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09 19:43 | 수정 : 2017.07.09 21:13
"6·19 대책 이후 2주일 잠잠하다가 요즘 다시 아파트 매물이 나오는데, 그 사이 더 올랐네요."
서울 강남구 잠원동 신반포2차 아파트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강철수공인중개사무소 측은 9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68㎡는 지난달 초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다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에는 1000만원 내린 가격에 팔렸다. 하지만 이달 들어 시장에 나온 매물은 호가(呼價)가 '13억원'까지 올랐다. 강철수 대표는 "집주인 중 돈이 급한 사람은 5월부터 6월 초 가격 급등기에 대부분 팔았고, 아직 아파트를 쥐고 있는 이들은 배짱 편한 사람들"이라며 "솔직히 값이 더 내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6·19 부동산 대책'으로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잠시 주춤하던 아파트값 상승 폭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는 "7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0.2% 올랐다"고 9일 밝혔다. 지난주 상승률은 0.16%였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전주(前週)보다 커진 것은 5월 마지막 주(6월 2일 발표) 이후 5주 만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정부 규제(6·19 대책)가 예상되기 시작한 6월 첫째 주부터 0.45%→0.32%→0.17%→0.16%로 계속 줄어들다가 이번에 처음 커졌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원위치'
특히 지난주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 가격 상승률(0.28%)은 전주(0.11%)의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대책 발표를 전후해 최대 5000만원가량 떨어졌던 개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도 지난달 초 고점(高點)을 회복했다. 서울 개포동 G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정부의 투기 단속 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않아 거래가 없었고, 일부 호가(呼價)가 내렸던 상황"이라며 "중개업소 영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가격이 대책 발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6·19 대책을 통해 분양권 전매를 새롭게 제한한 강북 인기 지역도 여전한 호황이다. 종로 경희궁자이는 일주일 새 2500만~5000만원 올랐다. 종로 지역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에만 0.73% 뛰어 서울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재건축이 추진되는 노원구 소형 아파트값도 뛴다. 5월에만 해도 2억2000만~2억4000만원대에 거래되던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 전용 33㎡는 6·19대책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0일 2억95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지 않고, 잠재 수요가 꾸준해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급 늘리고, 시세 차익 과세에 집중해야"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7일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현재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참여정부 시기에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에 실패한 사례를 거울삼아 수요·공급 안정에 바탕을 둔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노 정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집권 기간 중 2004년을 제외하고 매년 부동산 과열 억제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부동산 시장 가격의 불안정이 장기화됐다"고 적었다. '지역별 가격 차별화'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 등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비슷한 만큼, '투기 억제 정책' 일변도의 대책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규제 완화 등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울 강남권에 버금가는 인프라를 갖춘 지역을 개발해 강남 등 특정 지역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해야한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은 저(低)금리와 최근 경기 회복 조짐에 따른 글로벌 현상이다. 영국 런던의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의 올 초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전 세계 150개 도시 중 91위였다. 전 세계 집값은 2015년 4.1%, 작년에는 6% 뛰었다. 작년 한국 집값은 1.4%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투기 세력을 잡겠다고 분양권 전매 제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지만 이듬해 수도권 집값이 20.3% 올랐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부가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겠다고 해당 지역에만 규제를 가하는 경우가 없었던 것을 비춰볼 때 정부가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을 막기보단 시세 차익에 따른 과세를 철저히 해 서민 주거 복지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