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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만원 쥔 소녀, 매출 40억 '편의점 여왕' 됐다

    입력 : 2016.10.17 09:15 | 수정 : 2016.11.30 23:17

    [창업스타를 만나다] ①‘편의점 대모’ 전지현씨

    19세에 어머니가 준 23만원 들고 상경, 여행가이드 시작
    2003년 첫 편의점 창업은 실패…“손님 그냥오는 줄 알았다”
    하루 4시간 ‘쪽잠’자며 3년 만에 日 매출 300만원 달성
    “편의점도 격이 있다”백화점급 서비스와 치밀한 상품 발주

    전지현 GS25 남양주 금곡점 경영주.

    경기도 남양주에서 ‘GS25’ 남양주 금곡점을 운영하는 전지현(51)씨는 편의점업계에서는 소문난 스타이자 대모(代母)로 불린다. 전씨가 운영하는 남양주 금곡점은 특별할 것 없는 변두리 상권(商圈)에 있다. 하지만 해마다 전국 매출 순위에서 최상위권에 오른다. 전씨가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쓴 업무일지 ‘편의점 이야기’는 2011년부터 전국 GS25 매장에서 쓰는 공식 업무일지로 채택됐을 정도다.

    전씨는 올해 2월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담은 책 ‘창업자금 23만원’을 출간하면서 “편의점 4개 경영으로 연매출 40억원을 올린다”고 밝혔다. 가장 많을 때는 6개까지 경영했지만, 현재는 남양주에서 2개만 운영 중이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에서 전씨를 만나 그의 성공담을 들어봤다.

    ■준비안된 창업…뼈아픈 실패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난 전씨는 19세에 어머니가 쥐어준 23만원을 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여행 가이드부터 시작해 25세에 의류 브랜드 대리점을 비롯해 생활용품 할인매장, 호프집 등을 차려 12년간 운영했다.

    편의점 창업에 뛰어든 건 2003년. 당시 편의점 점포를 사려고 상가에 5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결과는 뼈아팠다.

    본사에서는 하루 매출 150만원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 해보니 60만~70만원에 불과했다. 당연히 적자에 시달렸고, 남편이 신용대출로 만든 마이너스 통장에 빚만 쌓였다.

    전씨는 “어느 날인가 경기도 구리에 있는 집에서 남양주 매장으로 출근해야 하는데 차비가 없어서 아들 돼지저금통을 몰래 털면서 펑펑 운 적도 있다”고 했다.

    왜 실패했을까. 전씨는 당시 “손님은 저절로 들어오고, 아르바이트생만 몇 명 고용하면 쉽게 돈 벌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전씨는 요즘 편의점 점주 대상 강연이나 상담할 때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고 한다. ‘편의점 창업을 얼마나 오래 고민했느냐’는 것. 답은 한결같다. “한 달도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깔끔한 매장에서 고생 안하고 돈 벌고, 편의점 본사 도움 받으면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실패합니다.”

    ■하루 3~4시간 쪽잠자며 터득한 노하우

    전씨는 뒤늦게 편의점 경영에 온몸을 던지기로 결심했다. 우선 목표부터 세웠다. 첫째, 2년 안에 전국 최고 점포를 만들겠다. 둘째, 하루 매출 300만원을 올리겠다. 셋째, 5년이 되었을 때 회사 대표가 찾아와서 밥을 사게 하겠다.

    전씨는 가족들과 떨어져 매장에서 하루 3~4시간씩 쪽잠을 자며 지독하게 매달렸다. 다른 가맹점주들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러 장사가 잘된다는 편의점은 전국 어디든지 쫓아다녔다.

    그는 “새벽 4시까지 장사하고 곧장 차 몰고 경북 경주에 내려가 점주를 만나고 돌아와 다시 편의점에 간 적도 있다”고 했다. 결국 3년 차에 하루 매출 300만원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의 결과였다.

    전씨가 그렇게 독하게 배운 노하우가 바로 ‘서비스 정신’이다. 그는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점포에는 이른바 ‘점격’(店格)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점포의 격을 높이는 일에 매진했다.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의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직원 관리와 매장 운영에 신경썼어요. 고객 마음을 흔드는 상품 구색을 갖추고, 아르바이트생은 백화점처럼 친절하게 고객을 맞도록 했어요.”

    그는 “내 라이벌은 주변 다른 편의점이나 마트가 아니라 결국은 고객의 지갑이랑 경쟁하는 것”이라며 “한 번 온 고객은 두 번 오도록, 1000원 쓰러 들어온 고객은 2000원어치 물건을 사는 매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상품 발주가 가장 중요…“폐기도 투자”

    전씨는 “편의점 매출은 ‘상품 발주’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느냐에서 판가름 난다”고 강조했다. 발주란 무엇일까.

    “오늘 삼각김밥 3개 팔았다고 내일도 똑같은 상품 3개를 집어넣는 건 ‘주문’이라고 합니다. 내일은 삼각김밥 4개, 5개를 팔려고 연구하는 것이 ‘발주’입니다.”

    전씨는 기계적으로 빈 물품 수량만 채우는 식으로 10분여 만에 발주를 해치우는 점주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씨는 매장 내 개별 상품과 일일이 대화한다는 심정으로 발주하는 데에만 2~3시간을 쓴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폐기도 투자’라는 지론이다. 삼각김밥·도시락·유제품 등은 유통기한을 넘기면 폐기해야 한다. 아까울 수 있다.

    하지만 전씨는 “폐기하는 물량이 두려워 신선식품 발주를 줄이다 보면 손님이 찾는 물건이 없어지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영영 손님을 놓친다”고 했다.

    그는 “편의점 창업으로 성공하려면 돈이 고생하거나, 아니면 몸이 고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창업하시는 분들 대부분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습니다. 그럼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편의점이요,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대형마트 능가하는 게 목표”

    전씨는 편의점 창업의 성공을 ‘사교육’에 비유했다.

    “돈 들여 애를 학원에 보낸다고 무조건 성적이 오르진 않죠. 본인이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성적이 오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제시하는 예상 매출액은 ‘가능성’일 뿐입니다. 당연히 가맹점주가 열심히 노력해야 매출이 오릅니다.”

    전씨는 “처음 2년은 자기 주관을 버리고 회사의 시스템과 노하우를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발주프로그램 교육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시시때때로 전달되는 공지나 할인행사 일정 등을 최대한 활용해 자기 매장의 매출을 끌어올릴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의 목표는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 1위 업체인 세븐일레븐이다. 그는 “(일본 세븐일레분) 하루 평균 매출이 700만원이라는데 우리 매장에서 따라잡는 게 목표”라며 “편의점도 잘만 운영하면 대형마트를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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