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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제주 집값…"11·3대책 '무풍지대'"

    입력 : 2016.11.13 19:48

    11·3 부동산 대책에서 제외된 제주도의 첫 재건축 아파트인 ‘해모로 리치힐’ 모델하우스를 구경하기 위해 11일 오전 방문객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일반 분양 아파트가 239가구뿐이지만 11~13일 사흘간 1만6000여명이 방문했다./한진중공업

    지난 11일 오전 11시 제주시 아라1동에 있는 ‘해모로 리치힐’ 모델하우스. 입장을 위해 관람객들이 300m 이상 늘어서 있었다. 모델하우스 주차장 입구에 늘어선 차량 행렬은 1.5km 정도 이어졌다. 이날 모델하우스를 찾은 관람객의 최장 대기 시간은 약 2시간. 이 아파트의 일반 분양분은 239가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날 하루에만 5200명이 찾는 등 모델하우스 문을 연 지 사흘 동안 1만6000명이 다녀갔다.

    ‘11·3 부동산 대책’에서 제외된 제주의 아파트 시장이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제주 도심권 일부 아파트 가격은 3.3㎡당 2000만원이 넘었다. 분양가가 서울 강서구 평균(3.3㎡당 1477만원)과 맞먹는 3.3㎡당 1460만원짜리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구름 인파가 몰리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중국인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인구의 급속한 유입과 아파트 부족, 개발 자본의 유입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무제한 전매 가능!’ 광고도… 11·3 무풍지대

    ‘무제한 전매 가능!’

    해모로 리치빌 모델하우스 내부에는 굵은 글씨로 이런 글씨가 적혀 있었다. 분양 책임자인 권혁진 한진중공업 과장은 “11·3 대책 이후 하루 수백통씩 전매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와 아예 써 붙여 놨다”고 했다.

    기자가 방문한 제주는 ‘11·3 대책’ ‘무풍지대(無風地帶)’였다. 제주시 노형동 A 공인중개사 대표는 ‘11·3 대책의 여파가 어떠냐’는 물음에 “11·3 대책이 뭐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그는 현재 제주 지역 최고가 아파트인 제주시 노형동 아이파크 110㎡ 아파트(현재 시세 7억6000만원선)에 대해 “머지않아 10억원을 넘길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11·3 대책에서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이상인 곳 ▲청약 경쟁률이 5대1을 넘는 지역 등의 조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곳을 ‘조정 대상 지역’에 선정했다. 제주는 둘 다에 해당한다. 하지만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이 추진 중’이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근 1년(2015년 11월~2016년 10월)간 제주 아파트값은 평균 9.3%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1.3%)의 7배가 넘는다. 제주 일부 아파트값은 3.3㎡당 2000만원을 돌파했다. 13일 기준 노형동 아이파크2차는 110㎡ 아파트는 7억6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3.3㎡당 2176만원이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이도2동 주공1단지 아파트도 3.3㎡당 2000만~22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된다. 아파트값이 3.3㎡당 평균 2000만원을 넘는 지역은 서울에서도 강남·서초·송파·용산·양천 등 5개 구(區)뿐이다. 제주는 9월까지 평균 청약 경쟁률도 78.4대1을 기록 중이다.

    ◇인구·자본 유입과 공급 부족 겹쳐 아파트값 급등

    제주 아파트값 상승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현기봉 제주시청 주택과장은 “돈과 함께 수요가 몰리는데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제주의 인구는 지난 5월 기준 65만461명인데, 작년 한 해에만 1만9805명이 늘었다. 작년 늘어난 인구 중 1만4257명은 외지 유입 인구이다. 반면 주택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는 제주시 전체 주택 대비 비율이 28.1%에 그친다. 전국 평균(59.9%)의 절반도 안 된다. 더욱이 제주 아파트의 57%는 지은 지 10년이 넘었다.

    중국인과 중국 기업들이 토지를 사들여 개발 사업에 나서면서 제주도에 거액의 자금이 풀린 것도 아파트값 상승 요인이다. 현재 제주에서 중국 자본으로 추진되는 대형 프로젝트는 신화역사공원과 백통신원리조트 등 15개(총사업비 8조8000억원)에 달한다.

    또 제주 지역 주택 착공 건수는 9월 말 기준 1만5000여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급증했다. 2014년 같은 기간(8113건)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로 제주시 도심권을 동서(東西)로 연결하는 연북로를 자동차로 달려보니 도로변에서 수십초마다 신축 건설 현장 또는 각종 모델하우스가 나타났다.

    이런 개발 사업에 땅을 내주고 보상을 받은 원주민들이 아파트를 사려고 다시 주택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토지 보상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되돌아오는 경향이 있다. 제주에서도 자기 땅을 내어준 사람들이 살 집을 찾으면서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제주와 부산은 11·3 대책의 대표적인 ‘틈새’가 됐다”며 “당분간 이 지역들에 풍선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본지 통화에서 “제주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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