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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만원 다운 계약하자" 요구 들어줬다가…

    입력 : 2017.01.30 03:00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은 김모(45)씨. 매매가격 6억원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았다. “매매계약서를 쓰자”고 했더니, 중개업자는 “6000만원을 ‘다운(down)’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말로만 듣던 ‘다운계약서’를 요구받은 것. 불법임을 알기에 김씨는 “정상 거래를 하자”고 요구했지만, 중개업자는 “매도인이 다운 아니면 안 팔겠다고 한다. 다들 하는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김씨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다운계약서는 세금을 적게 낼 목적 등으로 실제 거래 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거래 신고를 하는 것이다. 아파트 분양권 거래 시장에서는 이런 ‘다운계약’을 하자는 제안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엄연한 불법 행위다. 작은 이익을 노리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도 다운계약의 검은 유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인천 부평갑)이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는 자료에 따르면 다운계약을 포함한 부동산 실거래가 허위신고 의심거래 건수가 최초로 1만건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다운계약, 그 이유는 뭘까.

    수도권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주변에 분양권 거래를 위한 이동식 중개업소(떴다방)들이 모여있다./조선일보DB

    ■매도자는 양도세, 매수자는 취득세 줄어

    다운계약은 대개 매도자 요구로 이뤄진다. 가장 큰 목적은 양도소득세를 덜 내기 위해서다. 아파트 분양권의 경우 1년 이내 전매할 경우 양도차익의 50%, 1~2년은 40%의 높은 세율로 양도세가 부과된다. 여기에 지방세 10%도 따라붙는다.

    김씨에게 분양권을 파는 매도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정상 거래를 하면 매도자가 매입한 가격이 5억, 보유기간이 1년 미만으로 가정하면 양도차익 1억원(6억원-5억원)에 세율 55%(지방소득세 5% 포함)가 적용돼 약 55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5억4000만원으로 다운계약서를 쓰면 양도차익이 4000만원으로 줄면서 세금도 2200만원으로 감소한다. 3300만원을 덜 내는 것이다.

    매수자 김씨도 취득세를 탈세하면서 범죄에 동참하게 된다. 김씨가 6억원이 약간 넘는 가격에 매입했다고 정상 신고를 한다고 가정하면 취득세로 약 1320만원(취득가격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세율2.2%)을 내야 한다. 하지만 다운계약을 하면서 세율 1.1%(취득가격 6억원 이하)가 적용돼 취득세는 590만원만 내면 된다. 약 720만원을 아낄 수 있다.

    문제는 김씨의 경우 추후 다시 분양권을 되팔거나 입주 후 아파트를 매도할 경우, 매수 가격을 낮췄던 만큼 양도차익과 양도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운계약은 이런 측면에서 매수자에게 불리한 점도 있다. 하지만 매도자나 중개업자들은 이렇게 유혹한다. “팔 때도 다운계약서 쓰면 되지 않느냐”고. 실제 여러차례 주인이 바뀌는 분양권의 경우 이렇게 수 차례에 걸쳐 다운계약이 이뤄진다.

    김씨가 1가구 1주택자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1가구 1주택 상태에서 2년 이상 보유 후 아파트를 매도할 때는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되기 때문에 양도차익이 얼마가 되든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적발되면 과태료·가산세 ‘폭탄’

    하지만 실거래 신고가 의무화하면서 다운계약서는 언제든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가 거래 신고 내역을 모니터링하면서 정상 가격보다 낮다고 생각되면 소명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거래 후 10년 이내라면 언제든지 적발이 가능하다.

    다운계약이 적발되면, 과태료와 가산세 등으로 탈세하려던 세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내야 한다.

    과태료는 실거래 가격과 신고 가격의 차이(과소 신고한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과소 신고한 금액이 실거래 가격의 10%~ 20% 미만일 때는 취득가의 4%이다. 과소 신고 금액이 거래 가격의 10% 미만일 때는 취득가의 2%, 20% 이상일 때는 5%가 각각 과태료로 부과된다. 매도자와 매수자에게는 똑같은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씨의 경우 다운계약이 적발되면 매도자와 김씨 모두 과소 신고한 6000만원의 4%인 240만원의 과태료가 예상된다.

    탈세한 세금은 당연히 다시 내야 한다. 매도자의 경우 탈세한 양도소득세 3000만원을 내야 하고, 매수자에게도 취득세 720여 만원이 추가 부과된다.

    여기에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거짓 신고한 데 대한 ‘신고불성실 가산세’도 추가로 붙는다. 각각 내지 않은 세금의 40%이므로 매도자는 1200만원, 매수자는 290만원이 가산세로 부과된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내야 할 세금을 늦게 낸 데 따른 ‘납부 불성실’ 가산세도 부과된다. 세금을 늦게 내는 기간 만큼 연 10.95%의 이자율로 금액이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매수자 김씨는 원래 1가구1주택으로 2년 보유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운 계약서를 썼다가 들통날 경우, 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김씨의 경우 집값이 올라도 팔때 높은 양도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자진 신고해도 세금은 줄지 않아

    앞으로는 김씨처럼 매도자의 다운 계약서 요구로 고민하는 사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거래시 상대방 요구로 거짓 신고를 했더라도, 나중에 자진 신고하면 과태료를 전액 면제해주는 제도가 지난 20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당국의 조사 이전에 다운 계약을 자진 신고하면 신고 당사자는 과태료를 전액 면제받고, 조사 개시 후에라도 증거자료 제출 등을 통해 협력하면 과태료 절반을 감면받는다.

    하지만 자진 신고를 통해 면제받는 것은 ‘과태료’ 뿐이다. 탈세한 세금과 그에 대한 신고불성실 가산세, 납부 불성실 가산세는 그대로 내야 한다. 매수자의 경우 1가구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혜택 역시 적용받을 수 없다. 결국 자진 신고제도가 생겼지만 다운 계약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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