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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리 시대'… 상가·강남 재건축으로 돈 몰린다

    입력 : 2016.06.13 19:24 | 수정 : 2016.06.13 19:47

    지난 8일 올해 서울 최고 평균 청약 경쟁률(45대1)을 기록하고 마감한 서울 강남구 개포택지개발지구 '래미안 루체하임' 모델하우스가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 저금리 효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같은 투자형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수익률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해도 고객들이 상가나 재건축 아파트만 찾습니다. 1년 전만 해도 강남권 상가를 살 때 수익률이 적어도 5%는 돼야 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3~4%도 상관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면서 시중은행의 PB(프라이빗뱅킹)센터와 부동산투자자문센터는 비상이 걸렸다. 고액 자산가들이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묻는 상담 전화가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고객들 중에는 재건축 아파트와 상가를 은행 금리 이상을 보장해주면서도 그나마 안전한 자산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상 최저금리 행진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가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같은 투자형 부동산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지방 대도시 주택시장 등에선 오히려 가격이 떨어져 '경고등'이 켜진 곳도 많다. 일각에선 2000년대 후반 경제 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정부가 양적완화(중앙 정부가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 정책을 펼치면서 대도시의 상업용 건물 등 일부 투자용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현상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초저금리 미국·영국에선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등

    2000년대 후반 이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던 미국과 유럽에선 시중 자금이 도심의 상업용 부동산으로 몰렸다. 미국 뉴욕의 투자자문회사 그린스트리트자문이 집계하는 미국 '상업부동산 지수'(CPPI)는 2009년 4월 61.2포인트로 바닥을 찍은 뒤 줄곧 상승해 이달 현재 124.8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CPPI 집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최고치다. 종전 최고치인 2007년 7월(금융 위기 직전)의 100포인트 역시 2013년 6월에 이미 넘어섰다.

    맨해튼의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인 'PD자산운용'의 일라드 드로어 대표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5~6%대이던 맨해튼 사무용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지금은 4%대 초반까지 낮아졌는데도 매매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고객들은 은행 예금 금리보다는 수익성이 높다는 계산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끊임없이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강남'에 해당하는 뉴욕 맨해튼의 주택가격도 폭등세다. 올해 1분기 맨해튼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작년 동기 대비 18% 급등한 205만달러를 기록했다고 NBC 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영국의 수도 런던의 집값도 저금리 기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상가, 강남 재건축에 돈 몰려들어

    한국에서는 초저금리로 투자처를 잃은 시중 자금이 상가와 재건축 아파트 단지로 몰리고 있다. 3년 전 서울 강남권 2종 주거지의 대지 면적 300㎡ 크기 상가는 25억~30억원 선에서 거래가 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4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50억~100억원대 매물을 가장 선호하는데 이미 상권이 형성된 서울 지역의 상가 건물은 매물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서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로 돈이 몰리고 있다. 현재 강남 일부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부동산 거품(버블)' 논란이 벌어졌던 2000년대 후반의 역대 최고가 기록을 넘어선 것은 물론 가격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리서치회사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올해 들어 5.28%가 올랐고, 강남구와 서초구도 3.66%, 2.39%씩 올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 시대, 부동산 시장 양극화 더 심해질 수도

    초저금리 수혜를 한국의 모든 부동산 시장이 누리는 것은 아니다.

    같은 강남이라도 재건축 아파트와 그 외 일반 아파트 간에 온도 차가 확실하다. 올해 매매가격이 5% 넘게 급등했던 송파구는 재건축이 아닌 일반 아파트의 경우 올해 가격 변동률이 제로(0%)다. 강남구와 서초구 일반 아파트도 가격 변동률이 각각 1.12%와 0.99%로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다. 경기도의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은 0.51%에 불과하고, 4~5년간 집값이 폭등했던 대구는 집값이 오히려 1.34%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속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실물 경기가 극도로 위축돼 있고, 지방 부동산 시장의 경우 지난 4~5년간 주택 공급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공급 과잉'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그나마 안정성을 검증받은 투자형 상품인 상가와 강남 재건축 등이 초저금리 수혜를 누릴 가능성 큰 셈이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시중 자금도 수익성과 안정성이 있는 곳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당분간 심해질 것"이라며 "하지만 강남 재건축이나 상가 가격도 단기 급등한 만큼 조정받을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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