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28 09:13
부엌은 수 세기동안 여성들의 전유 공간이었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큰 인물이 못된다”는 어른들의 고리타분한 호통은 남자들이 부엌의 문턱조차 쳐다볼 수 없게 만들었다. 부엌은 오랜 세월동안 철저하게 여성 중심으로 구성됐고, 여성들의 취향만을 반영해왔다.
그랬던 부엌이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남성 요리사들 위주로 구성된 ‘쿡방’(cook과 방송의 합성어) 열풍은 ‘요섹남(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을 유행시켰고, 이에 따라 부엌에 서는 남성이 부쩍 늘었다. 부엌은 이들의 취향을 고려하기 시작했고 결국 ‘부엌의 남성화’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남성적인 부엌의 특징은 ‘중후함’이다. 하얀색으로 통일돼 깔끔하기만 했던 부엌은 회색, 검은색, 청록색 등 다소 무거우면서도 힘있는 색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조리기구는 금속, 스테인리스 등의 재질로 투박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디자인이 돋보이고 있다.
그랬던 부엌이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남성 요리사들 위주로 구성된 ‘쿡방’(cook과 방송의 합성어) 열풍은 ‘요섹남(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을 유행시켰고, 이에 따라 부엌에 서는 남성이 부쩍 늘었다. 부엌은 이들의 취향을 고려하기 시작했고 결국 ‘부엌의 남성화’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남성적인 부엌의 특징은 ‘중후함’이다. 하얀색으로 통일돼 깔끔하기만 했던 부엌은 회색, 검은색, 청록색 등 다소 무거우면서도 힘있는 색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조리기구는 금속, 스테인리스 등의 재질로 투박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디자인이 돋보이고 있다.
■무거우면서도 힘있는 남성적 부엌
부엌이 남성적으로 바뀐 것은 ‘쿡방’의 힘이 컸다. 스타들의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그대로 옮겨와 그 안에 있는 재료로만 요리하는 한 방송 프로그램은 쿡방 열풍의 주역이다. 여기서 신기한 건 14명의 요리사 중 여성은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철저하게 남성 중심이다. 프로그램의 인기는 각 셰프들의 인기로 옮겨갔고, 이들은 ‘요섹남 전성시대’를 열었다.
싱글족 남성의 증가 역시 부엌의 남성화를 이끌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1인가구는 520만3440가구다. 이 중에서 남성 1인가구는 약 50%(259만2963가구)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10년에는 192만4341가구, 10년 전인 2005년에는 141만7893가구에 불과했지만, 점차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최근 남성들의 요리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성들이 선호하는 톤다운된 어두운 색상과 묵직한 디자인의 주방 소품과 가구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남성 고객들의 주방 제품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샘이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키친바흐 맨하탄’은 남성을 겨냥했다. 클래식 스타일의 부엌 가구와 콘크리트 소재를 연상시키는 마감재가 조화를 이룬다. ‘맨하탄’이라는 이름은 미국 맨하탄의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느낌을 믹스매치하는 인테리어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조립가구 전문 이케아에서도 남성적인 싱크대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무거운 색감과 부품을 선택해 남성적인 싱크대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달 초 출시된 ‘쿵스바카(KUNGSBACKA)’는 무광의 앤트러사이트(무연탄) 색상을 띠고 있다. 이케아 관계자는 ”쿵스바카는 재활용 목재와 페트병을 원료로 한 플라스틱 필름으로 표면 처리한 것이 특징”이라며 “메탈 재질의 ‘하코스(HACKÅS)’ 손잡이를 쿵스바카와 함께 매치하면 통일된 느낌의 모던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블록을 조합해 구성하는 방식인 ‘메토드(METOD)’ 주방 시스템 역시 갈색, 검은색 등 다소 어둡고 따뜻한 컬러의 프레임으로 만들어 차분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인테리어 전문가 조희선 꾸밈바이 대표는 “무조건 깨끗해야 한다며 단조로운 화이트 위주의 부엌 스타일이 남자들이 선호하는 스틸 재질이나 그레이 컬러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해외에서 시작된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스타일의 유행 역시 국내 부엌의 남성화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느낌 풍기는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스타일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은 지난해부터 인테리어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스타일이란 공장의 거친 느낌을 살린 ‘인더스트리얼’과 오래된 것처럼 익숙한 느낌을 주는 ‘빈티지’가 합쳐진 것이다. 금속이나 철근 같은 견고한 소재를 단순하면서도 익숙하게 배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최대 홈 인테리어 플랫폼 ‘하우즈(Houzz)’는 지난해 ‘유로 쿠치나(Euro Cucina)’에서 나타난 10대 주방 트렌드 중 하나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꼽았다. 유로 쿠치나는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주방가전·가구 박람회다.
이탈리아 주방가구 업체 에르네스토메다(Ernestomeda)가 대표적이다. 에르네스토메다는 지난해 유로 쿠치나에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 싱크대를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답답한 상부장을 없앤 대신 넓고 탁 트인 선반을 만들어 시야를 확보했다. 싱크대의 대부분을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어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더했다.
한샘 관계자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포함한 묵직한 부엌은 세계적으로 선호되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유로 쿠치나에도 대리석과 콘크리트, 금속, 세라믹 소재 등을 활용해 중후하고 모던하게 연출한 부엌 가구들이 다양하게 출품됐다”고 전했다.
부엌의 변신은 앞으로 남성화를 넘어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인테리어 전문가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는 “하얀색 투성이의 천편일률적 부엌에서 벗어나 청록색, 남색 등 남성적 색상이 최근 등장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컬러풀해질 것”이라며 “부엌에서도 자신의 개성에 맞는 색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점차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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