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08 03:11 | 수정 : 2017.02.08 08:19
[오늘의 세상]
잠실주공5단지 '50층'도 퇴짜… 불붙은 재건축 '높이 제한' 논란
- 서울시 "무분별한 재건축 막아야"
"초고층 주장, 결국 수익성 때문… 서울 스카이라인 망가질 수도"
- 조합 "市長 따라 정책 오락가락"
"초고층 돼도 수익 거의 안 늘어… 市 '35층 규제'는 자의적 잣대"
"35층으로도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 수 있다.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아야 한다."(서울시)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 층수를 놓고 '35층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 높이를 최고 35층으로 규제하면서 재건축 조합 등 주민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35층 이상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 강남 압구정동 '현대(45층)'와 대치동 '은마(49층)' 등 3곳이다. 이 단지들은 45~50층 아파트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 번번이 서울시로부터 '퇴짜'를 당해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주민들이 초고층 재건축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서울시 관계자는 "겉으로 내세우진 않지만 결국 수익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고층으로 지으면 일반 분양 때 조망권이 좋은 고층 가구를 비싸게 팔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초고층 아파트일수록 지역 랜드마크가 되면서 주변보다 20~30% 시세가 높게 형성된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56층짜리 '래미안 첼리투스'는 3.3㎡당 아파트값이 4791만원으로, 이촌동 평균(2715만원)의 1.8배 수준이다. 555m 높이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들어서는 레지던스 분양가는 3.3㎡당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최근 건설 공법이 많이 발전해 35층이든 50층이든 공사비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조망권이 뛰어난 초고층 아파트는 일반 분양가보다 평당 수천만원 비싼 펜트하우스로 분양해 수익성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 관계자들은 "사실 면밀히 비교해보면 35층이든, 50층이든 수익성에 큰 차이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초고층을 허용하면 주변 환경과 부조화, 조망권 독점, 다른 아파트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과는 "2014년 수립한 '2030 서울플랜'에 따라 3종 일반 주거지역은 35층 이하라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경관 둘러싼 입장 차 뚜렷
도시경관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은마·잠실5단지들은 "35층으로 똑같이 키를 맞춘 아파트를 줄 세우는 것보다 50층 높이 주동(主棟) 몇 개를 세우고 나머지 부지는 녹지 공간으로 만드는 게 경관 면에서 낫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35층으로도 충분히 멋진 도시경관을 만들 수 있다"고 반박한다. 주거지역은 35층으로 제한하는 대신 랜드마크가 필요한 상업·준주거지역에는 50층 남짓 초고층을 허용해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
주민들은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재건축 정책이 오락가락한다고 비판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에는 '한강변 르네상스' 정책을 내세우며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했지만, 박원순 시장이 들어오면서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서울 내 35층 이상 아파트인 용산구 '래미안 첼리투스', 성동구 '서울숲 트리마제',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등 3개 단지는 오세훈 시장 시절 허가를 받았다. 업계 전문가는 "35층 규제 자체를 정치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시장이 바뀌면 다시 35층 이상으로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 뉴욕·런던·도쿄 등은 높이 규제 푸는 추세 진중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