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100만원으로…'개미'들도 빌딩 사는 시대

    입력 : 2016.11.17 19:35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9월 내놓은 부동산 투자 공모펀드인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는 출시 10일 만에 목표액 3000억원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 펀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최소 1000만원의 투자를 받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오피스 빌딩 4개 동(棟)을 사들여 임대료를 투자가에게 돌려준다. 이 펀드는 만기 7년 6개월 동안 되팔 수 없는 ‘폐쇄형 구조’이지만, 연 4~5% 수익률이 기대되면서 일반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이 빌딩에는 북미 최대 손해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입주해 있어 임대 수익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하나자산운용이 지난 7월 국내 임대형 부동산 펀드 중 처음으로 공모 형태로 내놓은 690억원짜리 ‘하나티마크그랜드 종류형 부동산투자신탁’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출시 1시간 만에 ‘완판’됐다.

    ‘개미(개인투자자)’들도 펀드를 통해 빌딩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그동안 자금이 풍부한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부동산 펀드와 리츠 등 간접투자시장에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투자가 가능한 공모형 부동산 펀드와 상장형 리츠(REITs·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 펀드)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100만원으로 오피스 빌딩 투자

    부동산 펀드와 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오피스 빌딩이나 호텔·물류센터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운용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투자자가 직접 매입하지 않고 전문 운용사가 매입과 운영을 맡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고,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펀드는 평균 5~6%, 리츠는 8%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들어 부동산 펀드 시장에는 4년 만에 공모형 펀드 3건이 등장했다. 부동산 투자회사를 상장해 개인들이 주식 거래 하듯 투자할 수 있는 ‘리츠’의 상장도 4년 만에 재개됐다. 올 7월 공모형으로 진행해 단기간 완판한 ‘하나티마크그랜드호텔 펀드’와 ‘미국 댈러스 오피스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달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퍼시픽타워’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형 부동산 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펀드는 총 1855억원의 투자금을 모아 퍼시픽타워를 매입·운용하는 것으로, 최소 100만원부터 투자가 가능하다. 목표 수익률은 6.4%이다. 유덕현 이지스자산운용 이사는 “최근 5년간 투자 상품별 연평균 투자수익률을 보면 오피스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이 5~6%로, 아파트 매각차익률이나 채권 등의 수익률보다 월등히 높다”며 “내년 상반기에도 오피스 빌딩과 상가 등을 중심으로 공모형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2년 이후 멈춰 섰던 리츠 상장도 올 들어 본격적으로 재추진되고 있다. 올 9월 호텔 매입과 운영을 중심으로 하는 ‘모두투어리츠’가 상장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코람코자산신탁이 뉴코아아울렛 평촌·일산점 등에 투자하는 ‘E리츠코크렙’을 상장할 계획이다. 박병태 한국리츠협회 사무국장은 “리츠AMC(자산관리회사)들도 기존 보유하고 있던 리츠를 공모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일반인이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공모형 상품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저금리로 투자처 찾는 ‘개미’ 겨냥

    올해 갑자기 공모형 부동산 펀드와 상장 리츠가 활성화된 이유는 저금리 때문이다. 그동안 펀드와 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은 주로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이나 수백억원을 소유한 자산가, 기업 위주의 사모(私募) 형식으로 이뤄져 일반인들은 사실상 투자가 불가능했다. 실제로 이달 15일 기준으로 전체 부동산 펀드 설정액(43조9313억원) 중 일반인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공모형 펀드 설정액(1조2711억원)의 비중은 3%가 채 안 된다.

    하지만 최근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운용사들은 일반인들 투자 욕구와 수요가 충분하다고 보고, 전략을 바꾸고 있다. 정부가 개인들이 최소 500만원으로 부동산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펀드를 도입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공모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배경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최근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펀드로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기관투자자들을 따라 하겠다는 투자자가 많아졌고 운용사들도 이를 겨냥한 공모형 펀드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 상품인 만큼 리스크도 있다. 부동산 펀드와 리츠 등 간접투자상품은 실물 부동산 경기와 연계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수익률도 하락할 수 있다. 펀드 만기가 도래해 투자했던 부동산을 되팔때 시장 침체로 매각에 실패하면 원금 손실도 볼 수 있다.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은 보통 5년이나 7년 동안 되팔 수 없는 폐쇄형 구조이기 때문에 자금 운용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위험 요소이다. 황규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에 나오는 펀드는 상장해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달고 있지만, 상장된 펀드나 리츠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판단”이라며 “펀드가 투자하려는 부동산의 입지와 공실률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