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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이상 손실 뻔한데" 삽질부터 시작한 루원시티

    입력 : 2016.12.20 11:38 | 수정 : 2016.12.20 11:54

    “이렇게 자꾸 벌여만 놓으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천 개발의 흑역사로 불리는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 ‘루원시티’(LU1 City) 개발 사업이 10년여만인 20일 오후 첫삽을 뜬다. 하지만 이 사업은 애초부터 수익은 커녕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사업인데 확실한 해법도 없이 착공부터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인천에는 이미 송도·영종·청라 등 신도시 3곳이 개발되고 있다. 아직 미분양 아파트가 넘치는데 루원시티까지 사업에 들어가면 향후 수급 불균형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루원시티에는 이미 1조7000억원이 넘는 국민 혈세(血稅)가 토지 보상비로 투입됐다.
    인천 가정오거리 일대에 들어설 루원시티 개발 조감도.

    루원시티 사업시행자인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일 오후 루원시티 사업 현장에서 유정복 인천시장과 박상우 LH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갖고 사업을 본격화한다.

    루원시티는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 93만3916㎡(28만2500여평)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2006년 6월 도시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10년동안 사업이 중단됐었다.

    인천시와 LH는 325억원을 들여 2018년까지 단지 조성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이와함께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토지 매각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루원시티에는 아파트 1만여가구, 인구 2만4000여명을 수용한다.

    ■“혈세 1조7000억 투입…예상 손실만 1조원”

    루원시티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2004년부터 150층짜리 인천타워와 함께 추진한 ‘인천 그랜드 개발계획’의 핵심 프로젝트였다. 주상복합 등 고급 아파트 1만1000여 가구를 포함해 77층 랜드마크타워, 지하 3층 규모의 대형교통센터, 쇼핑몰 등을 넣어 세계적 수준의 입체 복합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루원’은 ‘세계 최고의 루(樓)’란 뜻으로 안 전 시장은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견줄만한 초고층 매머드빌딩을 대거 짓겠다”고 호언했다.

    이후 옛 주택공사(현 LH)가 2008년 6월부터 토지와 건물에 대한 보상비 1조6000억여원을 투입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사가 중단됐다. 루원시티는 멀쩡한 주택이 밀집된 주거지역인 데다, 땅값이 비싼 상업용 건물도 100여채에 달해 애초부터 재개발 사업지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판자촌이나 달동네도 아닌 멀쩡한 집과 건물을 수용하자면 보상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업 중단 이후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LH가 보상비를 조달하기 위해 빌린 차입금의 이자 비용만 하루 2억4000만원, 연간 882억원에 달했다. 결국 인천시와 LH는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사업을 더는 방치할 순 없다는 판단 아래 작년 3월 사업 정상화에 합의했다. 총 사업비 2조9000억원을 절반씩 부담하되, 인천시와 LH가 사업 준공 뒤 1년 이내에 손익 처리를 협의해 사업비를 정산하기로 한 것이다.

    인천시와 LH는 올 3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아파트 부지 등 주거용지를 축소하고 대신 주상복합건물 등 상업·업무 용지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개발 계획을 변경했다. 지난 7월에는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가정오거리역이 루원시티 한가운데 자리잡게 돼 역세권이 됐다. 인천시는 인천교육청 등을 루원시티로 이전해 교육행정연구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하면서 사업 추진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인천시와 LH는 사업성 개선으로 사업 손실 규모가 당초 우려했던 2조원대에서 1조원 이하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교통망 개선과 교육연구타운 조성 등으로 입지 경쟁력이 상당부분 개선됐다”면서 “건설사 등에서도 토지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루원시티 위치도.

    ■“땅값 비싸고 주변 개발도 과잉”

    하지만 현재로서는 인천시와 LH의 기대는 기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악재가 너무 많다.

    당장 루원시티는 토지 조성 원가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3.3㎡당 2120만원에 달한다. 바로 옆에 있는 청라국제도시(407만원)의 5.2배, 송도국제도시(194만원)의 10.9배에 달한다. 심지어 위례신도시(1000만원선)보다는 배 이상 비싼 땅을 누가 사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위례신도시 아파트 분양가격이 3.3㎡당 1500만~1700만원, 청라의 경우 3.3㎡당 1000만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도 사업성이 쉽게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주변에 토지 공급이 넘치는 것도 문제다. 아직까지 인천 송도와 영종·청라지구에는 미매각된 토지가 많이 남아있다. 루원시티에서10km쯤 떨어진 곳에 루원시티의 12배 크기인 검단새빛도시(1115만㎡)가 동시 개발되고 있어 향후 더 값싼 토지가 나올 전망이다.

    루원시티 대상지 중 15만㎡를 용도제한 규제를 덜 받는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하려던 계획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산되면서 호텔·컨벤션·복합 문화시설 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저금리에 힘입어 활기를 띠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정부의 각종 금융 규제로 타격을 입은데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루원시티는 도대체 개발 컨셉트가 뭔지 잘 모르겠다”면서 “인구 유입을 유발할 대기업이나 학교, 복합쇼핑몰 같은 앵커시설 유치 계획도 확실치 않아 사업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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