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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떴다방… 부동산 시장, 과연 봄인가

    입력 : 2017.04.16 19:27 | 수정 : 2017.04.16 20:09

    분양권 알선업자(떴다방)들이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화건설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 모델하우스 앞에 파라솔을 치고 늘어서 호객하고 있다. 이 모델하우스에는 14~16일 사흘간 3만여명이 방문했다고 한화건설 측은 밝혔다. /한화건설
    장면 1 1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고등학교 건너편 한화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 모델하우스. 낮 최고 기온이 섭씨 20도를 넘는 봄 날씨 속에 관람객들 대기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졌다. 입장하려면 최대 1시간 30분~2시간 걸릴 정도였다. 바로 옆엔 이른바 ‘떴다방’으로 불리는 분양권 알선업자 60여명이 파라솔을 펴놓고 방문객들에게 “당첨되면 연락하세요”라면서 연락처를 나눠주기 바빴다.

    장면 2 “분양권 미리 파세요. 2000만원 얹어 드립니다. 양도세도 매수인이 냅니다. 지금 결정하시면 저녁에 통장으로 바로 쏴 드릴게요.” 회사원 정모(40)씨는 지난 일주일간 거의 매일 1~2통씩 이런 전화를 받았다. 정씨는 작년 10월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에 당첨됐다. 정씨 분양권은 오는 18일부터 전매가 가능하다. 요컨대 수화기 너머 인물은 ‘정상적인 시장이 열리기 전에 빨리 분양권을 넘기라’고 매달리는 것이다.

    작년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위축됐던 주택 시장이 최근 들어 여기저기서 들썩이고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떴다방’도 돌아왔고, 거래량과 가격 등 각종 지표도 ‘시장의 봄바람’을 알리고 있다.
    ◇떴다방 돌아오고 관련 지표 상승

    서울 주택시장의 리트머스로 통하는 강남 재건축 단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 시세는 지난달 14억5000만원 안팎이던 게 최근 14억9000만원까지 올랐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사업이 걸음마 단계인 재건축 단지조차 하락 예상과 달리 보합세”라고 전했다.

    강북 도심권 아파트값도 강세다. 지난주 종로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3.3㎡당 1905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까지는 1668만원에 그쳤다. 용산구는 최근 각종 개발 호재로 3.3㎡당 시세가 2506만원까지 올랐다. 강남·서초에 이어 서울 시내 3위에 해당한다.

    평택 고덕지구에선 최근 아파트 당첨자 발표일 밤이면 모델하우스 근처에서 어김없이 떴다방과 당첨자들 야(夜)시장이 열린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당첨자를 발표한 제일풍경채 전용면적 84㎡는 그날 밤 바로 웃돈 4000만원이 붙어 팔리기도 했다. 대구에서도 올 들어 첫 아파트 분양이었던 지난 12일 수성 효성 해링턴플레이스 1순위 청약에는 593가구 모집에 2만1258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35.9대 1이었다.

    올봄 주택시장 반등(反騰)은 거의 모든 지표에서 확인된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작년 10월 0.17%로 정점을 찍은 뒤, 11·3 대책이 나오면서 4개월 연속 하락, 올해 2월에는 0.0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3월 들어 이 수치는 0.06%로 튀어 올랐다. 거래량도 하락을 멈추고 늘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10만8000여건을 기록한 뒤 1월 5만8000여건까지 떨어졌다가 2월 6만3000여건으로 반등했다. 작년 2월보다도 7.1% 많다.
    ◇시장이 악재에 적응…“지속 여부 불투명”

    당초 올해 주택 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침체가 깊어질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가 많았다. ‘11·3 대책’에 은행 대출 규제까지 가해진 상태에서 2014년 하반기부터 작년까지 이어진 호황기에 대규모 분양한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는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소식도 잇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호조를 이어가자 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지난해 가을·겨울 잇단 악재(惡材) 속에서도 주택 가격이 수요자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자 시장이 악재에 둔감해진 것 같다”며 “이런 가운데 전세 시세가 계속 오르자 전세 수요자 상당수가 매매 시장으로 넘어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 전세금 상승률은 작년 12월 이후 올 3월까지 매월 매매가 상승률을 0.01%포인트씩 웃돌고 있다.

    ‘시중 뭉칫돈이 갈 곳이 없다’는 분석도 여전하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작년 11월 이후 2월까지 대출금리는 0.15%포인트 오른 반면, 예금금리는 오히려 0.5%포인트 내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결국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핵심이었다는 결론”이라며 “수출 등 경기 전반이 회복 조짐인 점 등도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상승세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신중한 입장이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체 지표는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되는 곳만 되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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