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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매 응찰자, 상위 15건 중 서울은 0건

    입력 : 2017.08.15 23:45

    [8·2 부동산 대책 충격파… 경매 시장까지 급랭시켜]

    낙찰률·낙찰가율·응찰자 수 등 경매 3대지표 서울만 모두 하락
    대출 제한되며 자금 마련 차질
    투자자·젊은 실수요자 빠져나가 자산 많은 은퇴세대 혜택 볼 듯
    부산·경기 등 지방은 경매 열기 "규제 피해 돈 몰리는 풍선효과"

    지난 9일 서울 중앙지법 경매법정. 강남구 양재동의 전용면적 206㎡ 고급 빌라 한 채가 경매에 나왔다. 이미 한 차례 유찰된 이 물건의 최저가는 9억6000만원. 전세 시세만 해도 8억원 안팎이어서 경매업계에서는 초여름부터 '알짜 물건'이란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경매 결과는 유찰. 단 한 사람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경매 컨설턴트 정모씨는 "이번에 충분히 주인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좀 놀랐다"며 "8·2 대책의 충격이 생각보다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쏟아진 '8·2 부동산 대책' 집중포화는 뜨겁게 달아오르던 경매시장까지 급랭시켰다. 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인 '낙찰가율'이 10%포인트가량 급락했고, 응찰자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대출 규제가 경매에 나온 주택에 대해서도 일반 주택과 똑같은 기준으로 가해진 탓이다. 관련 지식을 가진 투자자가 많아 '선수들의 리그'로 통하는 경매 시장의 특성상 다주택자 규제의 영향도 일반 주택 시장보다 더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경매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 같다"면서도 "젊은 세대보다는 자산을 축적한 은퇴 전후 세대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경매 3대 지표 모조리 하락

    서울 경매 시장의 열기는 8·2 대책 이후 급격히 꺾였다. 15일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이 8월 2~11일 전국 아파트 경매 현황을 7월과 비교한 결과, 서울은 경매의 주요 지표인 ▲낙찰률 ▲낙찰가율 ▲건당 평균 응찰자 수가 대책 이후 모조리 급락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이 8·2 대책 이후 주요 지표가 동반 급락하면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이 8·2 대책 이후 주요 지표가 동반 급락하면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 /성형주 기자

    우선 낙찰률이 61.3%에서 52.4%로 9%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절반이 유찰됐다는 의미다. 8일 서울서부지법에서는 경매로 나온 주택 29채 중 18채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7월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권리상 하자가 없는 아파트 물건은 100% 첫 입찰에서 바로 낙찰됐다. 광진구 광장동 청구아파트 전용면적 85㎡(감정가 6억1400만원), 송파구 가락동 프라자아파트 134㎡(감정가 8억원) 등 시장의 관심을 끌던 물건들도 유찰됐다.

    낙찰가율 역시 99.1%→89.5%로 크게 떨어졌다. 월간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80%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5월(89.6%) 이후 처음이다. 지난 5월에는 101.5%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 중이었다. 지난달 하순에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삼호4차 아파트 전용 50.2㎡가 같은 달 초순의 실거래가인 3억1000만원보다 700만원 높은 가격에 낙찰됐었다.

    "자산 가진 은퇴 전후 실수요자엔 기회"

    서울은 건당 평균 응찰자 수도 12.6명에서 5.4명으로 반 토막 아래로 내려갔다. 이는 2013년 7월(5.1명) 이후 4년 만의 최저 경쟁률이었다. 지난달만 해도 전국 법원에서 이뤄진 아파트 경매에서 응찰자 수 상위 15건 중 9건이 서울 아파트였지만,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 물건은 상위 15건에 단 한 건도 포함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와 '젊은 세대'가 서울 경매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본다. 익명을 요구한 경매 컨설턴트는 "대출이 제한되면서 대출레버리지를 활용하던 투자자가 경매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면서 "30~40대 실수요자도 대출 규제로 경매 참가를 포기하는 케이스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금 자산을 모아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기회인데, 결국 50~60대가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8·2 대책 여파가 없거나, 투기과열지구 아랫단계 지역(조정지역) 경매 시장은 8월 들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풍선효과 조짐도 나타난다. 부산 경매 시장에서는 낙찰률이 45.1%→62.5%로 급등했고, 낙찰가율도 94.6%→98.9%로 올랐다. 경기도도 낙찰률이 3.9%포인트, 낙찰가율은 0.7%포인트가 올랐고, 인천은 건당 평균 응찰자 수가 60%가량 늘고, 낙찰가율도 올랐다. 지난 8일 경매에 나온 인천 송도동 더샵그린스퀘어 전용 98㎡ 아파트에는 46명이 몰렸고, 감정가 5억4000만원을 넘은 5억4899만원에 낙찰됐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인천의 경쟁률 급등은 서울 지역 투자 수요가 규제를 피해 몰려온 '풍선효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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