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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모으는데 38초… 십시일반 '부동산 P2P' 열풍

    입력 : 2017.01.16 23:51

    [관련 업체 1년 새 10배 늘고 대출액은 100배로…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잊지 말아야]

    저금리 시대에 연 10~20% 이자
    최소 투자액 10만원으로 낮추자 대학생·20代 직장인까지 몰려
    건축주가 빌린 돈 갚지 않으면 담보로 잡은 건물·토지 처분
    업체 3분의 1만 연체·부도율 공개… 최근 유사 P2P 업체 등장하기도

    대학생 장대진(25)씨는 작년 초 10만원을 '부동산'에 투자해 6개월 뒤 수수료 등을 떼고 이자 3350원을 되돌려받았다. 10만원을 은행에 넣었다면 6개월간 받을 수 있는 이자는 500원 남짓이다. 장씨의 돈이 투자된 부동산은 서울 연남동의 한 3층짜리 상가 건물이다.

    당초 이 건물 주인 A씨는 빈 땅만 있었고, 3억원에 달하는 건축비가 없었다. A씨는 장씨와 같은 '개미 투자자' 수백 명으로부터 10만~수백만원씩 펀딩을 받아 공사를 마쳤고, 이후 A씨는 은행에 신축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내 개미 투자자들에게 돈을 갚았다. 장씨는 이후 총 투자 금액을 900여만원까지 늘려 1년 동안 40여만원을 벌었다.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으로 건물 등에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P2P(peer to peer·개인 간) 투자'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부동산 P2P 투자는 건축주가 P2P 업체에 대출 신청을 하면 업체가 소형 빌딩이나 다세대·다가구 주택 신축 공사 등의 위험도 등을 평가해 공정 단계에 따라 필요한 돈을 대출해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소액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부동산 P2P가 대학생·회사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초 단위로 마감되는 인기… 20대도 가세

    부동산 P2P 업체 1위인 테라펀딩 사무실에서는 매일 아침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회사는 투자 상품의 목표 금액이 달성됐을 때 종을 울리는데 최근에는 투자 상품이 초 단위로 마감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내놓은 동탄신도시 오피스텔 신축 공사는 10억원을 모집하는 데 38초가 걸렸고, 이달 10일 아차산역 인근 다세대주택 신축 공사를 위해 2억원을 모집하는 데에는 14초가 걸렸다.

    부동산 P2P 업체 증가 추이 그래프
    최소 투자 금액이 100만원이었던 이 회사는 소액 투자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 등을 위해 올해부터 10만원으로 낮췄다. 정수현 테라펀딩 수석연구원은 "최소 투자 금액을 낮췄더니 20대 투자자가 작년 말(7.4%)보다 2배에 가까운 13.2%로 늘었다"고 말했다.

    개인 신용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P2P 업체 미드레이트는 작년 11월부터 부동산 담보 대출을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작년 말 기준으로 1만~5만원의 소액 투자자가 전체의 35%이다. 최근에는 국내 부동산 P2P 사상 최고 금액인 100억원짜리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피플펀드는 국내 증권사와 함께 100억원짜리 경기도 오산 주상복합 건물 상품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부동산 담보 P2P 투자를 하는 회사는 총 92개로 1년 사이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누적 대출액은 3602억원으로, 작년 1월(33억원)에 비해 100배 이상으로 늘었다.

    원금 보장 안 되는 투자 상품이라 위험성도

    부동산 P2P 상품의 인기 이유는 소액으로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P2P의 금리는 10~20%이다. 시중은행보다 10배 가까이 높다. 대출을 받은 건축주가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물인 토지와 건축물을 경매·공매하는 등 채권 추심 활동을 통해 투자금의 전체나 일부를 회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금 보장은 안 되는 투자 상품이라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은 부도율 등을 반드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연체율과 부도율을 공개한 업체는 31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업체는 이를 공개하지 않거나 업체는 존재하지만 부동산 P2P 상품을 운영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경우 연체율과 부도율이 상당해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체·부도율이 낮다 하더라도 대부분 신생 업체이기 때문에 아직 이자·원금 상환 날짜가 돌아오지 않아 숫자가 낮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P2P 업체라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내는 유사 P2P 업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하고 P2P 업체 역시 이를 명확하게 공지해야 한다"며 "아직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아 업체가 난립하거나 투자 손실에 대한 보장이 어려울 수 있으니 한국P2P금융협회에 가입돼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자기 책임하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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