만 집중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규제로 돌아간다는 비판이 대표적인 예다. 규제 완화 이전으로 되돌리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8·2 대책이 지난 9년 동안 풀린 규제 완화를 모두 거슬러 올라가는 정도는 결코 아니다. 혹자는 더 나아가 '규제 중심의 8·2 대책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엔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부분이 적잖다. 현재의 이완된 시장 규제를 그대로 둬야 하느냐고 반문하면, 과연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8·2 대책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수요 억제보다 '공급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규제 완화로 공급과잉을 우려했던 게 바로 최근의 일이다. 올해 수도권과 서울의 분양 예정 물량은 지난 5년, 10년 평균을 각각 61%, 85%를 초과하고 있다.

    규제 강화로 인한 시장 냉각, 나아가 경기 위축 주장도 시장주의자들의 의례적인 반발이다. 다주택 중과세 복원은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감으로써 임대주택 공급 등과 관련된 그들의 긍정적인 역할을 평가절하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는 다주택으로 표현되는 소유 집중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왜곡 문제를 너무 가볍게 본 데서 나온 주장이다.

    8·2 대책은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투기 과열을 일정 기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고도 성장기에 구축된 공급 중심의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을 전환하기엔 역부족이다. 보유세 강화, 후분양제로의 전환, 임대료의 사회적 관리, 주거복지재정 확충 등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 8·2 대책은 이러한 긴 여정을 떠나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
    권대중 명지대 교수

    [권대중 명지대 교수]

    세금·대출·청약 묶은 최강 규제
    지나친 규제는 부동산 시장 왜곡
    多주택자 모두를 죄인 취급
    집 팔아치우면 전·월세 급등 우려
    팔지 않고 견디면 집값 상승 요인

    세금·대출·청약을 모두 묶은 8·2 부동산 대책은 역대 최강의 규제정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번 대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8·2 대책에 담긴 정부의 철학은 '규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월부터 시행된 '부동산 3법', 즉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정비사업구역 내 최대 1가구 3주택 허용 등과 함께 시작됐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 일변도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왜곡시킨다. 이미 시장이 얼어붙고 거래절벽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주택 시장에서 다주택자 등 가수요가 가격 급등의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103.5%이며 자가주택보유율은 59.9%라고 발표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40.1%는 무주택자이며, 다주택자가 없다면 주택보급률 103.5%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다주택자 중에는 투기꾼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민간 임대 주택의 공급자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 다주택자 모두를 일률적으로 죄인 취급하듯 양도세 중과의 세금 폭탄을 안기고 있다. 정부는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을 유도하고 있지만, 당장 집주인들은 의료보험료 등 부담 때문에 꺼리고 있다. 현 정부는 결국 임대사업 등록 의무화나 보유세 인상까지도 검토할 것이다.

    너무 강한 8·2 부동산 대책과 그 후폭풍 정리 그래프

    이처럼 가수요를 무조건 죄악시한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다주택자 입장에서 8·2 대책에 따른 선택지는 두 가지다. '팔거나, 혹은 안 팔거나.' 우선 팔아치우는 경우를 보자. 일시적으로 매매가격 가격 하락이 나타날 것이다. 가격이 하락하면 추가 하락 기대감으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주택 구입을 미루고 전·월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이번에는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다. '더 약한 계층'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 장기적으로 벌어질 일이다. 적당한 수준의 거품조차 없는 시장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매력이 없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공급이 줄어들면 수년 후 가격 급등의 불씨가 된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 급등은 근본적으로 IMF 사태 직후 수년간 새 아파트 착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이번에도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다주택자가 집을 팔지 않고 견디는 경우다. 노무현 정부 때의 규제 이후를 돌이켜보자면, 이번에도 대부분 양도세 폭탄을 맞아가며 팔기보다는 5년만 견디자는 보유 쪽으로 관망하는 다주택자가 많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시중에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대책이 잉태한 가격 상승의 요인은 또 있다.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에 대한 강력한 규제다. 서울은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부족한 상태다. 재건축·재개발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규제에 직면한 상당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장기전을 준비 중이다. 공급이 더욱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다주택자 양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 상당수 다주택자는 글로벌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이는 정부가 유동자금이 생산적 산업 현장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유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거나 공급이 어렵다면 규제보다는 수요 분산 정책을 써야 한다. 물론 투기와 전쟁은 필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서민이 소외돼서도 안 된다. 다주택자도 시장의 일원으로 인정하며 끌어안고 가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서민들의 주거 안정, 나아가 사회 안정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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