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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딩 하나 붙였는데 죽은 벽이 살아났다

    입력 : 2017.03.27 06:50 | 수정 : 2017.03.27 09:03

    [도전! 홈스타일링] 가성비 탁월한 웨인스코팅

    무늬 없이 깨끗하게 페인팅한 벽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면, 여기 웨인스코팅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웨인스코팅이란 벽 위에 프레임 형식의 몰딩을 부착하는 인테리어 기법. 17세기 유럽에서 실내 장식용으로 처음 시작됐다. 돌로 만든 건물의 벽면 습기를 차단하고, 단열 기능을 높이기 위해 나무 패널을 두르던 것에 장식적 성격이 더해져 지금의 웨인스코팅이 탄생했다.

    얼핏 보면 유럽 고전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이 고루해 보이고 부담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집 전체가 아닌 죽어있는 일부 벽에만 웨인스코팅을 시공하면 포인트 효과를 줄 수 있다. 몰딩의 두께와 디자인, 상하부 분할 방식 등을 이리저리 시도하면 담백하면서도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최근 웨인스코팅을 직접 시공하는 셀프 인테리어족이 크게 늘었다. 치수만 재단해 업체에 주문하면 그대로 몰딩을 절단해 보내주기 때문에 손쉽게 도전할 수 있다. 가성비가 높다는 점도 셀프 인테리어족의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①벗겨지고 패인 문, 깔끔하게 리폼

    웨인스코팅을 시공하기 이전 움푹 패여있던 문. 박정미씨는 이를 가리기 위해 합판을 대주고 웨인스코팅을 시공했다. /박정미씨 제공

    문이 낡아 군데군데 패인 곳이 많고 칠도 벗겨졌다면 웨인스코팅을 통해 새 문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 ‘기린 아줌마의 셀프 인테리어’ 블로그를 운영하는 박정미씨는 “방문이 오래되다보니 푹 꺼져있는 부분이 있었다. 메꾸미로 채우고 페인트를 칠하려 했지만, 그래도 메꾼 부분은 티가 날 수밖에 없어 웨인스코팅 시공을 결심했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씨의 문은 새롭게 태어났다. 박씨는 “웨인스코팅은 상하부 밸런스가 9할”이라며 “낮은 천장과 크지 않은 문에 어울리는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마스킹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하면서 반나절을 보냈다”고 했다.

    박정미씨의 웨인스코팅 시공 과정. (왼쪽부터) 마스킹테이프를 이용해 대략적인 웨인스코팅의 모양을 잡아주고, 합판과 함께 몰딩을 붙여준다. 컬러를 통일시켜주기 위해 페인트칠을 하면 완성이다. /박정미씨 제공

    모눈종이에 시공할 곳의 밑그림을 그리고, 생각하는 몰딩의 모양도 함께 그려준다. 몰딩의 두께와 비슷한 마스킹테이프를 밑그림대로 시공할 곳에 붙여보면 대략적인 이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모양을 잡았다면 연필 등으로 몰딩을 붙일 위치를 표시해주고, 마스킹테이프를 떼어내면 된다. 단 수평계 등을 이용해 수평이 맞춰졌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박씨는 문의 패인 부분을 가려주기 위해 합판을 같이 주문해 몰딩과 함께 시공했다. 요즘 웨인스코팅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 사이즈를 재단해 알려주면 그대로 절단해 보내주는 업체들이 많다. 이를 이용하면 나무 몰딩을 힘들여 직접 자를 필요없이 편리하게 시공할 수 있다.

    표시해둔대로 몰딩과 합판을 붙이고 난 뒤, 원하는 색으로 페인트까지 칠하면 완성. 박씨는 “두겹의 몰딩을 둘러 웨인스코팅을 했는데, 이 경우 안쪽 몰딩은 낮은 것, 바깥쪽 몰딩은 높은 것을 사용하면 더욱 입체감 있게 시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정미씨의 완성된 웨인스코팅 문. 방문이 다소 허전해 골드 컬러로 방번호를 새겨줬다고. /박정미씨 제공

    ②죽어있는 벽, 나만의 포토존 만들기

    웨인스코팅을 시공하기 이전에 마스킹테이프를 먼저 붙여 느낌을 봤다. 황형숙씨의 경우 몰딩 가운데에 스피커가 있어 몰딩을 조금씩 잘라가면서 붙였다. /황형숙씨 제공

    밋밋한 벽지로 된 벽 역시 웨인스코팅을 활용해 집안의 훌륭한 포토존으로 바꿀 수 있다. 문에 비해 시공 면적이 다소 넓긴 하지만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 벽지 위에 바로 웨인스코팅을 시공할 경우 벽지 상태에 따라 몰딩이 잘 붙지 않을 수 있어 벽지와 벽의 밀착 상태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 성봉동에 사는 황형숙씨는 식탁 옆 벽에 웨인스코팅을 시공했다. 웨인스코팅 기본 디자인의 경우 상부는 조금 길게, 하부는 그보다 조금 짧게 직사각형으로 몰딩을 붙여준다. 상부와 하부 경계선에도 몰딩을 붙여주는데, 보통 허리 높이인 바닥에서 90㎝ 정도에 붙인다. 물론 각자 취향에 맞게 상하부 길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

    황씨 역시 밑그림을 그리고 원하는 몰딩 굵기와 비슷한 마스킹테이프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다만 황씨가 시공한 벽의 경우 몰딩 한가운데를 아파트 안내방송용 스피커가 지나간다는 점이 문제였다. 황씨는 “일단 스피커를 감안하지 않은 길이대로 몰딩을 주문한 뒤, 조금씩 맞춰보면서 몰딩을 잘라냈다”며 “몰딩이 두껍지 않기 때문에 일반 톱이나 커터칼로도 충분히 잘라낼 수 있다”고 했다.

    몰딩을 붙이는 모습. 황형숙씨의 경우 몰딩 가장자리에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가운데엔 목공용 본드를 발랐다. 붙이고 난 뒤 떨어지지 않도록 마스킹테이프로 한번 더 고정해 건조시켰다. /황형숙씨 제공

    몰딩 접착의 경우, 대부분 단기 접착용으로 글루건을 쓰고, 장기 접착용으로는 실리콘을 사용한다. 몰딩의 양쪽 테두리엔 글루건을 쭉 발라주고, 그 사이엔 실리콘을 바르는 방식이다. 다만 황씨의 경우 글루건 대신 얇은 양면테이프를, 실리콘 대신 목공용 본드를 사용했다.

    황씨는 “글루건은 이동하는 동안 굳어서 들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실리콘이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리콘 건을 들고 작업하는 것이 번거로워 목공용 본드를 선택했다”고 했다. 목공용 본드로 수많은 몰딩을 붙여봤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떨어진 적은 없었다고. 이렇게 붙이고 난 뒤 마스킹테이프로 움직이지 않게 고정한 뒤 하루정도 건조시키는 것도 튼튼한 웨인스코팅 시공을 위한 비결이다.

    벽면이 울퉁불퉁할 경우 몰딩을 붙인 뒤 틈이 벌어질 수 있다. 이때는 메꾸미나 몰딩용 메꿈제를 이용해 메꾸고, 하루 정도 완전히 건조한 후 사포질을 해 다듬어주면 된다. 몰딩 전체가 완전히 붙었다고 판단되면 푸른 벽을 가려주기 위해 전체적으로 페인트칠을 해 준다.

    황씨는 “주변 사람들이 제가 직접 시공했다는 것을 믿지 않을 정도로 잘 됐다고 얘기한다”며 “스피커 때문에 중간에 잘린 웨인스코팅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푸른 색의 벽이 웨인스코팅 시공으로 훌륭한 포토존으로 변신했다. /황형숙씨 제공

    ③천편일률 체리색 원목 현관은 모던하게

    인천에 거주하는 정송은씨는 다른 집과 똑같은 체리색 원목 현관이 싫었다. 하얀 페인트를 칠해보기도 하고, 포인트 컬러를 넣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웨인스코팅. 그는 “현관은 바닥부터 모두 셀프로 시공했는데, 다른 집에서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낸 데다 이전보다 훨씬 깔끔해졌다”고 했다.

    인테리어 업체에 맡긴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정씨의 현관은 벽면 하부를 웨인스코팅으로, 상부를 거울로 시공했다. 하부의 경우, 원래 깊은 홈이 있었다. 정씨는 웨인스코팅 시공 전, 이 부분을 핸디코트를 이용해 메꿔주고 사포질을 해 매끄럽게 만들었다. 이전에 분홍색 페인트를 칠해뒀던 부분이어서 프라이머와 페인트를 칠해 하얀색으로 통일시켰다.

    몰딩을 붙인 뒤, 벌어진 틈새는 핸디코트나 실리콘으로 채우고, 사포질하는 과정을 거치면 완성이다. 몰딩과 벽 색이 다소 차이난다면 페인트로 색을 통일시켜주는 것이 좋다. 정씨는 상부의 경우 검은색 몰딩을 붙이고 그 안에 거울을 넣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체리색 원목의 흔한 현관이 웨인스코팅 등 셀프인테리어로 세련되게 바뀌었다./정송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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