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億 億 億… 분양권 투기판이 된 부동산 시장

    입력 : 2016.10.17 23:28

    [양극화 딜레마에 빠진 부동산]

    - 서울·수도권 청약 광풍
    개포동 재건축 당첨된 40代 "웃돈 1억 될때까지 전화 말라"
    - 지방은 거래 실종
    집값 뛰다가 올해 곤두박질… 청약자 한명도 없는 단지도
    - 정부는 혼선 주는 대책만
    8·25대책 발표 후 투기 더 극성

    올 3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에 청약, 전용면적 84㎡형에 당첨된 김모(43)씨는 지난주 전매 제한 기간(6개월)이 끝나자마자 중개업소의 전화를 받았다. 중개업자는 "양도세를 매수자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웃돈을 5000만원 준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를 거절했다. 그는 "웃돈이 1억원이 될 때까지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4~5년간 집값이 한 해에 10% 안팎씩 폭등했던 대구 주택 시장의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대구 수성구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구 집값이 올해 곤두박질치면서 거래 자체가 실종됐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서울·수도권 분양 시장에서는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의 웃돈을 받을 수 있어 '청약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대구나 경북, 충청권의 주택 시장은 미분양이 속출하고, 지역에 따라 주택 가격도 하락하는 등 '침체기'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지역별로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자 정부가 '투자 수요 억제'와 '경기 부양'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과열된 서울과 찬바람 부는 지방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수직 상승 중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4단지' 전용면적 50.67㎡형 2층짜리 아파트는 9월 10억3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3월보다 1억3000만원이 뛴 금액이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현역푸르지오' 전용 84.96㎡형도 5개월 만에 6000만원 오른 7억4315만원에 지난 7월 거래됐다.

    최근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 방문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최근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 방문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서울·수도권 지역 신규 주택 분양 시장은 수십 대 1 경쟁률을 보이면서 과열 양상을 띠는 반면, 대구·경북·경남 등 지방은 집값이 떨어지고 미분양마저 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는 전매 시세 차익을 노린 '분양권(입주할 수 있는 권리) 투기'도 확산되고 있다. 본지가 부동산 리서치 회사 '리얼투데이'와 함께 조사한 결과, 올해 전매(轉賣) 제한이 해제된 서울 강남권 분양 아파트 32%의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 5월 전매 제한이 풀린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는 일반 분양 물량 1558가구 중 434가구(28%)의 주인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단지는 전매가 해제된 직후인 6월 한 달 동안에만 308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올 2월 전매 제한이 해제된 서울 대치동 '대치 SK뷰'도 분양된 39가구 중 12가구(31%)의 전매가 이뤄졌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와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 e편한세상 파크힐스'도 웃돈이 1억원 이상 붙어 거래됐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현재 서울 강남이나 일부 수도권 신도시의 분양 시장은 과열돼 거의 투기장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 8월 기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총 4만1206가구로, 지난 6월(3만6674가구)보다 4500가구 증가했다. 대구와 충청권 일부 지역에선 분양을 해도 청약자가 아예 없는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혼선 주는 대책 내놔

    현재까지 정부는 주택 시장의 상황에 대해 "일부 지역의 강세에 따른 '착시'일 뿐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대응해 왔다. 지난 5~6월부터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청약 시장에 투기 세력이 유입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청약 시장이 '투기장'이 됐지만, 정부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지난 8월에는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르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에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는 '가계부채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중도금 대출 규제와 '공공택지 공급 축소'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시장의 소비자들이 정부의 대책을 "앞으로 집 사기 어려워진다"고 해석하는 바람에 집값은 더 강세를 보였고, 청약 시장에도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대책 발표 직후인 9월에는 강남구 주택 가격이 한 달간 0.69% 올라 지난 6월(0.84%)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동구(0.41%)와 양천구(0.39%)는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25대책은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과 부동산 대책을 동시에 만지작거리다가 엉뚱한 결과를 가져온 대표적인 사례"라며 "차라리 당시에 전매 제한 기간 연장 등의 대책을 내놨으면 시장이 어느 정도 진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시 부동산 대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서울과 지방이 전혀 딴판이어서 고심 중"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열 조짐을 보이는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설픈 대책보다는 강남 재건축이나 분양권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금 대비 수익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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