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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강남이라도 재건축은 오르는데 일반아파트는 '잠잠'

    입력 : 2016.06.23 03:05

    부동산 시장 '디커플링 현상' 극심

    "잠실주공 5단지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습니다. 아파트 시세가 일주일에 거의 1000만~2000만원씩은 오르는 것 같던데요. 우리 집은 바로 옆 동네인데 전혀 딴판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신모(42)씨는 지난해 말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대출을 좀 받아서 재건축 사업 추진 중인 주공5단지로 옮기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신씨는 "서울 집값이 더 이상 오르겠느냐"며 무시해 버렸다. 하지만 그는 최근 "주공5단지 아파트를 바라보면 솔직히 좀 배가 아픈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디커플링 현상' 극심
    /그래픽=양인성 기자
    부동산 시장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디커플링이란 같은 국가나 지역 내에서도 경제 상황이나 시장 상황이 제각각 따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이 딱 그렇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의 시세도 역대 최고가였던 2000년대 후반 가격을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 재건축 시장을 벗어난 주택 시장은 '과열(過熱)'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강남 외 지역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주택 시장 분위기가 더 잠잠하다.

    ◇같은 강남이라도 재건축 VS. 일반 아파트 분위기 '딴판'

    주택 시장의 디커플링 현상은 다양한 수치로도 확인된다. 부동산리서치회사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3월 이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초강세다. 재건축 아파트는 송파구가 7.66% 오른 것을 비롯해 강남구(5.33%), 강동구(4.3%), 서초구(4.1%) 등에서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는 송파구가 2.2%, 강남구가 1.51%, 강동구 0.2%, 서초구 2.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구(區)라도 일반 아파트는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강남이라도 재건축은 오르는데 일반아파트는 '잠잠'
    일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는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개포 주공1단지 58㎡는 지난 4월 초 11억2000만원(3층)에서 5월 초에는 12억3000만원(4층)으로 1억1000만원 올랐다.

    개포 주공5단지 83㎡는 3월 중순 10억 4000만원(14층)에서 4월 중순에는 11억4000만원(13층)으로 1억원 올랐다. 반포 지역과 개포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분양 가격은 3.3㎡당 4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서울에선 지역별로 주택 시장 온도차가 확실하다. 올해 들어 6개월 동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모두 2.5% 이상 올랐다.

    그러나 서울의 전체 25개 구청 중 18개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1.5% 이하로 큰 변동이 없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택 시장은 서울과 지방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고, 서울 내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급등한 만큼 급락할 수도 있어"

    서울 주택 시장이 양극화되는 것은 기준금리가 1.25%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시중의 투자 자금이 그나마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강남 재건축 시장으로 몰리는 영향이 크다. 자산가들 입장에선 물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상황에서 은행에 돈을 맡겨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구조 조정 등의 여파로 실물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주식투자 규모를 무작정 늘려 나갈 수도 없다.

    올해 서울 구별 아파트 가격 상승률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자문팀 차장은 "VIP들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다른 데 투자할 곳이 없지 않으냐'며 강남 재건축 매물을 알아봐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올해 초 주택담보대출 거치 기간을 1년 이내로 제한하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신규 주택 분양 시장에 자금이 공급되는 통로인 '집단 대출'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은 점도 강남 재건축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단기간에 급등한 이상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투자형 상품이어서 가격 등락 폭이 크다"며 "가격이 급등한 만큼 급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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