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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왜 35층 규제하나...서울시 "과학적 근거는 없다"

    입력 : 2017.02.07 04:00

    최근 서울시내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이 잇따라 ‘높이’에 발목을 잡히면서 과연 아파트 층수 규제가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달 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 주공5단지의 재건축 사업 계획안이 반려됐다. 문제는 최고 층수.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고 50층으로 짓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상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는 35층까지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최고 50층 이상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조선일보DB

    수도권이나 지방에 가면 50층 넘는 아파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미 서울 용산구 등 한강변에도 50층을 넘는 초고층 아파트가 있다. 그런데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만 유독 35층이란 족쇄를 채우는 이유를 땅집고(realty.chosun.com)가 심층 분석했다.

    ■50층 재건축 잇따라 ‘제동’…왜 35층인가?

    현재 35층 규제가 논란을 빚는 곳은 잠실 주공5단지만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고 49층 재건축 계획안을 만들었지만 강남구청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역시 서울시가 최고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35층’을 고집하는 근거는 한강변을 비롯한 주거지역 공동주택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도시계획 2030플랜’이다. 이 계획에서는 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가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심이나 광역 중심 기능을 수행하는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서만 50층 이상을 허용한다.

    ‘35층 제한’의 근거는 초고층 건물이 일조권과 조망권을 독점하는 것을 막고, 저층 건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는 것이다. 2013년 이후 높이 제한을 받아 재건축을 진행 중인 기존 단지와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기도 한다.

    서울시는 최고 35층이란 기준이 “2014년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원칙’을 발표할 당시 전문가와 시민위원회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서울시 조차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서울시는 “숫자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이 요구하는 정성적인 기준의 정량적인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2008년 잠실 한강변에 들어선 아파트들의 최고층(33~34층) 등 기존 최고층 아파트를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문제는 서울의 모든 주거용 건축물 높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도 아니고, 사람이 거주하는 데 35층 이하 건축물이 적합하다는 근거도 없다. 그렇다면 상업지역에서는 왜 50층 넘는 아파트를 허용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들 “병풍 스카이라인이 오히려 미관 해쳐”

    재건축 조합들은 35층 규제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한다. 우선 아파트 높이가 획일화되면서 ‘병풍’ 같은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오히려 미관을 해친다는 것이다.

    서울 잠실 일대 한강변 아파트들이 비슷비슷한 높이로 늘어서 '병풍 같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조선일보DB

    재건축 조합들은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의 비율) 제한과 층수 제한을 동시에 두는 것이 천편 일률적인 건물 구성과 스카이라인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용적률은 제한해 과도한 이익 추구를 막되, 층수 규정은 없애 자유롭게 건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 층수를 높이면 용적률을 그대로 두면서도 동과 동 사이의 거리와 조경 면적이 넓어져 더욱 쾌적해진다. 그런 만큼 분양가도 더 받을 수 있어 재건축 사업성도 높일 수 있다.

    더욱이 ‘도시계획 2030플랜’이 적용되기 이전에 건축된 초고층 아파트들이 이미 50층 이상으로 준공된 마당에 35층 규제를 고집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주장도 있다. 35층 규제가 고착되면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최고 56층),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트리마제’(최고 47층),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최고 38층)’ 등이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다.

    최고 56층으로 올라간 서울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이촌 첼리투스'./조선일보DB

    선진국에서는 서울시와 같은 일률적인 층수 규제를 찾아보기 어렵고, 35층 이란 숫자가 2008년 완공한 잠실 일대 재건축 아파트(리센츠 33층, 잠실 엘스 34층)의 높이 때문에 나온 것으로 과학적으로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잠실 주공5단지를 비롯한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50층 꿈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잠실동 주공5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잠실역 대로변에 있는 동은 2030 기본계획에 따른 광역 중심 역할을 하는 곳으로 51층까지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이 조합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조합은 최고 층수 35층 제한 폐지에 대한 전문가 100명의 의견서를 취합해 이르면 3~4월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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