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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가 보물섬될 수도"...대박 노린 섬테크족 늘어난다

    입력 : 2016.12.07 15:48 | 수정 : 2016.12.07 15:59

    지난달 14일 법원 경매 시장에 깜짝 뉴스가 전해졌다. 이날 전남 고흥군의 ‘시산도’라는 섬에 있는 임야(3372㎡)가 경매에 나와 속칭 대박이 났다. 이 물건을 잡겠다며 무려 30명이 입찰 경쟁에 나선 것이다. 감정가격은 168만6000원이었지만 최종 낙찰가격은 10배가 넘는 1827만여원에 달했다. 시산도는 최근 카페리 항로가 개설되면서 바닷길 교통이 좋아졌다.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 어촌편 3’의 촬영지인 전남 고흥군 ‘득량도’에 있는 임야(476㎡)도 같은 날 경매에 나왔는데 6명이 입찰해 감정가의 507%인 58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득량도는 방송 인기를 타고 최근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케이블채널 예능 프로그램이 촬영되는 전남 고흥군 득량도. /tvN 캡처
    요즘 부동산 시장에 일명 ‘섬테크’가 확산되고 있다. 싼 물건이 많이 나오는 법원 경매 시장 열기는 뜨겁다. 섬 부동산이 조금 괜찮다 싶으면 수십대 1의 경쟁률이 나오고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고가(高價) 낙찰 사례도 심심찮게 보인다.

    법원경매정보회사인 디지털태인 관계자는 “섬은 경치가 좋고, 대도시나 육지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면서 “나중에 개발이 가능해지면 잠재된 투자 가치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인도가 보물섬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000년대초까지 열풍…이건희 회장도 사들여

    섬 투자 열풍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1990년대에는 ‘묻지마’ 투자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사회문제로 비화될 정도였다. 장경철 부동산1번가 이사는 “강남 개발로 큰 돈을 쥔 졸부들이 ‘통섬(섬 전체)’을 매입했다는 소문까지 심심찮게 나돌았다”면서 “당시 개발만 되면 몇 배로 뛴다는 기대감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S프로젝트, J프로젝트 등 서남해안 일대 섬 지역을 대형 레저관광단지로 개발하는 대형 정책들이 발표되면서 섬 투자가 다시 한번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는 재벌들도 섬 투자에 나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4년 12월 전남 여수시 인근 무인도인 ‘모개도’를 샀다. 모개도는 경사가 완만한 산과 하얀 백사장이 있는 해안가로 이뤄졌다. 면적은 3만1472㎡(9530평)로 하늘에서 본 모습은 영락없는 ‘하트(♡)’모양이어서 하트섬이라고도 불린다. 이 회장이 매입할 당시 모개도 공시지가는 3000만원 수준이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6300만원에 육박해 갑절 이상 뛰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일가도 개인 회사를 통해 인천 굴업도와 소굴업도 등을 사들였다. 2006~2008년 사들이는 섬 면적만 168만여㎡에 달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구입한 전남 여수의 모개도(왼쪽 하트 모양의 섬)와 임야.
    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섬 개발 호재가 별로 없었던데다 각종 개발 규제가 겹치고, 토지시장 거품도 꺼지면서 섬 투자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은행 빚을 빌려 섬을 샀다가 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 처분에 넘어간 섬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의 부호들도 섬 하나를 통째로 사들여 휴양지로 개발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브랜슨 회장은 1978년 카리브해의 넥커섬을 23만8000달러에 사들여 별장형 휴양 리조트로 꾸몄다. 이 섬은 현재 가치가 1억 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다시 인기 끄는 섬테크…경매 인기 뜨거워

    최근 섬 투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물론 개발되면 큰 시세 차익을 노리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적극적인 개발을 통해 토지 이용도를 높이고 현금 흐름도 창출하는 목적도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태인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요트와 마리나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섬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면서 “환경오염 문제가 없는 경우 정부 허가를 통해 섬 개발이 가능하고 개발에 필요한 도로와 항만시설 등 건설 소요 경비도 요청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 예능 촬영을 섬에서 진행하면서 대중들에게 섬에 대한 노출이 많아지고, 요트 구입 인원이 예전보다 많아져 마리나 산업도 발달하면서 섬 개발 수요가 많아지는 것도 섬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이유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국토 개발의 하나로 섬과 육지를 잇는 연륙교 건설을 늘리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연륙교가 놓이면 인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정부가 무인도 개발 예산을 늘리면서 섬 투자와 개발 여건이 좋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가 관리 중인 전국 무인도 2421개 중 절대보전 지역을 제외한 약 94%에 해당하는 2271개 섬에서 개발계획 허가만 받으면 주택 건축이나 선착장 건설 등 다양한 개발을 할 수 있다. 이중 절반이 넘는 1270개가 민간 소유다.

    무인도는 경매 시장에서도 관심이 높다. 그동안 100여건이 경매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장 비싸게 낙찰된 무인도는 17억원 수준이다.
    전남 완도군 고금도와 강진군 마량면을 연결하는 연륙교 '고금대교'.
    ■육지와의 거리, 각종 규제 잘 확인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섬 투자는 주의할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섬은 육지와 달리 특수 물건인 만큼 수요층이 많지 않아 거래가 쉽지는 않다. 최근 규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문화재보호구역, 생물보존지역 등 각종 개발 규제도 잘 살펴봐야 한다.

    땅값이 갑자기 오르거나 투자자들이 몰리는 지역도 주의해야 한다. 별다는 투자 호재가 없는데 현지 토박이나 외지 떴다방들이 의도적으로 매물을 거둬들여 가격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육지와의 접근성과 차량 운행가능 여부, 선박 운항 횟수 등도 현장 답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업계에서는 땅값이 싸더라도 통상 육지와 섬까지 거리가 15㎞가 넘으면 투자가치가 떨어진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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