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04 14:27 | 수정 : 2016.08.04 14:55
비좁은 공간에 퀴퀴한 냄새, 생리현상만 해결하고 급히 자리를 떠야 하는 곳. 여럿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더 불편한 곳이 바로 ‘회사 화장실’이다.
‘코오롱스포츠’ ‘커스텀멜로우’ ‘쿠론’ ‘마크제이콥스’ 등 20여개 패션·아웃도어 브랜드를 보유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이하 코오롱 FnC)의 사내 화장실은 판에 박힌 회사 화장실 이미지를 완전히 깨부순다.
카페테리아와 갤러리, 미팅룸 등이 있는 5층 여자화장실에 들어서니 잔잔한 음악과 함께 기분 좋은 향이 진동했다. 회색 암막 커튼을 열자 하얀색 바탕의 벽에 13명의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의 흑백 사진으로 꾸며진 파우더룸이 보였다. 디자이너 사진들 중간에는 거울이 놓여 있었다. 코오롱 FnC의 직원들은 “이 파우더룸을 사용할 때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듯한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했다.
8층 화장실 파우더룸의 벽면에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일러스트를 그려 패션 전문업체라는 회사의 정체성을 부각시켰고, 전체를 파란색 톤으로 꾸민 9층 화장실은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각종 패션 잡지들이 준비돼 있었다.
코오롱 FnC는 전체 1021명의 직원 중 46%(472명)가 여성이다. 양아주 전략마케팅팀 과장은 “여성 임직원이 절반을 차지하는 회사인 만큼 ‘여성복지’를 중요한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다”며 “디자인이 특이한 5층, 8층, 9층 외 나머지 7개의 여자화장실에도 전면 거울과 개인위생용품을 비치해 둘 수 있는 서랍장이 있는 파우더룸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명품 화장실’에 대한 여직원들의 만족도는 높다. 이하영 전략마케팅팀 주임은 “암막 커튼을 치면 사무실 안에서 나만의 공간이 생기는 것 같다”며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만족스러운 경험이자 휴식”이라고 말했다.
입사 3년차인 박은영씨는 “화장실뿐만 아니라 가끔 몸이 좋지 않을 때 찾을 수 있는 여성 전용 휴게실도 회사의 큰 장점”이라고 했다. 5층에 있는 약 18㎡ 크기의 여성 전용 휴게실에는 모유 수유를 하는 여직원을 위한 모유착유기(유축기) 등을 비롯해 정수기·냉장고 등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임신한 여직원에 대한 회사 차원의 배려도 돋보이다. 임신 사실을 알기 어려운 초기 임산부 직원은 사원증 목걸이 줄을 핑크색으로 바꿔 동료 직원들의 배려를 구하게 했다. 지하 주차장에는 임신부 직원을 위한 전용 주차공간 3자리가 있다. 이 주차공간은 임산부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뿐만 아니라 임산부가 출퇴근 때 동승하는 차량도 사용 신청을 할 수 있고, 이용 기간 주차비 지원을 받는다.
손정현 코오롱FnC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다른 업종보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은 회사여서 여성에 대한 배려와 복지가 곧 회사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며 “파우더룸이나 휴게실은 단순하게 예쁘고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여성 리더들을 배출하기 위한 회사의 의미와 목표가 담긴 공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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