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07 00:03
[8·2 대책 후 첫 주말 시장은]
- 대다수 지역 거래 소강상태
양도세 폭탄 맞은 다주택자 "싼값에 파느니 물려주겠다"
- 매도인·매수인 치열한 눈치싸움
분당·동탄·일산 등 서울 접경, 풍선효과로 호가 오르기도
# 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84㎡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 3일간 25억~26억원에 최소 네 채가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대지 지분이 커 재건축 후에 새 아파트를 두 채까지 받을 수 있어 지난달까지 최고 27억원에 거래됐고, 호가(呼價)는 28억원까지 올라갔던 단지다.
# 박모(62)씨는 자신이 가진 서초구 잠원 신반포2차(재건축 예정) 아파트 한 채를 아들에게 현물로 증여하기로 결심했다. 3주택자인 박씨는 당초 이 아파트를 팔아 그 일부를 아들 사업 자금에 보태주려 했지만, 8·2 대책에 따라 내년 4월 이후 양도세가 1억7000만원에서 3억3000만원으로 급등하게 되면서 마음을 바꿨다. 그는 "시장 분위기가 나쁠 때 싼값에 파느니 차라리 기준 시세가 낮아지는 점을 이용해 아들에게 물려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8·2 부동산 대책의 집중 타깃이 된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거의 중단되면서 관망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이전 호가 대비 많게는 3억원까지 떨어진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인 시세 하락 여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숨죽인 강남 재건축, 3억원 낮춘 급매물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강철수공인중개사 측은 대책 이후 상황에 대해 "문의 전화는 들어오는데, 살 사람 팔 사람 모두 전혀 적극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매수 희망자는 "내년 3월까지 값이 더 내리길 기다리겠다"고 하고, 매도 희망자는 "양도세 인상은 최악의 경우 안 팔면 그만 아니냐"고 하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를 중개하는 태양공인중개사무소 박효근 대표는 "정부가 대책을 통해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조합원 지위) 거래를 전면 금지시키면서 거래 가능한 물건 자체가 많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했다. '양도세 폭탄'을 맞게 된 다주택자 중 일부는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들은 전했다.
사업 지연으로 예외적으로 시한부 거래가 가능한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매수인 우위' 속에서 급매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신청 예정일인 이달 9일까지는 거래가 가능하다. 지역 K공인중개사 측은 "일부 집주인은 자금이 부족한 매수인을 위해 '2년간 내가 시세 이상의 전세금을 내고 살아주겠다' '일단 소유권부터 가져가고, 부족한 돈은 담보 설정 뒤 천천히 지불해도 된다' 등의 조건까지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도 전용 84㎡ 기준 최고 1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3000만~5000만원 하락했다.
경기 분당·동탄·일산 등 서울 접경에서는 '풍선 효과' 기대감에 따른 호가 상승이 나타난다. 이길우 분당 공인중개사협회장은 "대책 이후 매수 문의가 다소 늘었고 호가도 몇천만원씩 더 붙었다"고 했다.
◇"인기지역 가격, 향후 반등 가능성"
전문가 사이에서는 “대책의 충격은 분명히 있지만, 가격이 얼마나 내릴지는 지켜봐야 안다” “크게 내린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다. ‘수요가 가격 하락을 막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반포주공1단지 전용 84㎡의 경우 2일 대책 발표로 가격이 25억원까지 내려가자, 나흘 새 26억원짜리 매물까지 모두 팔려나갔다. 일부 조건이 나쁜 경우를 제외한 잔여 물량의 호가는 6일 기준 ‘27억1000만원’까지 반등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도 인근 중개업소에 ‘1억~2억원 이상 싼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매수인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가 ‘장기전(長期戰)’을 대비하기 시작한 점도 이러한 전망에 설득력을 보탠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측은 5일 언론 인터뷰에서 “조합 설립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졌다. 장기적으로 보고 있고, 정부 정책이 바뀌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서울 인기 지역은 그러지 않아도 수요는 많고 공급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대책으로 시중 유통 물량 자체가 급감했다”며 “이런 지역의 경우 내년 4월 양도세 인상이 실제로 이뤄지고 나면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