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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과열 좌시 않겠다" 선전포고에… 시장 급랭

    입력 : 2017.06.13 18:39 | 수정 : 2017.06.14 10:17

    [김동연 부총리 "모든 수단 총동원해 투기 차단"]

    - 정부 합동 단속반 떴다
    세무서까지 동원 불법거래 단속… 강남 중개업소 일제히 문 닫아

    - 거래 끊기고 呼價 수천만원 '뚝'
    전문가들 "살짝 식히면 되는데… 몇 년 뒤에 집값 폭등할 수도"
    "일부지역만 과열 양상… 점진적인 규제 바람직"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내 상가. 1층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35곳은 모두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일부 중개업소는 급하게 문을 닫은 듯 책상 위에 계산기와 각종 서류가 흩어져 있었다. 상가 내 한 상인은 "단속반 나온다는 얘기에 어제부터 일제히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주변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개포우성3차와 개포현대1차 단지 내 상가 중개업소도 휴업 상태였다. 1㎞쯤 떨어진 개포주공4단지에서도 문을 연 중개업소가 없었다.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니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 규제가 강남 아파트를 '정조준'한다는 얘기에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며 "일주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생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소상공인인 중개업소 감시하는 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연일 부동산 시장에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던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고, 며칠 만에 호가(呼價)가 수천만원 내렸다. 대출 규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다양한 규제책이 검토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열 분위기만 살짝 식혀주면 되는데, 최근 정부의 움직임은 부동산 경기를 완전히 냉동시킬 태세"라며 "무리하게 시장을 억누르는 규제는 단기 효과에 그칠 뿐, 몇 년 뒤엔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부동산 과열, 좌시하지 않겠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 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상황을 면밀히 주시 중이고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투기 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조만간 부동산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계속 불안하다고 판단되면 쓸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부터 부동산 시장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지방자치단체, 국세청과 합동으로 99개 조, 231명에 달하는 현장 점검반을 구성했다. 단속 대상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중의 불법 전매, 청약통장을 사고파는 행위, 떴다방 등을 앞세운 불법 중개 행위, 다운(down) 계약, 위장 전입 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할 세무서까지 현장 점검반에 참여해 부동산 거래 불법 행위에 대해 보다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점검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 "서울 등 부동산 시장의 국지적 과열 현상을 심각하게 인식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고 메시지에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전용 36㎡는 일주일 전 10억2000만원이던 호가가 9억원대로 내렸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4단지 전용 99㎡는 5월 말 12억원에 거래됐는데, 최근엔 11억원짜리 매물이 나왔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가 내린 것보다 며칠 사이 거래가 완전히 실종된 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단계적 규제 후 장기 대책 마련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규제 드라이브'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LTV(담보 인정 비율)·DTI(총부채 상환 비율)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보유세 인상 등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거론되는 부동산 정책이 한꺼번에 시행된다면 부동산 경기가 파탄이 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집값이 내리겠지만, 몇 년 뒤엔 노무현 정부 때처럼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단기적인 집값 변동에 '일희일비'하는 게 문제"라면서 "한 달 사이에 서울 강남 집값이 많이 내려가면 그때는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발(發) 금리 인상, 하반기 입주물량 폭탄 등 부동산 시장에 닥칠 악재(惡材)가 많은데, 부동산 경기가 갑자기 식으면 소비 침체 등 나라 살림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대표는 "부동산 시장 열기를 무조건 꺼뜨리려고만 하지 말고, 이를 활용해 경제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는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시장 과열이 서울 중심 국지적인 현상이고, 일부 수도권 지역과 지방은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규제가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중·장기적으로 서울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교수는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기본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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