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5.27 03:17 | 수정 : 2017.05.28 15:23
[새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 급등]
- 재건축 단지가 상승세 주도
"3000만원 올려도 즉시 팔려" 분양권 거래도 사상 최고 수준
"대선 후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경기부양 기대감에 상승" 분석
- 과열은 아니다?
2008년보다 GDP는 41% 성장, 서울 아파트값은 9.6% 올라
"금리 인상·규제 강화 가능성… 투자에 신중해야" 목소리도
"집을 팔라는 중개업소 전화가 빗발쳐 호가(呼價)를 3000만원 올렸는데도 바로 계약하자고 달려드네요."(서울 송파구 잠실동 L아파트 주인)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요. '몇천만원은 금방 더 오르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서울 강남구 개포동 K중개업소)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에서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폭등세가 재현되고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도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장기 침체에 허덕이던 부동산 시장이 이제 완전히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위주 집값 급등
26일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는 "이번 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주일 전보다 0.3% 올라 작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선 직전인 4월 28일 주간 상승률(0.03%)과 비교하면 10배다. 인터넷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으니 집도 안 보고 계약금이 입금됐다" "4월에 (집) 팔았는데 그 뒤로 1억원 넘게 올랐다. 속상해서 잠이 안 온다"는 등 부동산 열기를 입증하는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런 집값 급등세의 '진앙(震央)'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였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1단지 전용면적 50㎡는 최근 1층 매물이 8억5000만원에 팔렸다. 4월 초엔 같은 조건 아파트가 7억87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여 만에 7000만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홍실아파트 전용 108㎡는 며칠 전 16억9000만원(8층)에 계약됐다. 지난달 같은 면적 3층 매물 거래가는 14억원. 한 달 사이 2억9000만원(20.7%) 오른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내년부터 부활할 것으로 보이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 재건축 단지가 먼저 오르고, 주변 일반 아파트까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 때문에 덩달아 가격이 뛰는 '쌍끌이' 장세"라고 말했다.
◇경기 부양 기대감에 매수 심리 살아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경기 부양 기대감이 반영된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그렇게 강한 규제를 내리진 않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도시 재생 정책 등이 개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매수 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인기 주거지는 주택 공급은 적은데 집을 사려는 수요가 넘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열 분위기 아니다… 낙관론은 금물
최근 집값 오름세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다른 경제지표와 비교하면 집값 상승률이 오히려 낮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장은 "서울·부산·세종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는 안정세를 보이고, 서울과 수도권도 부동산 활황이던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1748만원에서 1916만원으로 9.6%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는 1조17억달러에서 1조4110억달러로 41% 성장했다. 종합주가지수(코스피)도 글로벌 금융 위기 전 최고치(2085포인트·2007년 11월 1일)보다 13% 가까이 올랐다.
그렇다고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하반기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주택 시장에 투기 수요가 몰리면 정부가 보유세 인상이나 가계 대출 관리 등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섣불리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