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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돈 넘쳐서" 2016년 "금리 낮아"… 부동산 호황, 그때와 지금

    입력 : 2016.10.26 14:26

    10년전 지목된 '버블 세븐' 중 서초구만 2006년 전고점 넘어
    전체 상승폭 당시보다는 낮지만… 규제 등 '외부 충격'엔 주의해야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청약이 수십~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주택시장 '과열'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주택시장에선 최근 의 상황이 역대 최대의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6년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6년 주택시장의 호황은 1~2년 뒤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버블(거품)'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2006년 이후처럼 버블 붕괴가 재현될까.

    2016년
    지난 7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문을 연 ‘아크로리버하임’ 모델하우스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이 단지는 평균 89.54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된 데 이어 계약 4일 만에 100% 계약이 끝났다. / 주완중 기자
    2006년 넘어 역대 기록 경신 중인 서울 아파트값

    현재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2006년의 전고점(前高點)을 이미 넘어섰다. 25일 부동산 리서치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3.3㎡당 4105만원을 기록 중이다. 올해 들어서만 16.1%가 올랐다.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3635만원)과 비교해도 380만원 비싸다. 강남 개포주공 아파트 중 가장 규모가 큰 1단지는 현재 3.3㎡당 시세가 8033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가파른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2006년과 비슷하다. 당시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1년 사이 35.4%나 올랐다.

    2016년
    고분양가 랠리가 이어진다는 점도 10년 전과 비슷하다. 2014년 10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3.3㎡당 4130만원) 분양부터 본격화된 역대 최고 분양가 경신 행진은 올해 1월 잠원동 신반포자이 (3.3㎡당 4290만원 )등 강남권 재건축 신규 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과 고분양가를 양대 축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이에 불안감을 느낀 무주택자들이 빚을 내 주택 구입 대열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상황은 2006년에 벌어진 상황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돈이 넘쳐서" vs. "금리가 낮아서"

    현재 주택시장의 상황이 10년 전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여러 가지 시장 지표들은 2006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집값이 오르는 지역이 차이가 난다. 2006년의 집값 급등 현상은 강남 재건축뿐 아니라 서울 기존 주택과 경기도, 지방 대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평촌·용인 등을 묶어 '버블세븐'이라고 지정하고 집값 잡기에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달 기준 버블세븐 지역 가운데 전고점을 돌파한 곳은 서초구가 유일하다. 3.3㎡당 가격이 3217만원으로 전고점(2883만원)보다 11.6% 높은 상태다. 그 외에는 강남구만 3505만원으로 전고점(3550만원)에 거의 근접했을 뿐, 나머지 5개 지역은 전고점 대비 최소 5% 이상 낮은 상태다.

    전체적인 상승폭도 2006년에 크게 못 미친다. 2006년 한 해 아파트값은 ▲서울 31.11% ▲경기 34.8% ▲전국 24.8% 각각 올랐지만, 올해는 ▲서울 5.67%, ▲경기 2.23% ▲전국 2.85% 상승에 머물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겨우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는 수준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과는 거리가 멀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건도 2006년과 다르다. 2006년은 전형적인 부동산 호황기였다. 1970년대 서울 강남에 지어진 낡은 아파트들의 재건축 시기가 다가왔고, 경제성장률도 5%여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산될 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금의 2배를 넘는 연(年) 6~7%였음에도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2006년과는 달리 지금은 경제 호황이 아님에도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부동산 시장을 그나마 수익이 날 수 있는 곳으로 보고 몰리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예금 금리는 1%대 초반이고, 코스피 지수는 3~4년째 2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결국 은퇴자 등이 목돈을 굴릴 곳이 부동산 외에는 마땅치 않은 상태다. 여기에 크게 높아진 전세금은 무주택자까지 주택 매매 시장으로 밀어넣고 있다. 2006년 41.8%였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이달 73%까지 올라왔다. 반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3%를 오르내린다.

    "규제 등 외부 충격 가해지면 일거에 붕괴 우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2007~2008년처럼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센터장은 "현재 강남 재건축과 수도권 분양시장엔 '묻지마 투자' 분위기가 조성돼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정부 규제가 시작되고, 경제상황이 더 악화되면 부동산 시장의 갑작스러운 붕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체 시장이 활황이 아닌 만큼, 정부가 규제에 나서더라도 아파트 재당첨을 제한하거나 청약통장의 1순위 요건 강화 등의 단계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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