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03 03:15
[세금·대출·청약 전방위 규제 '8·2 부동산 대책']
25개區 모두 투기과열지구, 11개區는 투기지역 중복 지정
담보대출 이젠 40%밖에 못받아… 다주택자 양도세 重課
전문가들 "서울에 집 사지말라는 얘기… 경기는 반사이익"
경기는 과천만 지정… 서울서 수도권으로 투자 유도 효과도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책이 총망라됐다."(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서울에서는 사실상 집을 사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 같다."(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정부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2002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 25개 구(區) 전역을 한꺼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를 비롯해 마포·성동·노원·양천·영등포 등 11개 구는 규제 강도가 더 센 투기지역으로 옥죄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LTV (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과세와 금융 규제도 한꺼번에 쏟아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부동산 시장과 투기 수요에 가해진 전격 공습(攻襲)이자 집중포화"라고 말했다.
이날 대책은 역대 가장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꼽히는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에 맞먹는다는 평가다. 세금(양도소득세 강화), 대출(DTI·LTV 강화), 청약(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등 '3중'으로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는 규제가 포함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예상보다 약했던 6·19 대책과 달리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시장에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대책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한 달이 멀다 하고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임기 5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56% 올랐다"며 "찔끔찔끔 단계적 대책을 내놓아봐야 시장에 내성(耐性)만 생긴다고 판단했는지, 쓸 수 있는 모든 정책을 한꺼번에 쏟아낸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규제의 칼날은 다주택자와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를 겨냥했고,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 상품인 재건축 아파트에 집중됐다. 김현미 장관은 "서민은 평생 벌어도 내 집 마련이 힘든데 한편에서는 '아파트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다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구매하는 비중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2년 사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들이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액(差額·gap)을 활용한 갭 투자 등으로 집 사들이는 경우가 많아 집값 상승세가 지속한다는 뜻이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다주택자에 의한 투기 수요를 잠재워 주택 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추가 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세종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 상승률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저금리 영향 등으로 부동산 투자 수요가 여전한 만큼, 이번 대책으로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와 서울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과천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수도권 일부 지역은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과열된 서울 집값을 잡는 대신 투자 수요를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유도, 부동산 경기를 어느 정도 살리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 “광교·판교·하남 등 서울 강남 지역과 가까운 지역의 집값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전방위 규제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양질의 주거 환경을 찾아 서울에 진입하려는 수요까지 정부가 투기꾼으로 몰아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