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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집값' 떨어지면… 세입자도 깡통전세 고통

    입력 : 2017.06.12 23:42

    [부동산 갭투자 주의보] [下] 투자자도 세입자도 '쪽박' 우려

    - 갭투자자 '보증금=빚' 여기지 않아
    집값 10%만 쓰고 갭투자한 뒤 시장 위축으로 10% 떨어지면
    투자금 한푼 건지지 못하고 돌려줄 보증금 그대로 빚 돼

    "자기 자본 거의 안들기 때문에 대출 규제론 수요 줄일 수 없어"

    2014년 10월 인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여중생을 포함한 A(51)씨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가족은 서울과 인천에 9억원가량 근저당이 설정된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15채를 갖고 있었다. A씨는 경매로 다수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거액의 빚을 졌고, 이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A씨 가족이 보유한 주택 15채는 한마디로 '깡통 주택'이었다.

    최근 유행하는 갭(gap) 투자 역시 '깡통 주택'의 위험성이 있다. 갭 투자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산 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아파트 전세금이 2억7000만원이라면 3000만원만 들여 집을 사는 것이다. 내 돈은 적게 들이고 집을 사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거나 집값이 조금이라도 내리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갭 투자는 무이자로 빌리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삼는 전형적인 레버리지(leverage) 투자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과 전세 시세가 계속 오른다는 맹신(盲信) 속에 이뤄지는 투기 행위"라며 "여유 자금이 많지 않은 서민이나 청년층이 갭 투자를 하는 건 정말 무모한 짓"이라고 강조했다.

    무리한 갭 투자, '깡통주택·전세' 피해 우려

    집값이 내리면 투자자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세입자까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일부 갭 투자자는 자신이 사들인 집의 전세보증금을 '빚'이라고 여기지 않는 착각을 한다. 전세 만기가 닥치면 다른 세입자를 들여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근거 없는 낙관이다. 박원갑 위원은 "집값의 10%만 들고 투자에 뛰어든 갭 투자자는 집값이 10% 내리면 당장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이 그대로 빚더미가 된다"고 말했다. 1990년대 말 IMF 위기 때도 집값이 폭락하자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늘었고, 전세보증금 관련 소송이 급증했다.

    아파트 전세가율 변화 추이
    부동산 전문가들은 '종잣돈'이 적은 상태에서 갭 투자에 나서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투자 상담사는 "갭 투자는 여유 자금이 풍부한 자산가가 2년 정도 장기적으로 신경 안 쓰고 편안하게 투자할 때 선택하는 방법이고, 이런 경우 수익률도 좋다"면서 "소액 투자자가 몇천만원 들고 서울 외곽의 빌라나 지방 소형 아파트에 갭 투자를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갭 투자에 관심을 둔 사람들은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를 찾느라 애를 쓴다. 그러나 전세가율 높은 주택이 모두 갭 투자에 적합한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율이 높아도 매매 수요가 거의 없는 아파트도 많다"며 "입지 등 미래 투자 가치가 높아 전세금이 오를 만한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 대표는 "매매는 되지 않고 계속 전세 세입자들만 사는 집을 덜컥 사들이는 게 갭 투자의 함정"이라며 "전세 비율 높은 곳에 투자했다가 집값이 안 올라 고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갭 투자 컨설팅업체 중 일부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컨설팅비를 받으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상품을 추천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출 규제 효과 의문… 금리 오르면 타격"

    정부가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가계 대출 관리로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갭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자기 자본을 거의 안 들이기 때문에 대출 규제로는 갭 투자 수요를 줄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은행 등 금융권에서 돈을 못 빌리게 하면 전세금을 올려 재투자하려는 경향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갭 투자는 딱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 다만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시장 전반이 위축돼 갭 투자자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갭 투자의 순기능도 있다. 심 교수는 "갭 투자로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조정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시그널'을 미리 전달해 준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타성 투기가 문제이지 장기간 시세 차익을 노리는 건전한 투자라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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