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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동 '넘버2' 아파트의 반란...서울 매매거래 1위 깜짝 등극

    입력 : 2016.10.14 09:14 | 수정 : 2016.11.30 22:31

    아파트를 살 때 꼭 따져봐야 할 요소 중 하나가 환금성이다. 아파트를 팔고 싶을 때 잘 팔리느냐는 것이다. 환금성은 거래 회전율로 알수 있다. 전체 가구 중 매매된 가구의 비율이다. 조선닷컴의 부동산 콘텐츠 플랫폼 땅집go는 올 상반기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실거래가 통계를 전수(全數) 분석해 서울에서 가장 환금성이 높았던 아파트 10곳을 찾아냈다. 이 아파트들을 집중 분석해 본다.

    [서울 끓는 아파트 Top 10] ②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 3단지

    상반기 279건 거래 폭발…서울서 가장 많아
    연초보다 시세 1억 올랐지만 매물 없어
    4066가구로 재건축…5호선 상일동역 바로 옆
    일반 분양가 평당 2200만원선 예상
    “더 오를 것” vs. “주변 공급 많아 한계”
    재건축을 위해 주민 이주가 끝난 고덕 주공3단지./진중언 기자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는 올 상반기 서울에서 매매 거래가 가장 많았던 아파트다. 1~6월 총 279건이 거래됐다. 전체 단지(2580가구)의 약 11%에서 손바뀜이 일어났는데, 거래 회전율로도 서울에서 1위였다.

    내놓기만 하면 팔린다고 할 만큼 이 아파트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이유는 뭘까.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사두면 적어도 손해는 안 본다고 생각한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 초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건축 아파트였고, 향후 분양가격이 더 오르면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한 것 같다”면서 “주거환경이 좋은 고덕·둔촌주공 등 강동구 재건축 단지들이 ‘제2의 강남권’으로 주목받자 실수요자까지 가세해 거래량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폭발적인 거래량만큼 가격도 불이 붙었다. 전용면적 41·48·55㎡ 등 모든 주택형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연초 대비 1억원 이상 올랐다. 지난 9월 초 이후 나오는 매물의 호가(呼價)는 4000만원 이상 더 뛰었다.

    이 때문에 ‘아직 저평가된 측면이 있어 더 오를 것’이라는 의견과 ‘과열 조짐이 다분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고덕 3단지 위치도.

    ■지하철 5호선 단지와 바로 연결…4066가구 대단지로 재건축

    고덕주공3단지의 최대 호재는 단연 재건축 기대감이다. 1983년 지어진 지상 5층 68개 동(棟), 2580가구가 재건축을 통해 최고 지상 34층, 총 4066가구의 초고층 대단지로 변신한다. 시공은 대림산업과 현대건설이 맡는다.

    재건축으로 탈바꿈하는 고덕 3단지 조감도./대림산업 제공

    작년 11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올 5월 중순에는 이주도 마쳤다. 다만 당초 예정과 달리 아직 철거 작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인근 주민은 “단지와 붙어 있는 구립어린이집에서 철거 작업을 하면 석면이 나온다는 이유로 구청에 공사 중지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철거가 지연되면서 애초 올 하반기로 예정했던 아파트 일반분양(1473가구) 일정도 내년 봄으로 늦춰지게 됐다.

    이 아파트는 지하철 교통 여건이 뛰어나다. 서울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3·4번 출구가 단지와 바로 연결되는 이른바 초(超) 역세권 아파트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고덕역은 지하철 9호선 4단계 사업이 완공되면 환승역으로 탈바꿈해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크게 좋아진다.

    단지 인근 상일IC를 통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올림픽대로, 천호대로 등 간선도로도 쉽게 연결된다. 단지 서쪽은 명일근린공원과 닿아 있고 주변에 동명근린공원·샘터근린공원 등 녹지 공간도 풍부하다.

    배재고·한영고·한영외고·광문고·강동고 등 각종 학교도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마트 명일점은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최근 개장한 대형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도 불과 6~7㎞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10분이면 도착한다.

    ■‘고덕 그라시움’ 분양 성공에 들뜬 기대감

    고덕동 일대는 재건축 열기가 뜨겁다. 대부분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아파트 맞은편 상일동역 1·2번 출구 쪽엔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 공사가 한창이다.

    고덕 3단지 맞은 편엔 고덕 2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 그라시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이 시공하는 고덕 그라시움은 이달 7일 1순위 청약 때 162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3만6017명이 접수해 평균 22.2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이주가 진행 중인 고덕 주공 5단지.

    고덕 3단지 남쪽에는 현재 주민 이주가 진행 중인 고덕5단지(890가구)와 내년 이주 예정인 6단지(880가구)가 나란히 붙어 있다. 5·6단지에서 남쪽으로 길 하나만 건너면 고덕주공7단지(890가구)다. 7단지는 현재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철거 작업 중인 고덕 주공 7단지.

    고덕 그라시움의 분양 성적은 주변 재건축 단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거에도 고덕 2단지는 이 일대에서 시세를 주도하는 아파트였다. 상일동 H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고덕동 일대 아파트값은 2단지가 먼저 오르면 3단지가 뒤를 잇고, 그 다음에 비교적 규모가 작은 5·6·7단지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올 들어 시세 1억원 ‘껑충’…최근 4000만원 더 뛰어

    고덕주공 3단지는 올 들어 매매가격이 치솟았다. 전용면적 48.6㎡가 올 1월 초 4억5000만원이었는데, 8월 중순 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가장 넓은 전용면적 55.8㎡는 연초 실거래가격이 5억~5억1000만원 정도였는데 8월엔 1층 매물이 6억4000만원에 팔렸다.

    고덕 3단지 전용 48.6㎡ 과거 시세./KB국민은행

    그나마 최근 가격이 더 오르면서 매물이 쑥 들어갔고, 호가는 천정부지다. 현재 전용 48.6㎡ 호가는 6억2000만원 선이다. 2009년 10월에 기록했던 최고 시세(6억1750만원·국민은행 기준)를 이미 넘어섰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불과 한 달만에 호가가 4000만~5000만원씩 올랐는데,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전용 55.8㎡는 급매물이 6억8000만원에 나와 있다.

    태평공인중개사사무소 이순평 대표는 “고덕 그라시움의 분양 성공 기대감이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고덕 그라시움은 일반 분양가격이 강동구 최고 수준인 3.3㎡당 평균 2338만원이었다.

    반면 고덕주공3단지는 현재 일반분양가를 3.3㎡당 1850만원으로 책정한 상태다. 이순평 대표는 “바로 길건너 단지가 비싼 분양가에도 성공 조짐이 보이니까 3단지 조합원 입장에선 ‘우리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겠다’란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하다”며 “상반기에 쏟아졌던 매물이 쑥 들어가고,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일반분양가 올릴 듯…“3.3㎡당 2200만원대 예상”

    고덕 그라시움이 청약 대박을 터뜨리자, 고덕 3단지 일반분양가도 상향 조정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9월까지만 해도 일반분양가를 3.3㎡당 2040만원 정도로 생각했는데 (고덕 그라시움 청약 이후)조합원들은 3.3㎡당 2200만원 이상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관리처분 때 정한 일반분양가는 일종의 ‘기준점’일뿐 일반 분양 이전까지 조합이 분양가를 조정할 수 있다. 고덕 그라시움도 관리처분인가 때 책정한 분양가(3.3㎡당 평균 2150만원)보다 8.7%(188만원) 오른 2338만원으로 결정했다. 고덕 그라시움은 중간층(10~14층) 기준으로 전용 59㎡ 일반분양가가 6억4000만원, 전용 84㎡ 분양가는 7억9000만원 선이었다.

    고덕주공3단지는 조합원들이 새로 들어갈 아파트의 주택형 선택이 끝난 상태다. 고덕동의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일반분양가를 3.3㎡당 2040만원으로 가정할 때 전용 48.6㎡ 소유주가 새로 짓는 아파트의 24평형(전용 59㎡)을 선택하면 6800만원을 돌려받고, 34평형(전용 84㎡)을 선택하면 1억400만원 정도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덕동의 A공인중개사는 “고덕 2단지가 입지여건은 더 좋지만, 3단지 분양가가 저렴하게 책정돼 있어 수익성은 더 좋다”면서 “일반분양가가 2200만원대까지 오르면 조합원 분담금이 3000만원 이상 줄어 지금 투자해도 남는 장사”라고 주장했다.

    고덕동의 B공인중개사도 “일반적으로 고덕동 일대 아파트 시세는 서울 강남의 절반 수준이었다. 최근 강남·서초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평균 5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을 보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급 과잉 우려…‘투자 신중론’도 많아

    하지만 고덕주공 3단지를 포함해 고덕동 일대 아파트 가격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최근 강남에서 3.3㎡당 분양가 4000만원 이상 아파트가 쏟아지니 고덕쪽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지만, 내재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작년 11월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헬리오시티) 분양가가 3.3㎡당 2600만원이라고 할 때도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고덕 일대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급과잉 우려도 나온다. 내년 입주할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옛 고덕 시영), 고덕숲 아이파크(옛 고덕주공 4단지)를 비롯해 2019~2020년에 고덕 일대에 약 2만 가구가 줄줄이 입주한다. 또 고덕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하남미사강변도시에도 2020년이면 아파트 3만8000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부동산리서치업체인 리얼투데이의 김광석 이사는 “최근 고덕동 일대 재건축은 분명히 과열된 분위기”라면서 “매매가격이 3.3㎡당 1500만원 정도인 하남미사강변도시를 압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투자하고 싶다면 내년 하반기 주택시장이 한 차례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시간을 두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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