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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쇼핑, 제주 찍고 서울로… 강남도 '야금야금'

    입력 : 2016.10.13 01:31

    [오늘의 세상]

    중국인이 사들인 서울 땅, 1년반만에 2배로… 수도권까지 투자 바람

    - "청담동 20억 빌라, 현찰로 사겠다"
    강남·서초 고급주택·빌딩 노려 별장처럼 쓰거나 임대 수익 기대… 영종도 1필지에 66억원 계약도
    - 제주도처럼 부동산 값 급등하나
    제주 지난해 공시지가 28% 상승
    "시장 작아 영향 제한적" 반론도

    지난 5월 제주도를 주소지로 둔 중국인이 인천 영종하늘도시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분양사무소를 방문해 업무시설용지 1필지를 66억원에 수의계약으로 매입했다. 또 작년 10월부터 분양한 인천 송도의 '아메리칸타운 아이파크' 아파트는 중국인들이 40가구를 사들였다. LH 영종사업단 관계자는 "영종도 토지에 관심을 갖는 중국인 개인이나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제주도 부동산 시장을 휩쓸었던 중국 투자 세력이 서울과 수도권에 진출하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중국인이 소유한 서울 땅은 2014년 말 2113필지(13만3479㎡)에서 올 상반기 4139필지(17만1614㎡)로 늘었다. 필지 수로는 96%, 면적으로는 29%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미국인의 서울 토지 보유 필지는 1% 늘어나는 데 그쳤고, 일본인 보유 필지는 3.4% 줄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식당에 걸린 중국풍 홍등.
    중국인 투자 활발한 서울 연남동 -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식당에 걸린 중국풍 홍등(紅燈). 이 일대는 중국인 화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작년말부터 다가구 건물을 매입하려는 중국인들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홍대 인근인 합정동과 망원동까지 관심을 갖는 중국인이 많다”고 전했다. /오종찬 기자
    그동안 중국인들은 서울에선 영등포구 대림동, 마포구 연남동 등 조선족과 화교(華僑)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 중심으로 부동산에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천 영종도와 송도는 물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핵심(核心)인 서울 강남의 고가 주택 시장에도 손길을 뻗치고 있다.

    ◇강남 고가 주택에도 중국인들 투자 확대

    중소형 빌딩 중개 업체의 김모 대표는 지난 3월 중국인의 문의를 받고 혀를 내둘렀다. 한족인 중국인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전용면적 200㎡, 시가 20억원짜리 고급 빌라를 현찰로 사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것이다. 김씨는 "난생처음 20억원을 현금으로 거래하려니 걱정이 돼 중국인에게 은행 CCTV 앞에서 세어보고 거래하자고 했더니 상대방이 거절해 무산됐다"면서 "서울의 최고급 주택을 노리는 중국인들의 문의가 작년부터 점차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전국 중국인 보유 토지 현황 외
    이미 중국인들의 서울 부동산 시장 진출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제일 작은 면적형이 13억원 수준인 서울 마포구 합정동 주상복합 '메세나폴리스'에는 중국인 1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작년 3월 대우건설이 분양한 합정동 '마포 한강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도 중국인이 10실을 계약했다. 지난 2월과 3월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 전용면적 244㎡ 2가구는 각각 32억원에 중국인에게 팔렸고, 5월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전용 84㎡는 12억3000만원에 중국인이 사갔다.

    가격이 비싼 서울 강남·서초구의 땅과 빌딩도 중국인들이 사들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중국인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의 토지는 2014년 말 7739㎡(108필지)였다가 올 상반기에는 8136㎡(120필지)로 증가했다. 서초구도 같은 기간 중국인들의 보유 토지 면적이 9% 증가했다.

    중국의 해외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쥐와이(居外)'에 85억원짜리 압구정동 빌딩 등 매물 40여 건을 올려놓은 중개 업체 관계자는 "사이트를 본 중국인들이 일주일에 3~4건씩 문의 전화를 해 온다"며 "얘기가 상당히 진척돼 거래 관련 서류를 정리해 중국으로 보내 준 사례도 여러 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투자가 부동산 시장 좌우할까

    중국인들이 서울·수도권 부동산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세컨드 하우스'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와 가까우면서 쇼핑 시설 등 인프라가 잘돼 있어 가끔 들러 쉬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 일부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인기 관광지 인근에 상가나 아파트를 구입해 단기 임대 수익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현재 중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특별한 제약은 없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이런 국내 부동산 투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제주도는 중국인들이 부동산 투자에 나선 뒤 한국인·기업이 뒤따라가면서 공시지가만도 작년 한 해 28%나 뛰었다. 이런 과도한 부동산 가격 급등은 실수요자들의 매입 부담을 늘리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중국인의 투자가 넘쳤던 호주 시드니나 캐나다 밴쿠버 등에서도 비슷한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인 부동산 투자가 과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부동산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고,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에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의 투자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생기는 부동산 시장의 빈틈을 국내 투자가 늘어나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이 채워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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