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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지방→수도권→서울로 확산"

    입력 : 2017.08.16 19:12 | 수정 : 2017.08.16 19:30

    전문가들 부동산 한파 우려… '매수 우위 지수' 100 이하로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 광고가 줄지어 붙어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급랭했다. 약세장(場)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6개월~5년으로 의견이 갈린다./연합뉴스
    “지방에서 시작한 집값 하락 분위기가 내년 상반기 경기도, 하반기엔 서울로까지 확산할 겁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
    “정부가 완전히 숨통을 막으면서, 서울 집값은 앞으로 4~5년간 내릴 수 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따른 충격파가 퍼지면서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에선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입주 물량 증가로 ‘역(逆) 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2 부동산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이라도 과열 조짐이 있으면 즉각 추가 조치를 내리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나 정부의 추가 규제가 더해질 경우 집값 하락은 물론 실물 경기가 걷잡을 수 없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집값 내림세, 지방→경기→서울로 확대”

    1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매수 우위 지수’가 지난 7일 기준 95.7을 기록, 올해 5월 15일 이후 12주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100 이하면 매도세가 매수세보다 높다는 의미다. 8·2 대책 이전인 지난달 31일 148.7을 기록한 것을 보면 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달 들어 서울 강남권에선 집주인들이 호가(呼價)를 수억원씩 내린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물건만 나오면 바로 사겠다는 사람에게 8·2 대책 이후 연락했더니 ‘좀 더 지켜보겠다’며 전화를 끊더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8·2 부동산 대책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입주 물량이 급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 가격 하락은 올 하반기 지방 시장에서 시작해 내년엔 서울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집값 하락을 전망하는 근거로는 경기도 지역의 입주 물량 증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성 저하, 양도소득세 인상, 고가 주택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 등이 꼽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경기가 약 10년 단위로 상·하향 사이클을 탄다고 볼 때 서울 집값은 올해 말이나 내년에 고점(高點)이 예상됐다”면서 “그런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에 철퇴를 가하면서 상승 흐름이 일찍 끝나고, 하락 사이클이 앞당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8·2 대책으로 국내 부동산 경기가 6개월~1년 정도 급격히 하락했다가, 현 정부 임기까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L’자형 그래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부동산114,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정권 말까지 경기 위축” vs “조만간 반등”

    반면 부동산 경기 위축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규제가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를 무시한 것이어서 집값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원리를 무시한 무리한 수요 억제책으로는 집값이 안정되기 어렵다”면서 “유사한 제도를 운용했던 2005년만 해도 서울 전체와 강남 아파트 상승률은 각각 9.08%, 13.53%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거래절벽’이 있겠지만, 서울 등 인기 지역에 대한 이주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에 8·2 대책 효과는 길어야 6개월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계속해서 강력한 규제를 내놓고 있어 이번 정권 동안은 서울 집값이 보합이나 하락세를 기록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재건축 이주수요·강남권 주거 수요 등에 비해 공급이 적어 전·월세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고, 이번 정권이 끝나고 나서 집값이 폭등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침체, 고용에 악영향”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국가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건설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45.1%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2~3년간 아파트 분양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아파트 등 주택시장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평균 20%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경제 성장의 5분의 1을 주택 시장에 의존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건설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작년 4분기 75%를 기록했다가 올해 2분기 56%로 둔화했지만, 5분기 연속 50%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건설 경기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과도 연관이 크다. 건설업이 전체 취업자 증가에 기여한 비율은 작년 3분기 12%에서 올해 2분기 42.8%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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