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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 기지개… 주말 모델하우스에 6만명 몰린 곳도

    입력 : 2017.05.21 22:01

    - 주요 분양 현장마다 '구름인파'
    "새 정부 당장 강력한 규제조치 내놓지 않을거란 기대감 반영"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 올 들어 0.13% 최고치 기록

    21일 오전 9시 50분 경기 김포시 '한강메트로자이' 모델하우스. 개장(開場) 시간이 10분여 남은 가운데 입장 대기 행렬이 모델하우스 뒤편까지 300m 가까이 이어졌다. 건설사 측은 때 이른 더위에 폭 2m짜리 차양막(遮陽幕) 50여장을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입장 대기 행렬 옆에는 소위 '떴다방'으로 불리는 분양권 알선업자 50여명이 몰려들어 "당첨되면 연락 주세요"라며 방문객들에게 연락처를 건넸다. 주변 도로는 방문 차량으로 거의 마비될 정도였다. 교통 경찰까지 출동하자 건설사 측은 부랴부랴 바로 옆 아파트 건설부지 일부를 개방해 주차장으로 돌렸다. 이날 오후 모델하우스를 구경하고 나서던 한 방문객은 "도착해서 지금까지 4시간 걸렸다"고 했다. GS건설 측은 당초 오후 6시이던 폐장 시각을 3시간 연장했으며, 19~21일 사흘 새 이곳에만 6만5000여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시 GS건설 한강메트로자이 모델하우스.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시 GS건설 한강메트로자이 모델하우스. GS건설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폭 2m짜리 차양막 50여개를 준비했지만, 이날에만 관람객 2만3000여명이 몰리면서 관람객 상당수가 차양막 밖에 줄을 섰다. /GS건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숨죽였던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과 세종시 등을 중심으로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대선 기간을 피해 일정을 조정했던 주요 분양 현장에는 구름 인파가 몰렸고, 서울시내 기존 아파트값 주간(週間) 상승률은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새 정부가 당장 강력한 규제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선 후 분양 물량 급증

    대선이 끝나면서 전국에서 아파트 분양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수도권 모델하우스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김포 한강메트로자이 외에도 같은 기간(19~21일) SK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5구역을 재개발해 건설하는 '보라매SK뷰' 모델하우스에 4만7000여명이 다녀갔고, 인천에서도 대우건설의 '인천논현푸르지오' 모델하우스에 2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SK건설 측은 "최근 2~3년간 선보인 모델하우스 중 사람이 가장 많았다"며 "상담 내역을 보면 실수요와 투자 비율이 4대6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대선이 끝나면서 재개된 아파트 분양 러시는 다음 달까지 이어진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에 아파트 모델하우스 9개가 문을 연 데 이어 이번 주에도 모델하우스 15곳이 문을 연다. 이달과 다음 달에 전국에서 각각 3만1000여 가구, 7만30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올 한 해 분양 예정 물량(약 44만 가구)의 25%가 한 달 반 동안 쏟아지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5~6월 분양 예정 아파트 중에는 서울·경기 등 소비자 선호가 높은 지역 아파트가 많다. 다음 달 정도까지는 분양시장 호조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올해 최대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대선 종료 직후인 1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값 상승폭은 0.03%로, 전주(0.02%)보다 확대됐다. 특히 서울과 세종시가 강하게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1주일 만에 0.13% 올랐는데, 올해 주간 상승률로는 최고치였다. 대선 직전인 지난 8일 조사보다 0.05%포인트 증가했다. 재건축을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대선 전 8억1000만원이던 76㎡짜리가 지난주 8억4500만원에 팔렸고, 일반 아파트인 마포 래미안푸르지오도 한 달 만에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인천과 경기도 각각 0.05%, 0.04% 올라, 전주 상승폭을 웃돌았다.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상승폭이 큰 세종시는 0.26%가 올랐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효과'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종시에 국회 분원(分院) 설치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세종시 이전 ▲세종~서울 고속도로 조기 건설 등을 공약했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당장 부동산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예상이 시장에 퍼진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새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보다 정책적으로 유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보유세 인상도 공약에서 빠졌다"며 "여기에 부동산 정책이 국방·외교 정책, 재벌·검찰 개혁보다 후순위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 규제 강도(强度)에 따라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특히 새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기존 대출의 이자는 물론 원금 상환액까지 고려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강도 높게 시행할 경우 시장이 한번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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