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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1% 확정수익률 보장" 이런 호텔 광고 믿었다간...

    입력 : 2017.03.07 14:43

    “5년간 매월 100만원씩, 연 11% 확정수익률 보장”

    제주도에서 분양 중인 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길거리 현수막이나 인터넷, 신문 광고 등에서 자주 등장한다.

    ‘분양형 호텔’은 시행사가 일반인에게 객실을 분양하고, 전문 운영사가 호텔을 맡아 운영하면서 생기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2~3년전부터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제주도의 경우 호텔을 운영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광고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주도에 우후죽순 들어선 분양형 호텔은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 관광정보 웹사이트에 올라온 호텔 정보들(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은 없음).

    제주도에 등록된 호텔 수는 2015년 2만5345실에서 2016년 2만7836실로 늘었다. 문제는 최근 2~3년간 분양된 호텔들이 줄줄이 완공되면서 앞으로도 객실이 꾸준히 늘어날 예정이라는 것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은 2018년에는 객실이 4만771실로 늘어 4330실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제주도에서는 공급 과잉에 따른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올 상반기 제주시에서 개관하는 A호텔의 경우, 작년 하반기만 해도 웃돈(프리미엄)이 300만~400만원 붙어서 거래됐다. 하지만 이제 찾는 사람이 없어 분양가에도 거래가 어렵다.

    제주도 L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운영 중인 호텔은 아직 문제없이 계약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공급 과잉과 외교 관계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수익률 10% 호텔 믿기 어려워”

    전문가들은 “제주도 분양형 호텔 시장이 이론적으로는 분명히 투자성이 있지만, 현재 분양 중인 호텔들은 대부분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10% 확정 수익률’ 등의 문구를 쉽게 믿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당장 10% 가까운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나온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호텔 업체들이 정확한 수익률 산출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대개는 70~80% 정도의 객실 가동률을 가정해 수익률을 계산한다. 하지만 70% 이상의 객실 가동률은 호텔업이 호황일 때나 가능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60% 선으로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전문가들은 “시장 이자율을 고려할 때, 10% 수익률이 사실이라면 시행사가 개인 투자자를 모집할 이유없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호텔을 운영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작년 11월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확정수익률이 연 7~8%에 이른다는 분양형 호텔 광고는 100% 거짓말”이라며 “그게 사실이라면 행정에서 분양형 호텔에 다 투자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정 기간 10% 가까운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계약 조건도 100% 믿기는 어렵다. 운영 업체가 부도나거나 폐업할 경우, 이런 계약서는 의미가 없다. 수익률이 하락이 아니라 본인의 투자금 전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사상 처음 1600만명에 육박했다. 제주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줄을 선 외국인들. /조선일보 DB

    수익률 보장을 믿기 어려운 이유는 수익을 지급하는 리스크가 분양가에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즉 수익률 지급 부담을 비용으로 책정해 분양가를 높인다. 계약자 본인이 부담한 분양가 상승분으로 수익을 돌려받는 것이다.

    게다가 광고에서는 5년 보장 기간을 이야기하다가 실제 계약서에는 ‘1년 후 계약 갱신’ 등으로 말을 바꾸는 경우도 있으니 반드시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수익률 대신 호텔 경쟁력 따져라”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대신 ▲운영 업체의 신뢰도와 브랜드 ▲호텔의 입지 ▲수익 구조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지를 따져 보라고 조언한다. 보장되지 않는 수익률 수치에 집중하지 말고 호텔의 경쟁력을 먼저 따져보라는 것이다.

    수익 구조도 중요하다. 호텔을 분양하는 업체가 분양 완료 후 운영을 다른 업체에 맡기고 떠나는지, 아니면 끝까지 책임지는지 여부는 투자 안정성과 직결된다.

    대부분 분양형 호텔이 객실 운영료만을 수입으로 잡는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서울 유명 호텔의 경우 객실 운영 수익보다는 식음료·컨벤션 등 부대 수입 비중이 50% 이상이다. 부대시설 운영 수입이 있다면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기성 더감 대표는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 이상으로 본인에게 필요한 정도라면 충분하다”며 “믿을 만한 호텔 운영 업체가 분양부터 운영까지 책임지는지, 객실료 외에 부대 시설 운영에 경쟁력이 있는 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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