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4.26 19:38
[뉴스 TALK]
최근 청약을 받은 오피스텔들이 간편한 인터넷 접수 대신 현장 접수를 고집하면서 청약자들이 신청을 위해 10시간 이상씩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하는 어이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A(34)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분양하는 ‘대치3차 아이파크’ 오피스텔에 청약을 넣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방문했습니다. 사람이 몰리면서 A씨는 접수 번호표를 받는 데만 3시간 반을 서서 기다렸고, 실제 접수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이 많이 몰려서 그렇다고 쳐도 10시간 이상씩 대기하도록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말 구시대적인 방식”이라며 불만을 터트리더군요.
이런 상황은 지난주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18일 경기 광교신도시에 분양한 ‘광교컨벤션 꿈에그린’ 모델하우스에도 청약 희망자가 대거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청약을 위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총 18시간을 기다린 방문객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대기자가 거세게 항의하고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건 건설사들이 흥행을 과시하기 위해 인터넷 청약 대신 현장 접수를 진행하면서 비롯됐습니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주택법에 따라 인터넷 청약을 의무화한 아파트와 달리 건설사가 접수 방식을 고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청약 대기자들을 길게 줄 세워 ‘이 오피스텔이 인기가 좋네’라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현장 접수를 선호합니다.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인터넷 청약 시스템 ‘아파트투유’를 이용하면 청약 경쟁률이 바로 공개되기 때문에 이를 꺼리는 풍토도 있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혹시 미분양이 나고 청약 경쟁률이 낮은 걸로 드러나면 이후 사람들이 ‘여기는 인기가 없는 곳인가 보네’라면서 추가 청약을 꺼리기 때문에 아예 가능하면 인터넷 청약은 받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이달 전국에서 12개 오피스텔이 분양됐지만, ‘아파트투유’에 청약 경쟁률을 공시한 현장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최근 시장에 나오는 오피스텔은 전용면적이 큰 주거용 오피스텔도 많습니다. 분양가도 3억원 이상인 고가 상품도 많죠. 그저 분양만 성공적으로 마치면 된다는 속셈으로 실수요자에게 불편을 강요하고, 정확한 청약 경쟁률도 알리지 않는 건설사들 행태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오피스텔도 아파트처럼 인터넷 청약을 의무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