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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분양권 거래 5년 새 4배로…단타族 판친다

    입력 : 2016.06.21 21:06 | 수정 : 2016.06.21 22:49

    /조선DB

    21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래미안갤러리’ 모델하우스. ‘강남구청’ ‘국토교통부’ ‘서울시’라고 쓰인 목걸이형 이름표를 건 공무원 4명이 모델하우스 주변을 돌아다녔다. 주변에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있는지를 살펴본 이들은 행인들에게 ‘부동산 불법거래 적발 시 형사 고발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나눠줬다. 이날은 서울 개포 일원현대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루체하임’의 계약 접수를 시작한 날이다. 청약에 당첨돼 계약하려고 모델하우스를 찾은 사람들은 이들이 나눠준 안내문을 유심히 살펴봤다.

    국토교통부는 이날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분양권 거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신고를 하는 ‘다운계약’, 전매제한 기간을 어긴 불법 전매, 청약통장 매매 등 부동산 불법거래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시작했다.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치솟고, 분양권 거래가 급증하는 등 이상 과열 현상이 보이자, 그동안 시장 모니터링만 해오던 정부가 집중 단속에 나선 것이다.

    ◇3.3㎡당 분양가 5000만원인 아파트 등장 예정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분양권 전매 시세 차익을 노린 단기 투자족과 떴다방이 대거 늘어났다. 서울 반포·개포동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가 잇따라 분양을 하면서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온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는 당첨 즉시 분양권을 팔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며 접근하는 ‘떴다방’이 몰리고 있다. 서울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당첨만 되면 바로 전매를 하고 싶다며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며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다운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시세 차익을 노린 단타족의 급증은 분양권 거래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 1~5월 서울 분양권 거래 건수는 2830건으로 역대 최대치다. 2011년 같은 기간 641건보다 4배 많은 수준이다. 분양권에 붙는 웃돈(프리미엄)도 서울의 경우 평균 2645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평균 5000만~8000만원대의 프리미엄이 형성됐고, 경기 판교신도시 ‘판교알파리움’(전용면적 142㎡),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168㎡)’의 경우 3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이상 과열 현상은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2012년 3.3㎡당 2258만원이었으나 올 6월 현재 3916만원으로 173% 폭등했다. 올 1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신반포자이’는 분양가를 3.3㎡당 4290만원으로 책정했고, 다음 달 분양을 앞둔 현대건설의 ‘디 에이치 아너힐즈’(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는 3.3㎡당 평균 4500만원 안팎, 일부 주택형은 주상복합을 제외한 사상 최고가인 5000만원대에 분양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분양할 개포 1단지와 4단지는 3.3㎡당 평균 500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 개포동 등 일부 지역은 투기장으로 변질”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단기 투기 세력’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대의 사상 최저 금리가 지속되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으로 몰리는 것도 한 이유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상대적으로 부동산을 안전 자산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면서 갈 데 없는 돈이 서울 개포동이나 반포동 등 강남 지역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며 “당초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했던 부동산 시장이 개포동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단타 위주의 심리적 투기장으로 변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분양 흥행’을 위해 중도금 이자후불제, 계약금 분납·정액제 등을 도입하며 투기 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 조건이 좋은 데도 단타 투기 세력을 끌어들여 분위기를 더 띄우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는 건설사가 많다”며 “넘쳐나는 투자자를 믿고 건설사와 조합들이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정부의 단속도 이런 투기 세력을 잡기 위해서다. 류종우 국토부 사무관은 “강남권,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아파트를 중심으로 불법 전매 행위가 많이 일어나고, 떴다방들이 기승을 부린다”며 “적발된 경우 수사기관 고발 조치, 등록 취소 및 업무 정지 등 단호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 조합과 건설사들은 “3.3㎡당 1억원이 넘는 미국과 홍콩 등과 비교하면 강남 재건축 시세와 분양 가격이 절대 비싼 것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남발 고분양가로 인해 기존 주택 시장까지 가격이 치솟아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가지고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나친 고분양가는 미분양으로 이어져 조합원들의 손해로 직결될 수도 있다. 실제로 작년 10월 부산에서 3.3㎡당 2730만원에 분양했던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평균 17.2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지만 계약 당시 110가구가 1·2차 계약금 중 2차분을 내지 못해 계약을 해지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시장이 지나치게 단기간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심리적 투기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일시적으로 청약 재당첨 기간 제한, 청약 요건 강화, 일부 지역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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