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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끼고, 대출받고…'갭 투자' 부동산 시장 지뢰되나

    입력 : 2017.01.04 19:35

    조선DB


    지난달 회사원 신모(37)씨는 분양받은 지 4개월 된 대구의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분양가에 되팔았다. 신씨는 “2억8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서울에서는 전세를 낀 아파트를 하나 구입하고, 대구에서는 분양을 받았지만, 금리가 올라 버티다간 이자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급매로 처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를 끼고 산 서울 아파트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 2~3년 사이에 유행하던 ‘갭 투자’가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갭 투자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액을 투자해 집을 사는 투자 방법이다. 매매가 3억원짜리 주택의 전세금 시세가 2억7000만원이라면, 전세를 끼고 3000만원을 들여 집을 사는 것이다. 전세 계약이 끝나면 전세금을 올리거나 매매가가 오른 만큼의 차익을 얻는다. 이런 식으로 아파트나 빌라 수십 채를 사들인 투자자들의 성공담을 담은 ‘나는 갭 투자로 300채 집주인이 되었다’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 등의 책이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갭 투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 집값과 전세금이 계속 올라야 이익을 낼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 물량이 많거나 미분양을 겪고 있는 지역의 경우 집값이 최대 20%도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다음 세입자를 찾지 못하거나 전세금이 하락할 경우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며 “여윳돈이 없는 서민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건 없어 못 팔던 갭투자 매물, 골칫덩이로 전락

    부산시 수영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최근 아파트 매물이 수십 건 쌓여 있다. 작년 10월만 해도 이 사무소에는 ‘전세 끼고 살 수 있는 아파트가 나오면 무조건 사겠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정부가 11·3 부동산대책과 각종 대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갭 투자를 하려고 전국에서 몰렸던 수요가 한순간에 사라졌다”면서 “한 번에 집 4채를 팔아달라고 맡긴 사람도 있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저금리와 주택 경기 호황이 맞물리면서 직장인들까지 임대사업용 주택을 사들이는 ‘갭투자 열풍’이 불었다. 개인들이 임대사업용으로 등록한 주택 수는 2014년 35만7653가구에서 2015년 46만27가구로 28%(10만2374가구)나 늘었다. 2013~2014년 사이에 증가한 3만1480가구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16년 통계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갭투자 등으로 임대사업에 뛰어든 개인이 최소 3만명 이상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추가 금리 인상과 주택 경기 전망도 밝지 않은 올해는 갭 투자가 ‘지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집값이 내리면, 대출 비중이 높은 아파트는 한순간에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다. 깡통주택은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의 전세금과 대출금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경우엔 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실제로 2014년에는 집값의 80%까지 담보 대출을 받아 빌라, 아파트 등 15채를 구입했던 투자가가 집값 하락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갭투자 ‘지뢰’ 올해 터지나

    실제로 서울에서 전세금이 내리면서 갭 투자자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전세가율이 높아 갭 투자 인기 지역이던 서울 성북구는 최근 전세 계약이 만료된 갭 투자 물건이 매물로 나오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전세금도 약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은 “작년 말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 데다가 대출 금리도 인상돼 갭투자가 이뤄진 매물이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갭투자 성공신화는 이미 깨진 거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위험도가 다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서울처럼 꾸준히 수요가 있는 지역은 일시적으로 전세금이 하락해도 시간을 두고 회복될 수 있다”며 “대구, 용인 등 입주 물량이나 미분양이 많은 지역과 서울 등 수요가 있는 지역의 온도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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