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5.15 11:52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새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라는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가계부채는 다소 엄격하게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새 정부의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정부 후반부터 추진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금 옥 죄기’가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새 정부는 이를 위해 ‘가계부채 총량 관리제’를 도입하고, 대출 심사 기준을 DTI(총부채상환비율)에서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로 바꿔 사상 최대로 늘어난 가계부채를 통제할 것으로 부동산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제를 강화할 경우 대출이 필요한 일부 주택 실수요자들의 ‘돈줄’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말 133.1%에서 지난해 9월말 151.1%로 뛰었다. 가계소득은 그대로인데 빚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이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총량관리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경제공약을 설계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날 언론을 통해 “(150% 총량관리제는) 대출을 옥죄어 가계부채의 ‘절대액’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소득 증가율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150% 비율’은 금융회사에 하달하는 직접적인 지침이라기보다 정부가 보내는 정책 시그널(신호)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가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 규제 완화로 경기를 띄우겠다는 시그널을 줬다면, 문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이라는 기조로 돌아가겠다는 시그널을 총량관리제로 주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150% 총량관리 목표를 추진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리스크가 높은 서민층 대출부터 축소·회수하고, 이로 인해 주택을 매입하려는 실수요자층의 돈줄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시절 대출 심사 기준을 DTI에서 DSR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해 왔는데, 새로운 정부에서 이 기조가 강화되면 주택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자는 대출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DSR은 다른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출자가 한 해 동안 실제로 얼마나 갚아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상환 능력을 산정한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까지 DSR을 어느 선으로 설정할지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새 정부는 이같은 규제가 자칫 부동산시장 급랭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다양한 정책조합을 구성해 가계부채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LTV·DTI·DSR 등의 대출 규제,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 탕감 등 서민금융 정책을 조합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재정지출을 확장적으로 하면서 한국은행과 교감을 통한 금리정책을 펴고, 동시에 LTV·DTI·DSR을 통해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하되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을 적절히 활용해 가계부채가 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