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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계약 아니면 안팔아" 배짱...피가 얼마길래

    입력 : 2016.11.17 09:47 | 수정 : 2016.11.17 10:11

    [지금 여기!] ②14년만에 완성되는 왕십리뉴타운(하)

    시세 3.3㎡당 2500만원…투자 가치 있나?
    1구역 건너 청계벽산보다 2억6천만원 비싸
    전문가들 “거품은 아니지만 추가 상승 제한적”
    입지좋은 센트라스, ‘다운계약’ 요구 많아 고민
    텐즈힐은 시세 3000만원 싸지만 지하철 멀어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이 이달 말 3구역 센트라스 아파트 입주를 끝으로 사실상 개발이 완료된다. 2002년 최초 개발 당시 미나리꽝과 연탄공장이 많았던 서민 동네에서 14년만에 마포구 공덕동이나 성동구 옥수동과 어깨를 겨룰만한 강북의 대표적 중산층 주거지로 떠올랐다. 2012년 첫 분양 당시에는 미분양이 넘쳐나며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도 많았지만 현재 최대 1억4000만원 정도 프리미엄(웃돈)이 붙을 만큼 찾는 수요가 늘었다.

    하지만 왕십리뉴타운의 단지별 투자 가치나 가격 수준, 현재 시세의 거품 여부,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3구역 센트라스는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수요자 관심이 높은 상태다. 문제는 웃돈이 많이 붙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도자들이 다운계약(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서를 쓰는 것)을 요구할 만큼 배짱을 부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투자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호선 상왕십리역으로부터 '왕십리 뉴타운' 주요 단지까지의 도보 이동 거리. /네이버 지도
    왕십리뉴타운은 단지별로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다르다. 2호선 상왕십리역 기준으로 3구역이 가장 가깝고 2구역 텐즈힐이 가장 불리하다. 2구역 끝에서 지하철역까지는 직선 거리로 따져도 도보 13분쯤 걸린다. 버스를 이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일반분양 VS. 조합원 입주권 투자가치는?

    지하철역 접근성에 따라 3구역은 로열층 기준 전용면적 59㎡가 7억원대, 84㎡가 8억3000만~8억4000만원 정도로 가장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하철역이 먼 1·2구역은 전용 59㎡ 6억7000만원, 84㎡ 8억1000만원대로 3구역보다 대략 3000만원 낮은 편이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왕십리뉴타운의 시세는 공급면적 3.3㎡당 가격으로 보면 평균 2500만원 안팎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물이 많지 않다. 특히 이달 말 입주할 3구역 센트라스는 일반 분양됐던 매물을 구하기 쉽지 않다. 프리미엄(웃돈)이 워낙 많이 붙은 탓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조합원 입주권을 추천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반 분양분은 매도자의 세금 부담이 크다. 전용 84㎡의 경우 현재 시세가 7억8000만원 정도다. 분양가(6억6000만원)에 웃돈만 1억2000만원쯤 붙었다. 이렇다보니 양도소득세 부담이 만만치 않아 매도자들이 다운계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매매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이유는 센트라스의 경우 일반분양분 대부분이 3층 이하 저층이어서 로열층인 조합원 물량보다 선호도가 떨어진다.
    왕십리 뉴타운 1구역에 들어선 중심상업시설.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 부동산 중개업소가 많지만 곧 생활편의시설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상혁 기자
    다만 조합원 입주권의 경우 현재 시세가 8억5000만원 정도로 일반분양분(7억8000만원)보다 7000만원 더 비싸다. 또 일반분양 물량과 달리 조합원 권리가액에 웃돈까지 얹어주면 초기 투자비용이 3억~4억원대로 큰 편이다.

    조합원 입주권이 일반분양 물량보다 비싼 이유는 또 있다. 일반분양 물량보다 발코니 확장비가 400만원 정도 더 할인됐고(일반 분양 1200만원, 조합원 800만원), 일반분양 물량이 1000만원 정도 부담하는 중도금 이자도 면제받는다.

    최근 조합원 입주권은 호재가 하나 더 생겼다. 최대 2000만~3000만원의 환급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재개발 아파트는 일반 분양이나 상업시설 분양 성공 여부에 따라 환금금이 생기기나 반대로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센트라스는 상업시설 분양이 잘돼 환급금이 생길 것으로 알려졌다.

    ■1·2구역과 3구역, 어디가 더 유리?

    왕십리뉴타운 매수를 고려하는 수요자라면 어디를 고르는 게 좋을까.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센트라스만 볼 것이 아니라 1·2구역 텐즈힐과 꼼꼼하게 비교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현재 센트라스는 2700여 가구가 동시에 입주하면서 전세 물건이 많아 전세금이 약세다. 전용 84㎡ 기준으로 6억원 이하가 많다. 입주가 가까워질수록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세 수요자에게는 희소식일 수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대단지에서는 잔금을 내기 어려운 물건이 급매물로 나오면서 매매가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면서 “당분간 전세 시세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매입하고 싶은데 당장 입주하기는 어렵다면 입주 2년차인 텐즈힐을 전세끼고 사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텐즈힐은 올 상반기 2년차 전세 계약 갱신이 이뤄져 전세금이 많이 올랐다. 이 때문에 최근 전용 84㎡ 전세금이 6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자기자본 1억6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전세끼고 매입이 가능하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1·2구역이 2년 먼저 입주했지만 어차피 상가 등 기반시설을 공유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1·2구역을 매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센트라스는 매물이 많지 않고 그나마 매도자들이 공공연히 다운계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매입이 어렵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투자 측면에서 본다면 임차 수요를 따져야 하는데 1·2구역이 지하철역과 떨어져 있지만 반대로 동대문 등 업무지역과 가까운 장점도 있어 임차 수요가 적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왕십리 뉴타운 1구역 텐즈힐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선 숭신초등학교. /한상혁 기자
    더구나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3구역 일부 동(棟)은 단지 내 숭신초등학교로 배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숭신초교 학생이 너무 많아 3구역 남측 일부 동의 경우 다른 초등학교로 배정될 가능성도 있다.

    ■“거품 아니지만 당장 더 오르긴 어려워”

    전문가들은 왕십리뉴타운의 새 아파트 프리미엄이 과연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느 지역이든 신축 아파트, 특히 대단지라면 주변보다 시세가 더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왕십리뉴타운의 경우 최대 1억 4000만원대 웃돈이 붙어있다.
    왕십리뉴타운과 길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하왕십리동 '청계벽산 아파트'. /네이버 지도
    그런데 1구역 바로 건너편 하왕십리동 ‘청계벽산’(1996년 입주·1332가구)은 전용 84㎡ 실거래가격이 5억2000만원선이다. 3구역과 비교하면 2억6000만원이나 싸다. 비슷한 여건의 다른 지역은 어떨까. 마포구 공덕동의 경우 공덕역세권인 ‘공덕 파크자이’(2015년 입주·84㎡ 8억원 후반)와 ‘공덕 래미안1차’(1999년 입주·6억원 중반) 차이가 2억원 초반대다. 왕십리뉴타운이 상대적으로 격차가 큰 편이다.

    왕십리 뉴타운은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은 것도 단점이다. 주변에 상업·문화 시설이 부족하고 낙후한 소규모 점포가 많아 지저분한 느낌을 준다. 초등학교는 단지 내 학교를 보낼 수 있지만 중·고등학교 학군은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이런 단점들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 오히려 현재 상습 정체 지역인 상왕십리역 주변 도로가 앞으로 인구 증가로 더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저렴했던 만큼 거품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단기적으로 더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입지가 좋은 다른 아파트들도 모두 올랐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주거지로서 손색이 없는 지역인데다 추후 대규모 공급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가 없기 때문에 실수요자에게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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