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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0만원씩 치솟는 분양권 웃돈… 수도권까지 들썩

    입력 : 2017.06.05 03:11

    [대선 이후 급등하는 아파트값… 전문가들 "2005~2006년 부동산 버블기 연상된다" 우려]

    - 강남 아파트 한달새 1억 뛰어
    수도권 신도시 상승폭도 커져… 전세 끼고 집 사는 '갭 투자' 극성

    - 작년 11·3 대책 '풍선 효과'
    강남 신규 분양권 전매 막으니 규제 피한 분양권·재건축 급등
    하반기 경기도 10만 가구 입주에 금리 인상 겹쳐 하락 가능성도

    #1 대구에 사는 주부 A씨는 지난달 중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삼성래미안 4차 아파트 전용면적 59㎡ 집을 6억3000만원에 샀다. 들어간 돈은 세금과 중개수수료를 포함, 1억5000여만원. 나머지는 기존 세입자 전세금 5억원을 물려받아 충당했다. A씨는 "은행예금을 헐어 '무조건 오른다'는 서울 아파트를 샀다"면서 "가만히 있으면 바보라는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2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문을 연 그랑시티자이 2차 모델하우스에는 지난 주말(2~4일) 사흘간 5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대기 행렬 끝에서 입장까지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방문객 김모(38)씨는 "작년 분양한 이 단지 1차 아파트 프리미엄(웃돈)이 4000만원까지 붙었다는 얘기를 듣고 와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4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GS건설이 짓는 그랑시티자이 2차 모델하우스.
    4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GS건설이 짓는 그랑시티자이 2차 모델하우스. 지난 주말(2~4일) 사흘 동안 5만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 /김지호 기자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대통령 선거(5월 9일) 이후 급등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006년 11월 이후 10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도권 신도시도 전주(前週) 대비 상승폭이 4배 커졌다. 한 달여 만에 1억원씩 급등하는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집값이 미쳤다"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5~2006년 '부동산 버블기'가 떠오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미쳤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한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강남·강북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이를 노린 '투기 세력'도 급속도로 몰려들고 있으며, 20~30대 사이에선 이른바 '갭(gap)투자'가 유행을 탈 정도다. 갭 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금 차액(差額)만큼의 소규모 투자금으로 아파트를 사는 기법. 전세금을 끼고 수천만원 정도 여윳돈만 있으면 고액 아파트도 손에 넣을 수 있다. 마포구 공덕동 드림공인중개사무소 복도근 대표는 "최근 한두 달 사이에 갭 투자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지방에서 온 노인부터 대기업 다닌다는 30대 직장인도 봤다"고 전했다.

    대선 후 급등하는 서울 시내 아파트값
    '투기 세력'말고도 근본적으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각종 경제 지표 회복 소식이 겹치면서 부동산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것"이라고 했다. 올 들어 수출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으며, 1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 분기 대비 1.1% '깜짝 반등'했다.

    ◇설익은 규제로 풍선 효과 부작용

    최근 집값 급등세는 정부가 작년 11월 발표한 '1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풍선 효과'라는 지적도 있다. 당시 '11·3 대책'에서 강남권 신규분양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입주 때까지 금지하자, 그 직전(작년 10월) 분양한 아파트가 지금 시점에서 매매 가능한 사실상 강남권의 마지막 분양권이 되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작년 10월 분양한 고덕 그라시움 아파트 전용 59㎡ 분양권 웃돈은 지난달 29일~이달 2일 닷새 만에 4000만원 올라 1억4000만원이 됐다.

    재건축 아파트 급등세는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촉발시켰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내년부터 재건축 아파트 투자 수익 일부를 정부가 거둬들이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사업 진도가 빨라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재건축 단지에 투자가 몰린 것"이라며 "재건축이 급등하자 이번에는 주변 아파트 가격이 따라 뜀박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주거 정책 공약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사 관계자는 "새 정부가 임대주택을 늘리면서 '싹 다 밀고 아파트를 대거 짓는' 기존 재건축·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을 대규모로 추진하겠다고 하자, 시장에 '당분간 새 민간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가격이 뛰었다"고 말했다.

    ◇"고령화 등 변수 많아… 정책 신중해야"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경기도에 10만 가구가 입주하고 금리 인상까지 이뤄지면 지금 급등세는 상당 부분 진정될 것"이라며 "고령화와 지방 집값 하락 등 불안 요인도 여전히 많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저금리와 경기 회복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요 도시들은 모두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수도권 집값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공약인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전체 경기까지 가라앉았던 1990년대 일본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날 '1분기 경제 지표가 개선됐지만, 대부분 건설 투자에서 나온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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