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03 03:00 | 수정 : 2017.08.03 08:03
[8·2 부동산 대책]
15년만에 서울 전역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분양권 거래 금지
- 다주택자 투기 봉쇄
양도소득세, 2주택자는 10%p, 3주택자 이상은 20%p 더 내야
장기보유 특별 공제도 없애, 내년 4월 시행… '그 전에 팔라'
- 주택대출은 무차별 축소
무주택자도 집값의 40%만 대출… 3억 넘는 집 살땐 자금계획 신고
- "예상보다 강하다" 시장은 충격
"우린 안 올랐는데 왜…" 불만도… 전문가들 "당분간은 집값 약세"
◇'재건축'과 '다주택자' 정조준한 정부
이번 대책의 핵심은 2011년 해제돼 유명무실해진 '투기과열지구'를 강력한 형태로 부활(復活),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지역)에 적용한 것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지위를 거래할 수 없고,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여기에 정부는 규제를 대거 추가했다. 우선 재개발 조합원의 분양권 거래를 금지했다. 2주택 이상 보유한 가구에 대해서는 양도세 세율을 크게 높였고, 장기(長期) 보유자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특별 공제를 아예 없앴다.
양도세 세율의 경우, 2주택자는 기본세율이 10%포인트 높아지고, 3주택자는 20%포인트 높아진다. 1주택자도 지금까지는 '2년 보유'이던 면세(9억원 이하) 요건을 '2년 거주'로 바꿨다. 이 제도는 법 개정을 거쳐 내년 4월 시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간을 줄 테니 다주택자에게 빨리 집을 팔고 시장을 떠나라'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도 대폭 조인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로 낮췄다. LTV만 놓고 보면, 10억원 주택을 살 때 대출금이 6억원→4억원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DTI는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DTI가 40%라면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은 금융기관에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원 넘게 대출받을 수 없다.
이와 함께 3억원 이상 주택을 사는 사람은 자금 조달·입주 계획을 신고하도록 했다. '세무조사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청약 조건도 대거 강화했다. 청약 1순위 자격을 얻으려면 청약통장을 2년간 보유해야 하고, 24회 이상 납입해야 한다.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청약에선 추첨 없이 100% 가점제를 적용한다. 무(無)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을 따져 '꼭 집이 필요한 순서'대로만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강서 등 11개 구(區)와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했다. 투기지역에서는 양도세 가산세율이 적용되고,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도 어려워진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가능 건수가 기존 세대원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된다.
◇"집값 안 오른 지역 왜 규제" 불만도
대책이 발표된 이날 오후 서울 강남권과 마포 등지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김치훈 잠실에덴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더 내리겠지요'라고 물어오며 기다리겠다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소강상태가 이어지다 집값이 내릴 것 같다"고 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강모(49)씨는 "강남 집값이 수억원씩 뛸 때 1년간 우리 동네는 고작 2000만원 올랐는데, 갑자기 투기과열지구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예상보다 강한 규제이며 당분간은 시장이 충격을 받아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장기적 전망은 엇갈렸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이번 조치로 강남을 포함한 서울 집값이 상당 기간 안정될 것"이라며 "앞으로 가계부채 종합 대책과 금리 인상 등이 현실화하면 하락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중·장기적 가격은 정책을 뛰어넘는 수요·공급의 문제"라며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오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