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16 13:54 | 수정 : 2017.07.16 14:27
수도권에서 대규모 공급이 지속됐던 지역 중심으로 분양가격보다 분양권 가격이 낮은 소위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경기 용인·화성·김포·평택·양주 등이 대표적으로 공급 과잉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2월 이후 입주할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의 ‘리버에일린의 뜰’ 84㎡(이하 전용면적)의 분양권이 최근 3억699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분양가격 대비 300만원 정도 낮은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다. 김포한강신도시에는 분양권 대비 프리미엄이 아예 없는 ‘무피’ 분양권도 속출하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는 2000년대 후반 분양권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져 단지마다 입주자와 건설사 간 대규모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핫 플레이스’로 불리며 청약자들이 몰렸던 동탄2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올 연말 입주할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아이파크9.0’ 아파트의 101㎡는 분양권 가격이 3억8490만원으로 분양가격 대비 1500만원 낮다.
지난 3월 입주한 ‘동탄에듀밸리사랑으로부영’은 일부 주택형에서 분양가보다 최대 1000만원 싸게 거래된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 60㎡ 주택은 최근 2억9750만원에 실거래됐는데, 분양가는 2억9980만원이었다. 84.52㎡의 경우 이달에만 4건이 실거래 신고됐는데 모두 마이너스 프리미엄 상태로 팔렸다.
동탄2 신도시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동탄2신도시 내 모든 아파트 분양권 가격이 하락한 것은 아니지만, 입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남동탄 아파트의 분양권 중 일부가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양주에서는 ‘옥정센트럴파크푸르지오’가 올 상반기 동안 분양가 대비 1000만~2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처럼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최근 2~3년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경기가 회복되면서 건설사들이 대규모 공급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당시 분양했던 아파트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서 지역에 따라 집이 남아 돌고, 분양권 매물 가격도 하락하는 것이다.
이른바 ‘입주 폭탄’ 사태는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당장 다음달에만 전국 58개 단지에서 총 3만753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 2년 전 같은 기간의 평균 입주물량보다 64% 증가한 수치이다. 2015년 분양시장 활황 초기에 분양한 단지들의 입주가 줄지어 시작되는 것이다.
입주 물량이 늘면 전세금 시세가 하락해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입주물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집을 비워두거나, 새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낮아진 전세금으로 인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100%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 전세난’이 생길 수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예정 아파트는 37만8765가구로 역대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전 기록은 1999년 36만9541가구였다. 올해 기록도 내년에 곧바로 깨진다. 내년에는 43만4399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5년(2012~2016년) 연평균 입주량은 24만가구였는데 거의 2배 가까운 규모다.
특히 심각한 지역은 경기도다. 경기도의 지난 5년 연평균 입주량은 6만4743가구였는데, 올해는 두 배로, 내년에는 2.5배까지 각각 치솟는다.
전문가들은 지역에 따라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이 나오고, 전세금이 내리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 조절돼 가는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본다. 문제는 투자 심리가 위축돼 시장 전체가 급랭해 버리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시장이 급격히 가라앉으면 부작용이 큰 만큼 정부가 주택 시장 연착륙을 위한 모니터링을 더 철저하게 하면서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수급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